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통은 움직여서 고친다" … 80%는 병원 안가도 돼요

기온이 뚝 떨어지고 쌀쌀해지면 혈액순환 장애로 척추질환이 잘 발생한다. 여름에도 잦은 야외활동과 무리한 허리 사용으로 척추질환에 쉽게 노출된다. 척추질환은 직립보행하는 인간에게 숙명이다. 네발로 걸어다니는 동물은 척추병이 없지만, 서서 또는 앉아서 생활하는 인간은 나이가 들수록 허리에 질환이 잘 생긴다. 우리나라는 5명 중 1명꼴로 매년 척추질환으로 병원을 찾는다. 척추병이 '국민병'인 셈이다. 척추를 해부학적으로 살펴보면 33개 뼈가 인대와 관절, 디스크에 의해 서로 연결되어 마디를 이루고 있다. 그 주위에는 두꺼운 근육이 둘러싸고 있어 척추 운동을 조절한다. 목에는 7개 뼈(경추), 등에는 12개 뼈(흉추), 허리에는 5개 척추뼈(요추)가 있다. 나머지 9개 뼈(천추 및 미추)는 거의 한 덩어리로 합해져 골반과 연결되어 있으며 꼬리뼈 역할을 한다.

요통은 진료나 X레이·MRI검사로 원인을 알 수 있는 '특이적 요통', 원인을 알 수 없는 '비특이적 요통'으로 나뉜다. 특이적 요통은 좌골신경통(엉덩이에서 발끝에 걸쳐 발생하는 통증)을 동반한 요추디스크나 요부척추관협착증, 부상에 의한 골절, 요로결석, 감염성 척추염이나 암 전이, 대동맥 박리 등 생명에 관련된 질병이 원인이 될 수도 있어 치료가 필요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요통은 움직여 고친다'를 주창해 주목받는 마쓰다이라 고(松平浩) 전 도쿄대 교수의 말을 인용해 "의사 치료가 필요한 특이적 요통은 요통 전체의 15%에 불과하다. 나머지 80% 이상은 심각한 원인 질환이 없고 X레이 등 화상검사를 해도 통증 원인을 특정할 수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보도했다.

비특이적 요통은 장시간 같은 자세를 취하거나 무거운 짐을 옮기는 등 물리적 부하에 의해 발생하는 '허리 자체의 불량(不良)'을 비롯해 심리적 스트레스가 더해져 나타난다.
예를 들어 앉은 채로 혹은 선 채로 같은 자세를 장시간 취하거나, 일상적으로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허리를 굽히거나 비틀거나 하는 동작을 자주 하면 척추를 구성하는 추골(椎骨·요추)이나 그 사이의 추간판(디스크), 심지어 주변의 추간관절, 근육 등에 부하가 걸린다. 그렇게 되면 추간판이 어긋나거나 관절 염증, 근육 경직으로 인한 혈류 부족 및 피로물질 축적과 같은 불편감이 생긴다. 추간판은 추골과 추골 사이에서 쿠션 역할을 한다.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도 괜찮은 이유는 추간판이 쿠션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추간판 중앙에는 수핵이라고 불리는 젤라틴 모양의 부드러운 조직이 있고, 수핵은 섬유륜이라는 단단한 조직에 둘러싸여 있다. 이 수핵은 자세나 동작에 따라 움직이기 쉽고, 주위의 섬유륜을 손상시켜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PC 작업이나 스마트폰을 조작할 때 등을 앞으로 숙이거나 새우등의 자세가 되기 쉽고, 그 자세를 오래 계속 취하면 중앙에 있던 수핵이 후방(등쪽)으로 이동하기 쉬워진다. 이와 반대로 장시간 서서 일하거나 걷기 등 허리가 젖혀진 상태가 계속되면, 수핵이 전방(배쪽)으로 이동하기 쉬워진다. 비스듬한 자세나 동작이 많아 허리 부하에 좌우 차이가 생길 경우에는 수핵이 옆으로 어긋나기도 한다. 이처럼 이동한 수핵은 주위 조직을 손상시켜 요통이 발생한다. 또한 무거운 짐을 들어 허리에 부하가 가해지면 척추 양쪽에 위치한 척추 기립근(근육)을 경직시켜 혈액순환이 나빠지고 통증이 생긴다.
