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세형이 왜 안 팔리는 시집을 냈냐고? 가장 솔직한 놀이 ‘별의 길’[종합]

이하나 2023. 12. 5.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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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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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글 이하나 기자/사진 표명중 기자]

양세형이 어릴 때부터 즐겼던 놀이가 ‘별의 길’이라는 한 권의 시집으로 탄생했다.

12월 5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는 양세형의 첫 시집 ‘별의 길’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어렸을 때부터 단어들을 조립하여 감정을 표현하는 놀이를 즐겼다는 양세형은 오랫동안 써왔던 자작시들을 엮어 첫 시집을 발간했다. 까불고 유쾌한 이미지가 강한 양세형의 시집 발간이 의외의 일처럼 보이지만 그동안 양세형은 후배 개그맨들인 엔조이커플 손민수, 임라라 결혼식에서 축시를 낭독해 100만 조회 수를 기록하는가 하면, SBS 예능 프로그램 ‘집사부일체’에서 시집의 표제시가 된 ‘별의 길’을 즉석에서 쓰고 낭독해 큰 화제를 모았다.

양세형은 “절대로 시를 잘 쓴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가끔씩 주변 지인에게 짧은 글을 선물해주면 많이 좋아해주더라. 방송에서 즉석 미션으로 ‘별의 길’을 쓰게 됐는데 감사하게도 많은 분이 좋아해주셨고, 시 선물을 요청하는 분들이 늘었다. 몇 년 전부터 멋진 마흔 살 되기를 실천 중이었는데, 그 중 하나로 미천한 시집을 내게 됐다”라고 말했다.

방송에서의 모습과 달리 여리고 감성적인 면이 있다는 양세형은 “어렸을 때 동네가 워낙 시골이다 보니 놀거리도 없고, 혼자 어떤 장면이나 모습을 봤을 때 여러 감정이 떠오르는데 표현이 안 되는 것들이 있었다. 머릿속에서 생각한 단어들을 하나씩 이해하려고 쓰다 보니 그런 것들이 제 나름대로 ‘내가 바라본 모습이 이런 모습이었구나’ 이런 걸 알게 됐다. 그때부터 저혼자 글 쓰는 놀이를 했다”라고 말했다.

어린 시절 써둔 두 권의 시노트를 집 화제로 잃어버렸다는 양세형은 신문지, 도배일을 하신 어머니가 남겨주신 도배지 등에도 시를 썼다. 학교에서 열린 글 쓰기 대회에서는 선생님에게 ‘어디서 베낀 것 아니냐’라고 의심받고 혼난 적도 있었다고.

그만큼 양세형은 사람들이 시를 어려워하지 않고 가까이하며 읽고 쓰고, 아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별의 길’을 집필했다. 시집에 실린 88편의 시도 자신의 수능 점수(400점 만점) 88점에서 떠올린 아이디였다고.

쉬운 언어로 쓴 이유를 묻자 양세형은 “제가 아는 것 중에 제일 똑똑한 말로 쓰려고 했는데 그게 쉬운 말일 줄 몰랐다”라고 능청스럽게 말하며 “시집을 보시면 순수한 면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돌이켜 생각하면 어릴 때 배웠던 단어들이 제일 예쁜 것 같더라. 다행히 그 단어들은 잊지 않고 있어서 어른이 되면 될수록 배우는 단어들이나 말들이 더 어려워지고 힘든 단어들이 있는 것 같았다. 이 시집에 있는 단어는 초등학생, 유치원생들도 이해할 수 있는 단어로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어려운 말 하나 없이 단정하고 깨끗한 일상어로 쓰인 시집에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코미디언의 기쁨과 슬픔, 일상 풍경에서 양말 한 짝, 구름 한 점을 보고 상상한 재치 있고 애틋한 시들이 가득하다. 공교롭게도 ‘별의 길’ 출간도 아버지의 생신이라 의미를 더했다.

양세형은 “제가 고집도 세고 어떤 생각을 할 때 결정을 잘 못하는 스타일인데 딱 한 사람, 아버지의 이야기는 들었다. 아버지는 말씀이 없으셨지만 따뜻하고 좋은 분이었다”라며 “신기하게도 아버지가 주신 선물인 것처럼 맞춘 게 아닌데 12월 4일이었다. 아버지가 하늘에서 지켜봐주시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라고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이어 “아버지 생신을 맞아 어제 어머니, 동생과 식사를 했다. 어머니가 살짝 보시다 덮으시더라. 슬픔이 올라와서 집에서 읽으려고 하신 게 아닐까. 아버지가 보시면 시 잘 쓴다는 얘기는 안 하실 것 같다. TV를 보실 때든, 신문을 보실 때든 제 책을 올려두고 계실 것 같다”라며 “동생도 아버지 관련된 시를 보면서 아마도 울지 않을까. 아직 시가 어떻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라고 덧붙였다.

출간된 첫 책을 자신에게 선물했다는 양세형은 “인쇄소 들어가기 전날 ‘괜히 했나?’라는 생각도 했다. 나의 재미난 놀이지만 나의 감정을 표출하는 수단 중 하나인데 이렇게 시집으로 출간돼서 평가받게 되고, 잘해 오던 것을 못하게 될 것 같은 두려움이 있었다”라면서도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하는게 아니라 나 자신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하던 대로 하려고 한다. 지금도 계속 시를 쓰고 있다”라고 털어놨다.

‘멋진 마흔 살 되기’를 목표로 여러 계획들을 실행시키고 있다는 양세형은 “‘서른 즈음에’도 있지만 서른이 되면 뭔가 아저씨가 되는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마흔 살이 과거의 서른 즈음인 것 같다. 마흔 살이 돼서 스스로 비굴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했다”라며 “자격증도 따고, 오래 달리기로 최근에 자체 신기록도 달성했다. 목표의 80% 정도는 이뤘다. 꿈이었던 억 단위 기부도 해봤다. 내년이 바로 마흔살이었는데 한 살 연장돼서 내년에도 많은 것을 해볼까 생각 중이다”라고 답했다.

자신에게도 여러 면이 있다는 양세형은 "이런 모습도 있고 방송에서 까부는 모습도 있다. 사람은 누구나 천개 이상의 페르소나가 있는데 인정하지 않으면 거기서 우울감이나 정신질환이 온다는 얘기를 들었다. 저도 그렇지만 많은 분이 ‘까부는 줄 알았는데 진중한 모습이 있네?’면서 이런저런 모습이 있다는 걸 봐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양세형은 시에 대해 쉽고 편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되기를 희망했다. 양세형은 “글을 쓰는 분들이 아니어도 누구나 이런 글을 쓰고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어느 순간 누군가 시를 쓰면 약 올리고 비아냥거리는 느낌이 있다. 그래서 더더욱 사람들이 짧은 글, 시를 기피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제 이야기를 들으시는 분들이나 책을 보는 분들부터도 닭살 돋는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이 사람이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나도 이런 좋은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라며 “쑥스러운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앞으로는 시 코너에도 사람들이 모여서 시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한편 양세형은 별의 길‘ 인세 수익금 전액을 위기에 빠진 청소년들을 돕는 등대장학회에 기부할 예정이다.

뉴스엔 이하나 bliss21@ / 표명중 acep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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