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진실 말해도 안전한 조직인가…엑스포 패배 의미 되새겨야 [매경포럼]

김인수 기자(ecokis@mk.co.kr) 2023. 12. 5.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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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듣기 싫은 진실까지
두려움 없이 말할 수 있어야
오류 조기 발견해 대처 가능
엑스포 유치戰 정부는 어땠나
2030년 세계 엑스포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부산이 탈락한 이튿날인 지난달 29일 부산 해운대구청사 외벽에 걸려 있던 엑스포 응원 현수막이 철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수술 후 사망률이 매우 낮은 병원의 비결은 무엇일까. 수술을 잘해서 합병증 같은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일까. 미국 미시간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사망률이 3.5%로 가장 낮은 병원이나 그 두배인 병원이나 수술 후 합병증 발생은 차이가 없었다. 수술 중에 발생하는 예측 못한 실수와 잘못, 오판은 다르지 않았다는 뜻이다. 단지 최고의 병원은 합병증을 조기에 발견하고 적시에 대처한 게 달랐다. 덕분에 사망률을 낮춘 것이다.

이 세상 누구도 실수와 실패 잘못에서 예외일 수 없다. 아무리 뛰어난 병원도 환자를 수술할 때 완벽하지 않다. 다만 그 실수 때문에 사람이 죽는 일은 없도록 한다. 잘못을 제때 교정하기 때문이다.

나랏일도 마찬가지다. 노동·연금·교육 개혁 같은 어려운 과업을 추진하면서 실패와 오판이 없을 수는 없다. 엑스포 유치를 놓고 중동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와 겨루면서 실수와 잘못은 당연한 과정이다. 그게 두려우면 개혁은 시작도 못 한다. 엑스포 유치는 꿈도 못 꾼다. 병원은 중환자 수술을 포기해야 한다. 그럴 수는 없다.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해야만 개혁을 이루고 국제 행사도 유치하며 생명도 구한다. 중요한 건 잘못을 조기에 발견해 해결책을 찾는 것이다.

일단 엑스포 결과만 놓고 보면 현 정부가 과연 그러고 있는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개최지를 정하는 세계박람회기구 총회가 열리기 전부터 프랑스 파리 현지 언론은 120개국이 사우디를 공개 지지한다고 보도했다. 맹렬히 추격해 역전이 가능하다고 했던 정부 입장과 정반대였다. 투표 결과는 사우디 119표, 한국 27표였다. 정부가 끝까지 오판한 거였다. 유치 캠페인에 문제가 있었던 게 분명했다. 이를 적시에 발견해 대응했다면 그토록 큰 차이로 졌을까 싶다.

잘못을 빨리 파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에이미 에드먼드슨 미국 하버드대학교 교수가 8개 병동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답을 찾을 수 있다. 그중 한 병동은 높은 기준과 목표를 정하고 환자를 치료했다. 리더가 간호사들을 적절히 코칭했다. 팀원들이 업무를 잘 숙지했고 서로 협력했다. 그러나 잘못이 보고된 건수를 조사해보니 뜻밖에도 다른 병동보다 훨씬 많았다.

그 이유는 보고 건수가 가장 적었던 병동을 보면 알 수가 있다. 그 병동은 실수가 용납되지 않았다. 한 간호사는 “당신이 실수하면 의사가 목을 깨물어 버릴 것”이라고 했다. 채혈 실수를 저지른 한 간호사는 재판정에 선 피고인처럼 질책당했다. 당연히 간호사들은 잘못을 보고하는 게 겁이 났을 것이다. 잘못을 숨겼을 것만 같다. 반면 보고 건수가 많은 병동은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수간호사는 “일정 수준의 실수는 일어나기 마련”이라고 했다. 오히려 실수를 배움의 기회로 여겼다. 한 간호사는 “여기서는 실수를 기꺼이 인정해요. (리더가) 도와줄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병동은 잘못을 보고해도 안전했던 것이다. 오류 보고율이 타 병동에 비해 최고 10배나 높았던 것도 그래서였다. 덕분에 잘못을 빨리 발견해 고칠 수 있었다.

대통령실과 정부 역시 이래야 한다. 잘못이나 실패, 실수처럼 윗사람이 듣기 싫어하는 진실을 말하는 게 안전해야 한다. 그 반대로 질책을 받으면 잘못을 숨기게 된다. 윗사람이 듣기 좋아하는 보고만 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대통령과 장관은 일이 잘 돌아가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엑스포에서 이런 일이 없었는지 반성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대통령과 장관은 가슴에 손을 얹고 자문하기를 바란다. ‘우리 조직은 팔로워들이 내가 듣기 싫어하는 진실을 내게 말하는 게 안전한가’라고 말이다. 그 정반대라면 대통령과 장관이 모르는 실패와 오류가 지금도 쌓이고 있을 것이다. 나랏일에 이보다 더 두려운 일이 과연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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