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뿌리"…설경구→박학기, '학전 어게인'으로 뭉친 이유(종합)

공미나 2023. 12. 5.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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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문 연 학전, 내년 3월 폐관
설경구·박학기 등 가수 배우 모여 공연 예정
내년 2월 28일~3월 14일 학전블루서 진행

가수 박학기가 '학전 어게인' 프로젝트 기자회견에서 학전과 김민기 대표에 대해 이야기했다. /학전

[더팩트 | 공미나 기자] "K팝이 눈부시게 성장할 수 있었던 그 시작에는 학전과 김민기 대표가 있었다."(박학기)

대학로 대표 소극장 학전이 내년 봄 문을 닫는다. 가수 김민기가 대표로 있는 이곳은 33년간 한국 대중문화계 산실 역할을 해왔다. 이곳의 폐관을 앞두고 가수와 배우들이 모여 학전의 뜻을 기리는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가수 박학기는 5일 오후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 한국음악저작권협회 KOMCA홀에서 열린 '학전 어게인' 프로젝트 기자회견에서 "학전 폐관을 막아달라고 소리지르는 게 아니다. '학전 어게인'은 학전에서 출발한 저희가 이렇게 잘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을 담은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이날 자리에는 박학기를 비롯해 작곡가 김형석, 작사가 김이나, 유리상자 박승화, 여행스케치 루카, 크라잉넛 한경록, 배우 설경구 방은진 배해선 장현성이 참석해 같은 목소리를 냈다.

1991년 3월 대학로에 문을 연 학전은 1세대 가요 콘서트,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올린 곳이다. 그러나 학전은 만성적인 재정난과 김민기 대표의 건강 문제가 겹치며 운영을 지속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김민기 대표는 현재 위암 투병 중이다. 이에 학전에서 싹을 틔운 문화예술인들이 뜻을 모아 '학전 어게인'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

박학기는 "학전은 아티스트들이 첫 발을 내딛을 수 있는 꿈의 장소였다"면서 "저희는 음악을 시작했고, 많은 연극인들도 배출됐다. 뿌리를 내리고 나무로 성장했다. 40~50대 분들은 김민기라는 사람의 노래를 들으며 가슴 뜨거운 경험이 모두 있을 거다"라고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학전 어게인' 프로젝트 기자회견에 박학기, 작곡가 김형석, 작사가 김이나, 유리상자 박승화, 여행스케치 루카, 크라잉넛 한경록, 배우 설경구 방은진 배해선 장현성이 참석했다. 사진은 박학기 배해선 장현성 설경구(왼쪽부터) /학전

학전은 수많은 가수와 배우들이 거쳐간 무대다. 고(故) 김광석은 이곳에서 세상을 떠나기 전 1000회 공연을 열기도 했다. 설경구 김윤석 황정민 장현석 조승우 등 쟁쟁한 배우들도 이곳에서 기틀을 다졌다.

설경구는 포스터를 붙이다 극단에 합류했으며 황정민도 한 때 학전에서 티켓 판매 역할을 한 적도 있다. "학전은 연기 경력 30년의 시작점"이라고 밝힌 설경구는 "이 자리에 오고 싶지 않았다. 반가운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라며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배우들이 뭘 해야 할지 아직 모르겠지만 함께 무대에 오르려 한다. 학전은 청년 문화의 상징적 가치가 있는 곳이다"라고 덧붙였다.

배해선은 "아무리 화려한 곳에 있어도 내가 처음 문을 열고 발을 떼고 그 자리로 돌아가게 만드는 곳이 학전"이라고 떠올렸다.

김민기 트리뷰트 앨범을 프로듀싱했던 김형석도 학전에서 김광석 동물원 등의 공연에서 건반을 치며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K팝이 글로벌하게 성공할 수 있었던 근간에는 김민기 형의 음악이 있었을 것"이라며 "의미 있는 음악과 공연이 펼쳐졌던 학전이라는 공간이 계속 유지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바랐다.

홍대를 중심으로 활동한 인디밴드 크라잉넛의 한경록도 90년대 중후반엔 대학로 소극장에서 공연을 펼쳐왔다. 그는 "그 당시 대학로는 낭만이 있다. 학전은 시대정신을 대표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1991년 3월 문을 연 학전은 경영난과 김민기(사진) 대표의 건강 문제로 폐관을 앞두고 있다. /학전

'학전 어게인' 프로젝트는 내년 2월 28일부터 3월 14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에 위치한 학전블루에서 진행된다. 김광석 다시 부르기와 김민기 트리뷰트를 비롯해 여러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우선 가수 27~8팀이 참여 의사를 밝혔으며 배우 설경구 황정민 등 배우들도 무대에 설 예정이다.

박학기는 "학전하면 빼놓을 수 없는 김광석 다시 부르기는 토요일에 2회에 걸쳐 여러 뮤지션과 함께 하려 한다. 공연 마지막 날은 김민기 트리뷰트를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또 유재하와 김민기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보니 유재하 가요제 출신 뮤지션이 모여 하루 무대를 꾸미는 것도 기획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학전 어게인' 공연은 내년 2월 28일부터 3월 14일까지 학전블루에서 열린다. /학전

소극장인 학전은 겨울엔 180명 정도가 수용 가능하다. 장소가 협소하다 보니 공연장에 많은 관객이 함께 할 수는 없다. 이와 관련해 배해선은 "예전에는 학전 앞에 잔칫집처럼 관객들과 배우들이 모여 시간을 기념하는 행사가 있었다. 이번에도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고 얘기했다.

장현성은 "'학전 어게인'은 각자의 인생에서 귀중한 시간을 돌이켜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모양 빠지지 않게 잘 준비할 테니 믿고 공연을 찾아달라"고 전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전해 들은 김민기 대표의 반응은 어땠을까. 방은진은 "김민기 대표가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고 계신다. 이 프로젝트를 듣고 김민기 대표는 '마음대로 해'라고 했다"면서 "김민기 대표가 '한 가지 바라는 건 학전블루 앞에 김광석 부조상이 있다. 건물주가 바뀌어도 그것 하나만은 남겨줬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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