與 인요한 혁신위, '빈 손 해체' 수순…김기현 체제로 총선가나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사실상 빈손으로 문을 닫을 위기다. 당초 '통합'과 '희생'을 내세우며 호기롭게 출발했지만 전권을 위임받았다던 인요한 위원장의 설화가 잇따르고, 혁신안도 첫번째 '대사면'을 제외하곤 당 지도부의 무반응이 이어지면서 혁신위는 사실상 조기 종료 수순을 밟는 모양새다.
여기에 최근 인 위원장의 공관위원장 셀프 추천을 두고 당 안팎에서 무리수였다는 평가까지 나오면서 '혁신위 무용론'까지 번지고 있다. 코너에 몰린 혁신위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 카드를 만지작 거리자 당 지도부는 "혁신위가 음습한 권력 싸움 내지 권력 투쟁의 도구나 수단으로 이용당하고 있는 점은 없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며 경고의 메시지까지 내놨다. 현재로선 김기현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5일 여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혁신위는 오는 7일 오전 10시30분 전체회의를 열고 '당 주류의 희생'을 골자로 한 혁신안을 최고위원회에 보고하고 안건 상정을 다시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전날 최고위에서 관련 논의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으나 지도부의 무관심 속에 정식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은 까닭이다.
혁신안이 당 지도부에 번번히 좌초하자 혁신위 내부에는 '마지막 카드'로 지도부 총사퇴와 비대위 전환을 요구해야 한다는 강경파들의 의견도 나오는 상황이다. 또 오는 24일로 예정된 임기를 채우지 않고 조기 해산하는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하지만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점과 예비후보 등록일이 일주일 밖에 남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이러한 혁신위의 반격카드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
갈등의 불씨가 됐던 중진급 불출마, 험지출마 요구 등이 사실상 공천관리위원회에서 다뤄야 할 민감성 의제인 만큼 애초에 당 지도부가 받아들일 만한 사안이 아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당 지도부 사이에선 혁신위가 월권을 하고 있다는 분위기도 읽힌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공천과 관련한 기구에서 해야 할 일은 엄연히 다르다"며 "본연의 역할에 대한 범주를 벗어났다는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또 박 수석대변인은 "어떤 세력으로부터 혁신위가 일종의 음습한 권력 싸움 내지는 권력 투쟁의 도구나 수단으로 이용당하고 있는 점은 없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김기현 지도부의 일선 후퇴를 바라는 다른 세력에 혁신위가 이용당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미로 읽힌다. 당 일각에서 제기하는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의 배후설과도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한길 배후설은 인 위원장과 친분이 있는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이 지도부 교체를 목적으로 혁신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다.
박 수석대변인은 "시계를 한 달 전으로 돌려보면 제일 큰 과제가 뭐였나. 건전한 당정관계였다"며 "그런 이야기 하나도 없이 며칠 전부터 비대위 이야기가 나오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되려 김기현 지도부가 공천관리위원회와 선거대책위원회를 잇따라 출범시키며 혁신위로 쏠렸던 시선을 분산시킬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도 김기현 체제 유지로 기울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김 대표 등 여당 지도부는 이날 오후 12시10분부터 약 2시간 동안 윤 대통령 주재로 용산 대통령실에서 회동을 가졌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직후인 지난 10월18일 이후 한 달 반 만에 열린 이날 회동이었던 만큼 최근 혁신위와 당 지도부간 갈등 국면에서 김기현 체제에 힘을 실어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당내에선 이달 중순쯤 출범을 앞둔 공천관리위원회나 선거대책위원회가 사실상 비대위 역할을 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 경우 김 대표의 위상이 견고한 상황에서 당내 총선 전략과 맞물려 중진 용퇴론 등이 시의적절하게 논의될 것이라는 기대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본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와의 갈등 상황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는 질문에 "우리 당은 끊임없이 혁신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 혁신해 가야 한다"며 "당은 끊임없이 혁신해야 한다"고만 했다.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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