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30년 라이벌 엇갈린 희비… 새 사령탑 맡은 ‘영업통’ 홍원학

진상훈 기자 2023. 12. 5.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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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묵 삼성생명 사장 퇴진
후임은 홍원학 삼성화재 사장
기대 못 미친 영업·실적에 사장 교체
지난 1일 사장단 인사에서 삼성생명의 신임 대표로 내정된 홍원학 삼성화재 사장(오른쪽)과 자리를 떠나는 전영묵 사장(왼쪽). /삼성생명·화재 제공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이 임기를 2년 넘게 남겨두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후임에는 전 사장과 30여년간 삼성생명에서 경쟁해 온 홍원학 삼성화재 사장이 선임됐다. 보험업계에서는 영업과 실적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낸 삼성생명이 명가(名家) 재건을 위해 ‘영업통(通)’으로 꼽히는 홍 사장을 선임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은 지난 1일 생명과 화재, 증권 등 금융 계열사 3곳의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는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홍원학 사장이 삼성화재에서 삼성생명으로 자리를 옮겼고, 이문화 삼성생명 부사장이 삼성화재 신임 사장으로 임명됐다. 삼성생명에서 자산운용 부문을 담당했던 박종문 사장은 삼성증권 사장으로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이번 인사로 지난 2020년부터 3년여간 삼성생명을 이끌었던 전영묵 사장은 중도 퇴임했다. 그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연임돼 3년간 삼성생명을 이끌 예정이었지만, 임기를 2년여 남겨두고 자리를 떠나게 됐다.

전 사장과 후임 홍 사장은 보험업계에서 오랜 기간 라이벌로 꼽혔던 사이다. 두 사람 모두 1964년생으로 나이가 같지만, 입사는 전 사장이 4년 빨랐다. 전 사장은 자산운용 분야에서, 홍 사장은 영업 부문에서 오랜 기간 일하며 30여년간 경쟁해 왔다.

전 사장은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후 1986년 삼성생명에 입사, 재무심사팀장과 투자사업부장, 자산운용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2018년부터 2년간 삼성자산운용 대표를 지내기도 했다. 홍 사장은 고려대 일어일문학과를 마치고 1990년 삼성생명에 입사해 특화영업본부장과 전략영업본부장, FC영업1본부장 등을 거쳤다. 삼성화재에서는 자동차보험본부장을 거쳐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일각에서는 전 사장이 지난 2020년 삼성생명 대표로 선임된 후 홍 사장이 삼성화재로 자리를 옮긴 데 대해 오랜 기간 경쟁해 온 두 사람의 불편한 관계가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삼성생명의 이번 사장 인사는 최근 영업과 실적에서 성과가 저조하다는 그룹 내부의 평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오랜 기간 부동의 1위를 달렸던 삼성생명은 최근 한화생명에 추월을 허용한 상태다. 사진은 서울 강남 삼성생명 본사(왼쪽)와 여의도 한화생명 본사. /각 사 제공

오랜 기간 보험업계에서 부동의 1위를 지켜온 삼성생명은 최근 2위인 한화생명에 턱밑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올해 상반기 한화생명의 신규 보험계약마진(CSM)은 전년 동기 대비 62.9% 급증한 1조3592억원을 기록, 삼성생명(1조8159억원)과의 차이가 4500억원 수준까지 좁혀졌다. 같은 기간 교보생명의 신규 CSM은 6657억원이었다. 생명보험업계의 판도가 삼성과 한화, 교보의 ‘3강 구도’에서 ‘양강 체제’로 바뀐 것이다.

한화생명의 최근 영업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는 것은 법인 보험대리점(GA) 계열사를 통해 영업 조직의 덩치를 불렸기 때문이다. 한화생명은 지난 2021년 상품 개발과 판매 조직을 분리하는, 이른바 ‘제판 분리’를 단행하면서 국내 최초의 GA 자회사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출범시켰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지난해 전문 GA사인 피플라이프를 인수하는 등 규모를 키웠고, 소속 설계사 수는 2만5000명을 넘어섰다.

반면 삼성생명의 영업력 강화는 계속 더딘 흐름을 이어갔다. 올해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전문 GA사에 대한 인수나 투자, 제휴를 통해 영업 조직을 키우겠다고 공언했지만, 지금껏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최근 한화생명뿐 아니라 흥국생명, AIA생명 등이 잇따라 GA 자회사를 설립하고 설계사를 늘리는데 집중하고 있어, 삼성생명은 영업망 확대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특히 ‘아우’ 정도로 여겼던 삼성화재에 실적에서 계속 뒤처진 점이 사장 교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생명의 3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누적 순이익은 1조4497억원으로, 같은 기간 1조6433억원을 기록한 삼성화재보다 적었다. 특히 2분기 들어 투자 손익이 적자로 돌아서는 등 자산운용 부문에서도 저조한 실적을 기록하면서 투자 전문가인 전 사장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오랜 기간 암묵적으로 나이가 60대에 접어드는 고위 임원을 일선에서 물러나게 하는 인사 룰을 적용해 왔다”면서 “내년에 만 60세가 되는 홍원학 사장의 선임은 GA사 인수와 설계사 보강, 수익성 높은 상품의 개발 등에서 빠르게 성과를 내라는 뜻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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