마쓰다이라 교수는 수핵이 한쪽으로 쏠리거나 어긋나는 것은 '요통 빚(부채)'이라고 표현했다. 요통 빚이 쌓이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허리를 삐끗하거나 허리디스크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는 "허리를 오래 숙여 작업을 하거나 장시간 서서 일한다면 허리를 뒤로 젖혀 수핵의 어긋남을 자주 조정하여 빚을 쌓아 두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통의 종류는 섬유륜 등 허리조직이 손상돼 생기는 '허리통증', 신경자극에 의한 요부척주관협착증이나 요추디스크에 수반되는 '좌골신경통' 등 크게 두 가지이다.
최근 제3의 통증으로 '통각변조성(痛覺 變調性)'이라는 개념이 새롭게 확립됐다. 이는 심리적 스트레스가 촉발되어 뇌에 의해 생기는 통증을 말한다. 3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요통은 통각변조성 통증과 관련이 높다는 주장이다. 만성요통은 3개월 이상 지속되는 허리 통증을 말한다. 허리가 삐끗하는 급성요통은 대부분 며칠에서 1주일, 적어도 3개월 안에 좋아진다. 하지만 통증이 길어지고 만성화되는 환자도 있는데, 그 요인이 심리적 스트레스로 인한 통각변조성 통증이라는 얘기다.
뇌에는 본래 통증을 억제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허리통증 신호가 뇌에 전달되면 쾌감감정과 관련된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된다. 그러면 진통작용이 있는 오피오이드라는 물질이 방출돼 통증 신호를 뇌로 전달하는 경로가 차단되어 통증을 느끼기 어렵게 된다. 그러나 스트레스와 통증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이 계속되면 통증을 억제하는 도파민이 분비되지 않아 통증에 과민해지거나 통증이 오래 지속된다. 도파민 분비 저하는 정신을 안정시키는 세로토닌 호르몬 분비 저하로도 이어져 자율신경 균형이 깨지고 우울증이나 수면장애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 같은 악순환을 끊으려면 요통에 대한 불안이나 두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평소처럼 몸을 움직여 심리적 스트레스를 줄여야 한다. 이와 함께 올바른 자세와 함께 평소 한 가지 자세를 오래 취하지 말고 틈틈이 스트레칭을 해 '요통 빚'을 줄여야 한다.
요통이 발생하면 대개 하루이틀 정도 참아본다. 그래도 아프면 집이나 회사에서 가까운 병의원을 찾게 된다. 그러나 환자들은 어느 병원, 어느 진료 과목으로 가야할지 헷갈린다.
척추질환을 주로 보는 의료기관은 정형외과, 신경외과, 마취통증의학과, 재활의학과, 한방병원(한의원) 등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척추관절치료를 표방하는 병의원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 과잉수술 및 시술로 논란이 되고 있다.
척추질환 치료법은 의사 성향, 병원 철학에 따라 다르다.
대학병원 및 언론에 자주 노출된 의사라고 실력이 있지도 않다. 의술은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진료(진단)를 받은 병원에서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면 다른 병원에서 크로스체크(2차 소견·Second Opinion)를 한번 더 받아볼 필요가 있다. 요통으로 병의원을 찾았을 때는 추간판이 찢어져 수핵이 많이 흘러나와 통증이 가장 심하고 X레이나 MRI를 찍어보면 당장 수술이나 시술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말에 당할 수 있다.
