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연말결산] 안 그래도 힘든 한국영화, 더 힘들게 만든 영화인
팬데믹을 거치며 한국영화는 매 해 '힘들다'는 말만 나오고 있다. 매번 개봉 영화의 인터뷰를 갈 때마다 감독, 배우들은 입을 모아 "한국 영화가 힘들다. 영화 보러 극장에 와 주시라"는 당부를 한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과연 요즘 시기에 극장에서 볼만한 영화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해 가며 한국영화가 어떻게 해야 다시금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을지 고민을 하게 된다. 그런데 올해는 '한국영화가 이런 상황이 된 건 영화인들 때문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유아인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30대 남자배우였다. 오락성뿐 아니라 예술성 있는 작품에서도 제 몫을 하며 단순한 배우가 아닌 예술가로서 필모를 쌓아가고 있었던 그였다. 그런데 올해 2월 유아인이 '프로포폴 상습투약' 혐의로 뉴스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후 대마, 케타민, 코카인까지 추가 검출되며 유아인은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유아인이 조사받을 당시 넷플릭스 영화 '승부' 그리고 영화 '하이파이브' 넷플릭스 시리즈 '종말의 바보'등의 작품에 빨간불이 켜져 공개를 잠정 보류하게 되었다. 유아인이 출연하기로 되어 있었던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시즌2는 김성철이 대신 투입되었다.
이선균 또한 40대 남자배우 중 특히 올해 활약이 두드러졌다. 영화 '기생충'으로 해외에서도 큰 인지도를 가진 그는 영화 '탈출: PROJECT SILENCE'로 올해 봄 76회 칸 영화제에 초청되었으며 또한 정유미와 함께 출연한 '잠'도 동시에 초청되며 칸에 동시에 두 작품을 선보인 배우로 송강호의 뒷자리를 바짝 쫓고 있었다. 그런데 마약혐의에 휩싸이며 아직 국내 개봉 전인 '탈출: PROJECT SILENCE'과 영화 '행복의 나라'까지 큰 타격을 입었다. 이선균을 캐스팅했던 드라마 '노 웨이 아웃'은 다른 배우를 찾고 있고 김지운 감독의 애플 TV+ 시리즈 '닥터 브레인 2'도 브레이크가 걸렸다.
물론 이들 전에도 음주운전, 프로포폴 불법 투약, 사생활 논란 등으로 개봉을 하지 못하고 있는 영화들은 있었다. 일일이 꼽기도 번거로울 정도다. 작품만 불발되는 게 아니라 함께 출연한 다른 배우의 피해, 그 영화를 만든 스태프들과 제작사, 투자사 등 연관된 피해는 천억 단위를 넘어서는 경제적 손해까지 이르게 된다. 이런 물의를 일으킨 배우들은 죗값을 치르는 것 외에 손해를 끼친 여러 이해당사자들에게 무엇을 하는가?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이고 셀프 자숙의 기간을 거친 뒤 다시 나와 활동을 하는 게 지금까지의 행태였다.
하정우의 경우 4년여를 기다려 '1947 보스톤'을 개봉하긴 했지만 인터뷰 당시 불거진 하정우 제작의 영화에 음주운전을 한 배성우가 캐스팅 물망에 올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끼리끼리는 과학인가?'라는 비아냥을 피할 수 없었다.
또한 그 무렵 진행되었던 다른 영화의 인터뷰에서 한 배우는 마약으로 물의를 일으켰으나 지금은 활발히 활동 중인 다른 배우의 별명이 'XX뽕'이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으며 모 감독은 '배우의 일탈이 한편으로는 이해가 된다'는 발언도 해 이런 게 과연 농담으로, 혹은 깊이 생각지 못하고 한 말로 치부될 일인지에 대해 한탄을 자아내기도 했다.
'범법 행위를 했지만 영화인이 감싸주지 않으면 누가 감싸줄까?'라는 문화가 영화계에 팽배해 있는 걸까? 왜 유독 영화계는 관대한 기준으로 캐스팅을 하는 건가?
유아인은 2022년 9월에 했던 인터뷰에서 "나이가 들다 보니 진짜 건강한 몸, 건강한 정신, 건강한 영혼을 통해 균형 잡힌 인간으로 살기 위한 노력도 하려 한다. 예전에는 저에 대한 기대감에 부담을 느끼지 않았는데 언제부턴가 부담이 느껴진다. 그 부담이 불편한 게 아니라 책임이라는 걸로 소화하게 되는 것 같다. "라는 말을 했었다. 자신이 말한 것에 대해 책임지려는 노력을 하는 사람이라 생각했었는데 결국 '그저 말 뿐인' 사람이었다.
물론 일부 영화인 때문에 이런 상황까지 왔기에 대다수 영화인들이 억울하고 속상할 것이다. 하지만 좀 더 모질게 말하자면 일부 영화인이 이런 일탈을 하게끔 내버려 둔 주변 인물들도 반성을 해야 한다. 어느 한 곳이 곪아가고 있는 게 보이는데도 내버려 두고 방관하는 문화가 이런 상황을 만들어 낸 것이다. 요즘 사회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트렌드니 문화니 속도가 빠름에 다들 공감하는 문화인들이 왜 요즘 사람들의 범죄인지감수성도 예전 같지 않고 더 엄격해진다는 걸 캐치하지 못하고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말을 듣고 있는 건지 답답할 따름이다.iMBC 김경희 | 사진 iMBC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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