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야 나무야, 큰 나무야’…지자체들 ‘나무의 재발견’
영암 800살 느티나무 아래서 ‘들녁 음악회’
나주는 891그루 보호수 품은 이야기 발굴
신안도 실태조사…“지역 특별한 콘텐츠로”
느티나무 한 그루가 황금빛으로 일렁이는 너른 들판을 품었다. 국립공원 월출산 자락인 전남 영암군 서호면 엄길마을의 느티나무는 800살이 넘는다. 높이 23m, 가슴 높이 둘레는 8.4m에 이른다. 두 갈래로 자란 나무의 가지와 잎이 달린 ‘수관’은 지름이 20m나 된다.
마을을 지키는 당산나무로 주민들을 지켜왔던 이 느티나무 아래에서는 지난 10월18일 ‘들녁 음악회’가 열렸다. 큰 나무가 드리운 그늘 아래에서 200여명의 사람들은 황금 들판과 월출산을 배경으로 특별한 음악회를 즐겼다.
음악회는 지역 숨은 자원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는 평가를 받았다. 들녁 음악회를 기획한 천동선 영암문화관광재단 프로듀서는 5일 “나무와 들녘, 월출산이 더해진 무대는 어디에도 없다”면서 “숨겨진 자원을 활용해 훌륭한 행사를 치러낼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전남 지역 지자체들이 지역의 ‘오래된 나무’들에 주목하고 있다. 수백년 동안 지역을 지키며 주민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 왔던 나무들의 이야기를 새로운 문화 콘텐츠로 개발하고 있다.
나주시는 지역의 보호수와 노거수, 천연기념수목 등 나무에 얽힌 이야기를 발굴하고 있다. 시는 ‘나주시 보호수 등 조사연구 용역’을 통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조선시대 주요 도시였던 나주는 전국적으로도 보호수가 가장 많은 곳이다. 4105그루의 전남 지역 보호수 가운데 891그루가 나주에 있다.
금성관 뒤편 700년 쌍둥이 은행나무, 나주 목사내아 벼락 맞은 팽나무, 나주읍성 내 이로당 400년된 명품 해송, 왕곡면 송죽리 동백나무, 공산면 상방리 호랑가시, 다도면 토종 배나무, 불회사 연리지 등이 유명하다.
시는 대대로 기록이나 구전으로 전해오는 나무에 얽힌 전설, 민담, 설화 등을 발굴해 특색있는 관광·문화콘텐츠로 개발할 방침이다. 읍·면·동에 있는 보호수를 데이터화하고 대표 수목을 선정해 테마지도와 이야기책, 전자책 등으로 제작할 계획이다.
윤병태 나주시장은 “나주의 보호수는 주민들의 숨결과 애환, 유구한 역사가 담겨있어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중요한 문화 콘텐츠”라며 “나무들이 갖고 있는 역사적 가치를 발굴하고 특색있는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섬으로 이뤄진 신안군도 섬마다 특색있는 오래된 나무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해 최근 ‘신안군 보호수 분포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간했다. 신안에는 117그루의 보호수가 있다.
하지만 그동안 보호수에 대한 대한 체계적인 생태자료가 없었다. 방치된 나무들도 있다는 것을 알게된 군은 정밀 조사를 통해 효과적인 관리 방안 마련에 나섰다. 이번 조사를 통해 신안지역 각 섬에 분포해 있는 보호수의 수와 위치 등이 모두 파악됐다.
보호수로 지정된 나무들의 수종은 팽나무·느티나무·소나무·곰솔 등 11종류에 달했다. 이 중 팽나무가 전체 보호수의 82%인 96그루로 가장 많았으며, 소나무(6그루), 느티나무(5그루) 순이었다. 팽나무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잘 자란다.
신안군은 보호수 실태조사 자료를 각종 홍보자료로 제작한다는 계획이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신안 보호수 가치를 자료화해 특색있는 생태관광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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