미국 병원은 대부분 스파인(척추)센터가 있어서 다양한 전문의가 협진을 통해 수술 여부를 진단하지만 우리나라는 의사 1명이 수술진단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수술은 일단 해버리면 원상태로 복구하기 힘들고 수술해도 부작용이나 재발이 나타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 그러나 배변·배뇨 장애를 비롯해 감각마비, 운동마비가 동반된 경우라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이제는 100세까지 살아야 하기 때문에 삶의 질을 위해 필요하면 수술을 기피할 이유가 전혀 없다. 물론 척추수술은 수술 후에도 계속 움직여야 하는 인간의 속성상 후유증 및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척추수술은 완치가 아니라 통증 원인을 제거해준 것에 불과하다. 오래된 집은 대들보가 무너지듯이 척추 역시 나이가 들면 수술 부위 외에 또 다른 부위에서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수술 후 수년이 지났는데 요통이 찾아오면 수술이 잘못됐다고 의사를 탓하는 경우가 있지만, 다른 부위에 요통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척추수술(시술)은 최근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허리디스크는 수술하지 않고 저절로 좋아지지만, 척추관협착증은 보존적 치료와 함께 수술 또는 시술(비수술)로 치료한다.
척주관협착증 초기에는 약물치료·물리치료·운동치료 등을 시작한다.
통증이 심하고 보행에 장애가 있다면 신경주사치료를 한다. 신경주사치료는 스테로이드와 유착박리제를 신경 주위에 주사해 신경 부종(염증)을 감소시켜 통증을 완화시키는 방법이다.
뼈돌기가 튀어나오거나 황색인대가 두꺼워져 협착증이 심해진 경우와 신경뿌리가 엉겨 붙어(유착) 있는 경우에 신경주사치료는 효과가 없다. 이런 경우는 꼬리뼈로 플라스틱 카테터(관)를 넣어 유착을 뜯어내는 신경성형술이나 풍선신경성형술을 시행한다.
신경뿌리 염증만 치료하는 신경주사치료와 달리 카테터의 탄력과 풍선을 이용해 직접 유착을 박리한 후 신경뿌리의 염증을 치료하므로 더욱 효과적이다. 그러나 황색인대가 두꺼워져 척주관이나 추간공이 막혀 있다면 이 방법으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신경유착을 뜯어낼 수는 있지만 두꺼워진 인대를 제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척주관을 넓혀 주기 위해 뼈를 자르고 나사못을 박는 수술을 시행한다. 하지만 당뇨·심장병 등 질환을 앓는 고령자는 전신마취가 필요한 큰 수술이 두려워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협착증 환자들도 추간공성형술이 문동언 문동언마취통증의학과의원 대표 원장(가톨릭의대 명예교수)에 의해 개발되어 시술이 가능해졌다. 추간공성형술은 끝이 구부러진 기구를 추간공 뒤쪽으로 삽입해 시술하므로 앞쪽으로 지나가는 척수신경의 손상을 피하면서 두꺼워진 황색인대와 추간공 인대만을 골라 긁어낼 수 있다.
척추질환을 예방하고 재발을 막으려면 반듯한 자세와 적정체중을 유지하는 게 좋다. 또한 허리 코어 근육은 척추의 퇴행을 막는 효과가 있으므로 등이나 허리 주변, 복부 근육을 꾸준히 강화시키기 위한 근력운동이나 스트레칭이 매우 중요하다. 겨울철이나 환절기에 척추질환이 많이 생기지만 근본 원인은 근력저하 또는 근감소증이다.
근육의 양은 30세쯤 정점에 달하고 40세 이후 해마다 1%씩 감소해 평균 수명에 해당하는 80세가 되면 절반으로 줄어든다.
근력운동은 어깨와 허리, 가슴, 복부, 다리 등 주요 근육을 골고루 발달시켜 주는 아령 및 덤벨 들어올리기, 헬스클럽의 부위별 근력강화, 요가 등이 좋다. 유산소 운동으로 추천되는 걷기, 자전거 타기, 조깅, 러닝머신도 근력운동에 좋다. 일상 생활에서도 담요 들어올리기, 일어서기, 팔굽혀펴기, 계단 오르내리기 등으로 근육을 얼마든지 단련할 수 있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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