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과장이 수상해요"…삼성 직원들, 통 크게 쏜 SK하이닉스가 부러운 이유 [유미의 시선들]
SK하이닉스, 임금인상분 소급분 지급 결정 VS 삼성, 노사 임금협상 여전히 평행선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DS) 사업부문을 중심으로 직원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삼성전자가 내부 기강을 다잡겠다는 취지로 올들어 다양한 시도에 나서고 있어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S 부문은 지난달 30일 임직원의 비위 사실을 제보하거나 자진신고 할 수 있는 근태부정신고센터를 만들었다. 근태 부정이 의심되는 동료를 제보하면 회사가 이를 확인하는 구조로, 일단 DS 부문에서 한해 운영된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나선 것은 반도체 업황 악화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올해 최악의 적자를 겪은 상황에서도 일부 직원 근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재 삼성의 근태 체크는 각자 출입증을 찍어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이 자동으로 입력되는 시스템이다. 근무 시간에 식사·커피, 흡연, 개인 용무 등으로 자리를 비운 경우에는 이를 '제외 시간'으로 따로 입력해야 하는데, 일부 직원들은 오랜 시간 자리를 비우면서도 제대로 입력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기강 확립 움직임은 지난 7월에도 감지됐다. 스마트폰 게임 금지 등을 당부한 메일을 직원들에게 보낸 것이다. 여기에 같은 달말 임의적으로 직원들을 선별해 개인 휴대폰의 카카오톡과 사진첩 등을 강제 검사함으로써 인권 침해 논란도 일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에서 실적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임직원들 근무 단속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실제 삼성전자 DS부문은 올해 3분기까지 12조7000억원 수준의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글로벌 반도체 업황 부진 탓도 있지만,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주도하면서 3분기에 D램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과 비교하면 실적 회복 속도가 더디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이같은 움직임을 두고 최악의 실적 부진 속에서 사기를 진작하려는 취지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내부 반응은 떨떠름한 분위기다. 내부 커뮤니티에서는 센터의 설립 취지와 부정 근태의 신고 기준이 뚜렷하지 않은 데다 임직원들간의 감시·감독을 조장한다는 점에서 불편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불성실한 직원을 회사에서 조치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지만, 동료끼리 서로 감시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과연 조직에 도움이 될 지는 회사 차원에서 면밀하게 생각해 볼 일 같다"며 "실적 부진 속에서도 고위 임원들은 경영 안정을 이유로 이번 인사에서 자리를 지킨 반면, 그 책임을 직원들 기강 해이로 돌리고 대책을 내놓은 듯 해 씁쓸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경쟁사인 SK하이닉스는 최근 임금인상분 조기지급 결정을 내리며 임직원 사기 진작에 적극 나선 모습이다. 앞서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달 30일 흑자전환 달성시 지급하기로 한 올해 임금인상분의 소급금을 이달 중 일괄 지급하기로 한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노조와의 임협도 사실상 큰 마찰 없이 마무리지었다. 노사는 지난 8월 흑자전환했을 경우 임금인상률 4.5% 합의했고, 격려금 120만원을 일시불로 지급하기도 했다. 지난 10월에는 노사 간 합의를 통해 생산성 격려금(PI) 지급 기준 개선 방안도 마련했다. PI는 목표 생산량 달성 시 기본급의 100%를 지급하는 성과급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노조와의 임금협상도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지난달 28일 열린 임협에서 당초 제시한 임금인상률 6%를 밀어붙이지 않는 대신 일시금·현금포인트 100만원, 재충전 휴가 2일, 성과급 지급 기준 변경(EVA→영업이익)을 사측에 제안했다. 전삼노는 지난 4월 사측이 노사협의회를 통해 일방적으로 발표한 4.1% 임금 인상에 대해 반발하며 쟁의 조정을 신청해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임직원들을 격려하며 임금인상분 조기지급 결정을 내리면서 삼성전자와 희비가 다소 엇갈린 모습"이라며 "회사 차원에서도 편안하고 좋은 환경에서 업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근무 환경, 시스템을 개선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지만, '삼무원(삼성+공무원)'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내부의 역동성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 임직원들도 스스로 고민해 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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