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우 국토장관 내정자…주택정책 '찐'전문가 떴다
"전문성 인정"…청문회 수월할듯
주택공급·양평고속도로 등 과제
'진짜 전문가'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업계의 평가를 한 마디로 정리하면 이렇다. 국토부 출신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까지 지낸 부동산 정책 전문가인 만큼 실무에 능할 거란 기대감이 높다.
국토부 장관에게 엄격히 보는 부동산 투기 의혹 등에서도 자유롭다. 다만 '부패 온상' 낙인이 지워지지 않은 LH 사장을 지낸 이력은 불편한 딱지가 될 수 있다. 박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순조롭게 통과해 주택 공급 위축, 서울~양평고속도로 재추진 등의 산적한 과제를 풀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진짜가 나타났다…국토부 30여년 몸담아
박상우 전 LH 사장은 전날(4일) 원희룡 국토부 장관 뒤를 이을 후보자로 지명돼 5일 과천정부청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했다.
박 후보자는 출근길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는 과정에서 정책 우선 순위로 '부동산 시장 안정'을 꼽았다.
그는 "민생의 입장에서 제일 중요한 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켜 매매가격이든, 전셋값이든, 전세사기 문제든 부동산 때문에 억장이 터지고 가슴 답답한 일이 안 생기도록 막아나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말부터 불거진 대규모 전세사기 사태를 비롯해 자잿값 및 금리 상승, 부동산 경기 침체 등 부동산 시장의 불안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정치인 출신인 원희룡 장관 후임으로 '정통 관료'인 박 후보자가 지명된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전날 인사발표 브리핑을 통해 "박상우 후보자는 국토교통분야 정통 관료로 풍부한 정책 경험과 현장 경험을 겸비했다"며 "국민 주거안정을 강화하고 모빌리티 혁신도 이끌 수 있는 적임자"라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박 후보자는 국토부에서 30여년간 있으면서 전문성을 인정받아 정권을 넘나들며 주택정책과장, 토지기획관, 건설정책관, 주택토지실장, 기획조정실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그야말로 '주택통'이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얼어붙었던 2012년엔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을 맡으며 규제 완화 등 시장 정상화 대책을 다수 추진했다. 현 부동산 시장도 침체가 지속하고 있는 만큼 업계는 박 후보자의 위기 돌파 능력을 기대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LH 사장에 임명되고 이듬해 문재인 정부로 교체된 이후에도 임기(3년)을 마쳤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으로 정권이 또다시 바뀌었음에도 이번 장관 후보에 올랐다. 정권을 막론하고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다.
LH 사장 취임 2년여 만인 2017년엔 LH가 공공기관 경영평가 A 등급을 받고 25개 기관장 평가에서도 최고 등급을 받았다. 조직을 아우르는 리더십 면에서도 높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그의 재임 이후 불거진 LH의 부정적인 이슈들은 인사 검증 과정에서 공격받을 수 있는 지점으로 꼽힌다.
투기 의혹 등에서는 자유로운 것으로 드러나 있다. 박 후보자의 한 측근은 "그는 1990년대에 경기도 산본에서 매수한 30여년 된 주공아파트 한 채만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이명박 정부 당시 권도엽 장관(2011년~2013년) 이후 10년 9개월여 만에 내부 출신 장관이 탄생하게 된다.
"집 걱정 덜어주겠다"…과연?
박 후보자가 국토부 장관으로서 취임하게 되면 당장 풀어야 할 숙제가 수두룩하다. 우선 집값 불안부터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된다. 박 후보자는 전날 지명 소감을 통해 "촘촘한 주거안정망 구축과 주거사다리 복원을 통해 국민들의 집 걱정을 덜어드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동안 뜨거웠던 집값은 지난해 금리 인상, 집값 고점 인식 등이 맞물리며 하락세를 타다가 올 6월부터(한국부동산원 아파트주간매매가격 전국 기준) 다시 꿈틀대기 시작했다.
이후 23주 동안 상승하다가 11월 넷째 주 전주 대비 0.01% 떨어지며 변곡점을 맞았다. 원희룡 장관도 지난 4일 국토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최근 부동산 시장에 대해 "하방 요인이 크다"고 짚었다. 시장의 침체가 얼마나 거칠게 올지 불확실성이 크다는 의미다.
그런 만큼 적정 수준에서 부동산 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게 차기 국토부 장관의 주요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선 주택 공급 기반 확보도 중요하다.
자재비 및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가 오르고 특정 지역에선 미분양 물량이 쌓이면서 주택공급이 위축되고 있다. 공공 부문부터 공급 기반을 닦아 민간 공급 위축을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쟁 싸움으로 번진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 재개도 차기 장관의 몫이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적기 개통, 부실 시공 사태 마무리 및 재발 방지 등도 주요 과제다.
진미윤 LH 토지주택연구원 정책지원단장은 "세계 경제 버블 후유증이 내년부터 본격화될 것"이라며 "내년 부동산 침체 등 경기 상황이 더 안 좋을 것으로 예상돼 국토부 장관의 역할이 기대되는 때"라고 봤다.
그는 "공급이 막혀있고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새로운 정책보다는 구멍 난 정책과 허덕이는 업계를 수습하고 진도를 나갈 수 있게 할 필요가 있다"며 "30년 넘게 한 길만 걸어온 주택 정책 전문가로서 위기를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채신화 (csh@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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