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6년전 강원 인제 수돗물서도 기준치 넘는 발암물질···기준치 육박도 300여건

김기범 기자 2023. 12. 5.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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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암물질 ‘총트리할로메탄’ 검출
7년간 0.08㎎/ℓ 넘는 사례 293건
먹는 물 기준 강화 필요성 제기도
맹승규 세종대 교수는 5일 국회에서 열린‘국민 건강 확보를 위한 수돗물 내 소독부산물 현황 및 수질 개선 정책 토론회’에서 총트리할로메탄 기준치 초과 사례를 공개했다. 맹승규 세종대 교수 제공.

2017년 강원 인제 수돗물에서도 기준치를 넘는 발암물질 총트리할로메탄(THMs)이 검출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기준치에 육박하는 총트리할로메탄이 검출된 사례도 300여건에 달했다.

맹승규 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 건강 확보를 위한 수돗물 내 소독부산물 현황 및 수질 개선 정책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서 2015~2021년 사이 국내 수돗물의 총트리할로메탄 농도를 분석한 결과 기준치에 육박하는 농도를 총 293건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물포럼, 국가물관리위원회, 대한상하수도학회 등이 주최했다.

앞서 맹 교수는 지난 10월26일 열린 한국물환경학회·대한상하수도학회 공동포럼에서 대구광역시와 경북 고령군에 공급하는 수돗물 일부에서 기준치를 넘는 발암물질 총트리할로메탄이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총트리할로메탄은 클로로포름, 브로모디클로로메탄, 디브로모클로로메탄, 브로모포름 등을 합해서 부르는 용어다. 수돗물을 소독하는 염소가 물속 유기물질, 즉 오염물질과 만나면 총트리할로메탄 같은 부산물이 발생한다.

맹 교수는 국가상수도정보시스템에서 내려받은 2015~2021년의 총트리할로메탄 농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강원 인제에서도 2017년 4분기에 기준치를 넘어선 농도가 2차례 확인됐다고 밝혔다. 인제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사례는 수도꼭지에서 검출된 0.151㎎/ℓ와 정수장 가압펌프장의 0.126㎎/ℓ 두 건이다. 총트리할로메탄의 국내 먹는물 수질 기준치는 0.1㎎/ℓ다.

5일 오전 국회에서 수돗물의 발암물질 총트리할로메탄을 주제로 국회물포럼과 국가물관리위원회, 대한상하수도학회가 주최한 ‘국민 건강 확보를 위한 수돗물 내 소독부산물 현황 및 수질 개선 정책 토론회’. 맹승규 세종대 교수(왼쪽)는 이날 국가상수도정보시스템을 이용해 분석한 총트리할로메탄 기준치 초과 사례를 공개했다. 김기범 기자

맹 교수에 따르면 지난 7년간 기준치 0.1㎎/ℓ와 같은 수치가 나온 건도 7건에 달했다. 한국보다 엄격한 미국 기준치(0.08㎎/ℓ)를 넘은 곳은 284건에 달했다. 구체적으로는 0.09~0.099㎎/ℓ가 51건, 0.08~0.089㎎/ℓ가 233건이다.

발제자로 참석한 한승철 한국수자원공사 수도관리처 부장은 “강원 인제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사례가 있었지만 재검사에서는 기준치 이내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맹 교수는 “기온이 높을수록, 정수장에서 수도꼭지까지 거리가 멀수록 소독제로 쓰이는 염소와 유기물질 반응이 늘어나면서 총트리할로메탄이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수조에서 수돗물이 나오는 아파트 등은 농도가 더 높을 수 있다는 의미다. 실례로 지난해 7월 경남 창원 진해구에서는 수도꼭지에서 나온 수돗물의 총트리할로메탄 농도가 0.054㎎/ℓ로, 정수장(0.029㎎/ℓ)보다 높았다.

맹 교수에 이어 발제를 맡은 이윤호 광주과학기술원 교수는 ‘안전한 소독부산물 관리기술의 해외동향’에 대해 발표하면서 “총트리할로메탄 농도가 높은 물에 노출된 집단에서 방광암 발생이 통계적으로 높은 것이 여러 역학 조사에서 보고된 바 있다”고 밝혔다.


☞ [단독]대구·경북 수돗물서 기준치 초과 발암물질···낙동강 ‘먹는물 위협’ 현실화
     https://www.khan.co.kr/environment/climate/article/202310261738001

토론자로 참석한 권지향 건국대 교수, 손진식 국민대 교수 등 물 분야 전문가들은 총트리할로메탄 국내 기준치를 미국 수준으로 강화할 필요성에 공감했다. 조우현 서울시 상수도연구원 과장은 “먹는물 수질기준을 넘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서울시는 정수장의 (총트리할로메탄) 관리기준을 먹는물 수질기준보다 강한 0.04㎎/ℓ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토론자로 나선 배연진 환경부 물이용기획과장은 “국립환경과학원과 계획을 세워서 내년에 모니터링을 추진할 것”이라며 “정수장에서 농도가 높게 나오면 말단(수도꼭지)으로 갔을 때 더 높아지지 않겠냐는 우려가 많이 나오는데 기준치를 초과할 우려가 있는 지역의 현황을 파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배 과장은 “낙동강 유역 등의 대책으로 지역 사회와 논의를 통한 취수원 다변화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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