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회사가 어렵다"며 사표 요구하는데 받아들여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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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인사과 이사님이 '회사가 힘드니 이제 그만하자'라고 했어요. 생각해 보고 다음 주까지 말해달래요. 어떻게 하라는 거죠?" 직장인 A 씨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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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인사과 이사님이 '회사가 힘드니 이제 그만하자'라고 했어요. 생각해 보고 다음 주까지 말해달래요. 어떻게 하라는 거죠?" 직장인 A 씨가 물었다.
"퇴사하면 후회하겠어요? 다음 직장 구할 여유는 있고요?"라고 반문했다.
직장인 A 씨는 말을 이었다. "어떻게 해야 해요? 저 그만두라는 거예요?".
직장인 A 씨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는데, 이사님은 기회를 줄 테니 "다음 주까지 고심한 끝에 퇴사를 결정해 와라"라는 말을 에둘러한 것이 분명했다. 끝까지 다 말하지 않아도 눈치 빠른 직원이니 알아들으라는 말이었다.
A4용지에 사직서라고 큼지막하게 제목을 적고. 사직일은 협의, 이름은 A 씨, 깊고 진한 서명을 해서 제출하면 마지막까지 예쁘고 착한 직원으로 이사님의 기억에 남길 수 있다. 반대로 제출하고 며칠 후, 침대에 누워 이불킥을 날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항할 모든 수단을 포기하는 사직서는 함부로 제출하면 안 된다.
"그럼 버틸 수 있어요?"라고 A 씨가 물었다.
그만하자는 연애에 질척거리면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회사의 그만하자는 말에는 질척거려야 한다. 잘못이 없는 노동자를 막무가내로 내보낼 수 있는 회사는 없다(다만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해고가 마음대로 이루어진다). 그런데도 해고를 하면? 잘못된 해고라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거나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할 수 있다. 잘못된 해고를 한 사장은 노동자를 복직시키고, 일 안 한 기간 동안의 임금도 지급한다. 회사는 이 리스크를 부담하지 않으려고 퇴사하고 얼마간의 위로금을 받아 가라고 한다. 돈으로 받는 위로가 썩 유쾌하지는 않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날아드는 사직 제안을 두고서 "직장 그만두는 것과 헤어짐이 같은 건가요?"라고 물어본 대학생이 있었다. 엉뚱해 보였지만 도통 익숙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닮기는 했다. "그만하자"로 헤어짐이 시작된단 점에서는 같은 말이긴 하다. '차이면 바로 짜게 식더라.'라고 말하는 사람도 가끔가다 있지만, 보통 우리는 남몰래 일상에서 그 흔적을 지우는 작업을 한다. 남남이니 매일같이 안부 메시지를 보내던 습관과 시시콜콜 잡담하며 통화하는 습관은 남에게 주고, 추억이 어린 사진도, 주고받았던 손 편지와 선물에서 애인의 의미를 찾던 습관도 지워낸다. 앞으로는 주말의 데이트 계획도 짤 필요가 없다. 그렇게 일상에서 하나씩 떼어낸 습관은 도려낸 내 살을 다시 채우듯이 회복의 시간이 필요하다.
직장을 그만두는 것과 닮았다. 기회의 땅 엘도라도를 마주한 스페인 왕국의 잔인한 모험가처럼 퇴사를 기회로 생각하고 질주하는 사람이 소수 있다지만, 보통은 궤도에서 벗어나 방황한다. 돌아오는 데에 회복의 시간이 필요하다. 출근을 하지 않고, 업무 계획을 짜지 않고, 업무를 중심으로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일을 중심으로 돌아가던 하루의 일상 중 1/3이 사라진다. 자연스럽게 동료 및 이웃들과 소원해진다.
원치 않은 사직으로 일상은 일그러지고, 불안 속에서 미래는 불투명해진다. 새로운 취업도 녹록지 않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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