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밖 러군 맞힌 50대 우크라 저격수…"풍속과 지구자전까지 계산"

김성식 기자 김민수 기자 2023. 12. 5.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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뱌체슬라프 코발스키(58) WSJ에 실명 공개…남부 헤르손서 비공식 세계신기록
발사부터 탄착까지 9초 "산술적으로 맞아"…"장거리 사격, 기술보다 운이 중요"
지난 9월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에서 우크라이나군 제3 돌격여단 소속 저격수가 수풀 속에 몸을 위장한 채 총기를 겨누는 모습이다. 2023.9.7.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김민수 기자 = 무려 3.8㎞ 밖에 있던 러시아군을 명중시킨 것으로 알려진 우크라이나 저격수가 사살 보름 만에 자신의 실명을 공개했다. 그는 장거리 사격 부문에서 비공식 세계 신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풍속은 물론 지구 자전 속도까지 계산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뱌체슬라프 코발스키(58)는 4일(현지시간) 게재된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를 통해 지난달 18일 우크라이나 남부 전선에서 러시아군 장교 1명을 사살한 일화를 소개했다. WSJ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의 방첩부서에 속한 코발스키는 같은 부서의 동료 1명과 함께 당시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에서 한 무리의 러시아 병사들이 벌목하는 모습을 포착했다.

코발스키는 병사들 계급이 너무 낮은 탓에 이들이 실탄을 격발하진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몇시간 뒤 다섯 명의 러시아군이 추가로 현장에 나타났고 이 중 한명은 다른 병사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장교임을 간파한 그는 레이저를 사용해 적군이 2.5마일(약 3.8㎞) 밖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먼 거리였지만 코발스키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격발 당시 상황을 담은 영상에는 한 장병이 두팔을 벌리며 곧바로 쓰러지는 모습이 담겼다. 다른 이들은 모두 줄행랑쳤다. 코발스키는 "그가 살아남았을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발사 후 탄착까지 걸린 시간은 9초였다.

미국의 총기 전문가 브래드 밀라드는 산술적으로 3.8㎞ 거리의 목표물까지 총알이 날아드는 시간은 9초가 맞다고 분석했다. 지난 2017년 캐나다 엘리트 특수부대 저격수가 이라크에서 세운 2.2마일(약 3.54km) 기록을 뛰어넘은 것이다. 코발스키가 비공식 세계 신기록을 수립했다는 소식이 우크라이나 보안국을 통해 전해지자 우크라이나 장병과 국민들은 그를 '전쟁 영웅'으로 추켜세웠다.

지난해 1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에서 우크라이나군 저격수들이 설원 속에 몸을 위장한 채 사격 훈련을 하는 모습. 2023.1.19.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코발스키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조준을 앞두고 전문 소프트웨어와 기상 데이터를 토대로 바람의 영향으로 총알이 200피트(약 60m)가량 표적에서 이탈할 것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장거리 사격인 만큼 지구의 자전 속도와 곡률도 고려해야 했다. 총알이 본래 위치에 도달할 때쯤이면 목표물은 이미 지구의 자전 궤도를 따라 이동한 이후이기 때문이다.

이를 종합해 코발스키는 1000피트(약 300m) 가량 소총 조준점을 조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첫번째 격발에선 총알이 목표물을 빗겨나갔다. 풍속을 잘못 계산한 탓이다. 코발스키는 재빨리 소총을 다시 장전한 뒤 표적을 명중시켰다. 그는 "바람은 실시간으로 변하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재사격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3.8㎞가 넘는 사격 거리는 어디까지나 코발스키 측 주장일 뿐 제3자에 의해 객관적으로 확인된 건 아니다. 따라서 공식 기록으로 인정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전직 미 해병대 사격 교관인 스티브 월시는 WSJ에 "재래식 사격은 정량화하기 어려운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사격거리 1.3㎞ 이상부터는 기술보다 운이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쓰러진 러시아군이 코발스키가 쏜 총탄을 맞고 사살된 것인지도 여전히 불분명한 상황이다. 밀라드는 우크라이나 보안국이 어떻게 장교의 사망을 확신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코발스키가 우크라이나군의 최정예 저격수란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고 WSJ는 전했다. 코발스키는 이전에도 '킹 오브 투 마일스'(King of two miles) 등 미국과 유럽에서 열린 장거리 사격 대회에서 여러번 우승을 차지한 베테랑 군인이다.

저격에 사용된 무기는 우크라이나에서 자체적으로 제작된 '로드 오브 더 호라이즌'(Lord of the Horizon)이라는 소총으로 확인됐다. 해당 소총은 최대 유효 사거리가 약 2.5㎞이며, 최대 발사 속도는 분당 8발이다. 개머리판을 전부 펼쳤을 경우 소총의 길이는 182㎝에 달하며, 접었을 때는 152㎝다.

한편 2009년 아프가니스탄에서 2명을 사살해 장거리 사격 관련 공식 기록을 경신한 영국의 저격수 크레이그 해리슨은 앞서 자서전을 통해 영국군이 본인 동의 없이 자신의 실명과 활약상을 공개하는 바람에 '무거운 왕관'을 써왔다고 토로했다. 아프간 무장단체 탈레반에 우호적인 이들로부터 자신과 가족들이 생명에 위협을 받았다는 얘기다. 반면 코발스키는 자신이 러시아군을 사살한 사실과 함께 실명이 알려진 데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가 제작한 저격소총 '로드 오브 더 호라이즌'(Lord of the Horizon)의 모습(페이스북 갈무리). 2023.11.21.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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