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전세사기 특별법 평행선..."피해자 우선 구제" vs "형평성 문제"
여야가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 특별법) 개정 논의를 앞두고 핵심 쟁점인 '선(先) 구제 후(後) 구상'에 대한 여전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야당에서는 공공기관이 피해 임차인의 보증금반환채권을 매입해 피해자를 우선 구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정부와 여당은 해당 방안이 형평성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상대로 한 현안질의에서"전세사기 특별법을 시행해 보니 금융 지원도 잘 안되고, 우선매수권 같은 경우에도 피해자들이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언제 권한을 행사할지를 두고 어려워한다"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폐주택을 매입해 임대로 쓰겠다는 대책도 실제 진행되는 것은 한 건도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피해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있다"면서 "장관 임기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통 크게 선 구제 후 구상권 청구를 받아들이시는 게 어떻겠나. 최소한 최우선변제금만큼이라도 좀 협조를 해주시는 게 어떨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한국도시연구소가 진행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현재 피해 전세보증금 평균이 약 1억3000만원인데 앞으로 최대 3만명의 피해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분들에게 보증금 50%를 돌려준다고 하면 1조9500만원이 필요하다. 즉 2조원만 있으면 피해자 3만명을 모두 구제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지금 대위변제하듯이 2~3년 후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70% 수준으로 주택을 되팔면 오히려 20%의 수익을 남길 수 있다"며 "이 합리적인 방안에 대해 좀 적극적으로 검토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여당에서는 부정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특별법 제정 당시 민주당도 정부가 세금으로 개인 간의 계약으로 인해 발생한 채무를 다 변제해주는 것은 맞지 않다는 데 동의를 했다"면서 "왜냐하면 형평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개인 간의 사기에 대해 국가가 보상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게 국민 여론이었다"고 주장했다.
원 장관도 보증금 반환 채권매입을 통한 선 구제 방안에 대해 "기존의 시스템을 손상하지 않으면서 접근하려다 보니 선택이 제한되기는 하겠지만, 조금이라도 지원을 두텁게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는 고민을 열어두겠다"며 에둘러 반대의 뜻을 밝혔다. 다만 최우선변제금 조정에 대해서는 "요건이 좁고, 보장 금액이 적은 것에 대해서는 우리 국가적인 큰 빈틈이라고 생각한다"며 여지를 남겨뒀다.
여야는 피해자 인정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거나, 피해지원 사각지대를 보완해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대를 나타냈다. 원 장관도 "기존 대책으로는 지원이 어려운 다가구·신탁사기 등의 사각지대가 발생했고, 피해자 상황을 고려한 섬세한 제도 설계가 부족했던 점들도 드러났다"며 "매입임대·전세임대·대체 공공임대로 이어지는 수요자 맞춤형 3단계 주거지원 체계를 구축해 피해자들의 수요에 부응하겠다"고 밝혔다.
허 의원 안은 피해자가 선순위 저당 채권의 매입을 요청하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이를 매입할 수 있도록 했고, 해당 주택의 경매를 신청하지 않거나 이미 경매가 신청된 경우에는 이를 취하하도록 했다. 심 의원 안은 HUG 등에서 보증금반환 채권을 매입해 피해자를 지원하도록 했고, 다가구주택의 경우 피해자들 가운데 2분의 1의 동의가 있으면 공공 매입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외에 맹성규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는 임차 보증금 5억 한도 기준 삭제하거나 악성 임대인의 명단을 공개토록 하는 내용이,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 안에는 임대인의 회생이나 파산 등에 따른 경매에도 유예 및 지원 서비스를 확대 적용하는 등의 방안이 포함됐다.
한편 전세사기 특별법은 지난 6월1일 시행된 이후 9109명을 피해자로 결정해 3799건을 지원했다. 특별법상 피해자로 인정받은 이들은 경매·공매 우선매수권 행사 권한과 낙찰 주택에 대한 구입자금 대출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낙찰할 형편이 되지 않는다면 우선매수권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양도한 뒤, LH가 경매에서 낙찰한 주택(공공임대)에서 거주할 수 있다.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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