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의 휴가', 타율 좋은 눈물 치트키…우직한 보편의 힘 [시네마 프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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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죽은 엄마가 3일간 이생을 사는 딸 옆으로 돌아와 휴가를 보내고 간다는 설정의 영화를 보러 가면서 감정의 동요가 없을 것이라 자신할 관객은 없을 것이다.
물론 김해숙이 엄마로 나온 영화들도 흥행에 실패한 작품이 없진 않지만 '3일의 휴가'에서는 적어도 눈물 흘리기를 통해 감정의 정화를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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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눈물 치트키'에 안 울고 배길 수 없다. 죽은 엄마가 3일간 이생을 사는 딸 옆으로 돌아와 휴가를 보내고 간다는 설정의 영화를 보러 가면서 감정의 동요가 없을 것이라 자신할 관객은 없을 것이다. 주인공이 '국민 엄마'로 각광받는 배우 김해숙인 경우에라면 더더욱. 물론 김해숙이 엄마로 나온 영화들도 흥행에 실패한 작품이 없진 않지만 '3일의 휴가'에서는 적어도 눈물 흘리기를 통해 감정의 정화를 경험할 수 있다.
지난 11월27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3일의 휴가'(감독 육상효)는 최루성 한 방이 있는 휴먼 드라마였다. 음식을 매개로 해 엄마와 딸의 공통된 기억을 소환하는 방식은 감각적이었고, 커다란 사건이나 서사 없이 공감에 집중한 시나리오는 장단이 있지만 '힐링 영화'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충분히 소구될 만 했다.
영화는 저승에서 3일간의 휴가를 받아 이승에 가게 된 엄마 복자(김해숙 분)가 가이드(강기영 분)에게 딸 이야기를 하면서 시작한다. 3일간의 휴가를 그리운 딸에게 쓰기로 한 복자는 기대에 부풀어 이승으로 돌아오는데 미국 캘리포니아 우크라이나(?) 대학(UCLA)에서 교수를 하고 있을 줄 알았던 딸 진주(신민아 분)가 미국은 커녕 자신의 시골집에 눌러 앉아 백반을 팔고 있는 것을 보고 기함한다.
저승에서 휴가를 온 사람들에게는 룰이 있다. 이승에 내려오더라도 보고 싶었던 사람과 만나거나 대화를 할 수 없으며, 모습이 드러나지도 않는다. 그저 사랑하는 사람의 기억 만을 마음에 깊이 담고 다시 돌아가야 한다. 딸 진주가 어쩐 일인지 학교에 복직하지도 않고 백반집에 쳐박혀 있는 것이 마뜩잖은 복자는 딸을 따라다니며 불만 가득한 독백을 쏟아낸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진주가 자신의 레시피로 요리를 하는 것을 보고 은근히 기특함을 느끼기도 한다.
영화는 음식에 대한 공통의 기억들을 매개로 모녀의 과거사를 보여준다. 김치광 얘기를 하는 엄마에게 짜증내던 딸, 그런 두 사람이 함께 먹었던 김치찌개와 어린 시절 입 짧은 딸을 위해 엄마가 개발한 무 만두 등. 과거 홀로 어린 딸 진주를 키워야 했던 엄마는 딸을 위해서 남동생 부부의 집에 딸을 맡기고 생활전선에 뛰어든다. 그로 인해 엄마가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한 진주는 오랫동안 그런 엄마에게 섭섭한 마음을 품어왔다. 그리고 엄마가 죽고 난 뒤 그간 냉대했온 엄마에 대한 미안함과 풀리지 않은 어떤 감정들로 인해 시골집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3일의 휴가'가 보여주는 이야기는 특별하지 않다. 하지만 조금 색다른 설정과 보편적인 이야기가 만나니 통속성은 줄고 공감성은 높아진다. 누구라도 한 번쯤 자신과 어머니, 혹은 가까운 가족과의 관계를 떠올리며 공감할 법한 이야기들이다. 강한 최루성은 여기서 나온다.
다만 저승에서 딸을 보기 위해 내려온 어머니를 둘러싼 설정은 다소 도식적이다. 판타지적인 설정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그저 딸과 엄마의 사연을 풀여내기 위한 도구로만 느껴지는 점은 아쉽다. 마지막 절정에서 엄마가 하게 되는 선택도 그렇다.
그럼에도 모녀 역할을 한 김해숙과 신민아는 여러 관련 행사에서 밝혀왔듯 친 모녀 같은 '케미'를 보여준다. 고요하게 내면의 아픔을 보여주는 신민아와 그런 딸을 향해 감출 수 없이 뜨거운 사랑을 표출하는 김해숙의 조합이 좋다. 러닝 타임 105분. 오는 6일 개봉.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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