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프림은 시작일 뿐…'스트리트 패션' 격전지로 뜨는 한국 [양지윤의 왓츠in장바구니]
해외 프리미엄 스트리트 브랜드들의 한국 진출이 줄을 잇고 있다. 기진출한 노아·슈프림·스투시와 ‘4대 스트리트 브랜드’로 꼽히는 팔라스도 조만간 국내에 상륙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코로나 이후 가속화된 패션 시장의 캐주얼화(casualizing)로 스트리트 패션의 인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한국이 주요 패션 시장으로 부상하면서 국내 진출을 고려하는 해외 스트리트 브랜드들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압구정에 매장 오픈 잇달아
5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의 압구정 로데오 상권을 중심으로 해외 유수의 스트리트 브랜드들이 매장을 속속 내고 있다. 이미 오래전 한국에 들어온 스투시(Stussy)의 단독 오프라인 매장인 ‘스투시 서울 챕터’ 인근에 지난 8월 미국의 스트리트 브랜드 슈프림(Supreme)이 국내 첫 공식 매장을 연 게 대표적이다.
무신사의 자회사 무신사트레이딩이 들여온 노아(NOAH)도 도산공원 근처에 전세계 5번째 플래그십 매장인 ‘노아 시티하우스’를 열었다. ‘영국의 슈프림’이라 불리는 팔라스(Palace)의 한국 진출도 임박했다. 팔라스 매장도 인근에 들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해외 유명 스트리트 브랜드들이 잇달아 한국에 데뷔하는 건 스트리트 패션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리셀·직구 등의 방법으로 국내에 들어오지 않은 브랜드의 제품들을 구매할 정도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독특한 철학과 디자인에 열광하는 젊은 팬덤이 생겨난 데 더해 코로나 이후 정장 수요가 줄어들면서 스트리트 패션 시장이 급격히 커졌다는 분석이다.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은 “슈프림과 루이비통의 협업 등 스트리트와 명품 브랜드의 컬래버레이션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스트리트 브랜드의 위상이 더욱 높아졌다”며 “또 특정 날짜나 시간대에 제품을 한정적으로 출시하는 드롭 마케팅이 희소성으로 이어지면서 특별함과 독특함을 원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소비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한국 소비자 만나고 싶었다”
스트리트 브랜드들의 활발한 한국 진출은 그만큼 한국이 글로벌 패션 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정제된 디자인으로 ‘어른들을 위한 스트리트 브랜드’로 불리는 미국의 노아가 세 번째 진출국으로 한국을 점찍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동안은 해외 패션에 대한 수용도가 높은 일본이 아시아의 대표적인 시장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몇 년 새 한국 시장이 빠르게 부상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노아의 창립자인 브랜든 바벤지엔과 에스텔 베일리 바벤지엔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한국 시장은 활기차고, 사람들의 스타일도 좋다. 그런 만큼 미국에 있는 작은, 신생 브랜드에도 관심이 높다”며 “한국 소비자들은 우리 브랜드를 이해해주고, 우리가 하는 일에 따뜻한 관심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브랜든 바벤지엔 디렉터는 노아의 한국 진출이 매출 때문만이 아닌, 한국 소비자를 만나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그만큼 한국 시장의 중요도가 높아졌다는 의미다. 그는 “한국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은 없다”며 “한국 소비자들이 노아라는 브랜드를 발견하고, 다가오게끔 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노아가 파트너사로 무신사를 선택한 것도 한국 소비자들에게 브랜드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브랜든 바벤지엔 디렉터는 “노아라는 브랜드를 완전히 경험하려면 백화점 등 몰에 입점하는 형태가 아닌, 노아만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봤다”며 “무신사는 우리의 철학을 이해해준 곳”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무신사가 수입·유통하는 해외브랜드 중 단일 플래그십을 오픈한 브랜드는 노아가 처음이다. 이는 커버낫·디스이즈네버댓 등 국내 1세대 스트리트 브랜드의 성장을 함께 한 무신사의 스트리트 패션에 대한 이해도가 뒷받침됐기 때문이기도 하다는 분석이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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