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양란의 좌충우돌 해외여행 8] 알마티에서 에코 택시를 타고도 바가지를 쓰다
[여행작가 신양란] 여행책 <가고 싶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원고 작업 때문에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두 번 갔는데, 첫 번째는 헬싱키에서 기차로, 두 번째는 카자흐스탄 국적기인 에어 아스타나를 타고 들어갔다. 에어 아스타나를 이용한 데에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단지 그것이 가장 저렴했을 뿐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돌아오는 길에 알마티에 들른 것도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에어 아스타나 이용자는 무료로 스톱오버가 가능했다.
두 번째 상트페테르부르크 여행 때, 여정을 모두 마치고 카자흐스탄 알마티 공항에 내리니 저녁 9시 무렵이었다. 여름철이라 해가 길어서인지 그 시간에도 어둑할 뿐 깜깜하지는 않아 덜 심란했다. 이제 호텔까지 찾아가는 난제가 남아 있기는 했지만.
알마티 택시는 미터기가 없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 그래서 특히 외국인에게 바가지를 씌운다는 것도. 그나마 공항에서는 에코 택시가 있어 비교적 정직하게 요금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어 다소 안심이 되었다.
그러나 정직하기는 개뿔, 나는 몹시 기분 나쁘게 바가지를 썼다.
짐을 찾는 곳에 에코 택시 표지판이 서 있었다. 15km까지는 2000텡게(5700원)이고, 그 뒤는 1km마다 135텡게(385원)씩 추가된다고 쓰여 있었다. 우리가 묵을 라마다호텔까지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지만, 버스로 찾아갈 방도가 없으니 택시를 탈 수밖에 없었다.
짐을 찾아 밖으로 나와 환전을 하고 나니, 목에 명찰을 단 젊은이가 다가와 “나는 공항의 공식 허가를 받은 사람이다. 에코 택시다”라며 자기 차를 타라고 권했다.
공식 허가를 받은 사람이라고 하고, 에코 택시라고 하니 믿을 만할 것 같았다. 그래서 “라마다 호텔까지 얼마냐?” 하니 1000텡게란다. 난 그 말이 미덥지 않았다. 기본요금이 2000텡게라는데, 1000텡게라니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제대로 된 가격을 불러야 믿을 수 있지, 너무 싸게 부르니 오히려 의심이 들어 고개를 저었더니, 자기가 가장 싼 택시라며 붙잡는 게 아닌가. 그렇게 말하는 그의 표정이 퍽 순박해 보였다.
어차피 호텔까지 가기는 가야하고, 택시를 타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1000텡게가 맞느냐고 몇 번을 다짐한 뒤에 탔다. 그는 그렇다고 여러 번 분명하게 대답했다.
택시 안에서 나는 생각했다. ‘2000텡게가 기본요금인데 왜 1000텡게만 받는다는 거지? 워낙 손님이 없으니 할인해서라도 태우려는 것일까?’
‘아니야, 아무리 그래도 1000텡게는 말이 안 돼. 아마 호텔에 도착하면 딴소리를 할지도 몰라. 한 사람당 1000텡게라는 뜻이었다고. 그러니까 2000텡게 달라고. 그러면 기분이야 좀 나쁘겠지만 2000텡게를 줘야지 할 수 있나. 어차피 2000텡게가 기본요금이니까 바가지 쓰는 건 아닌 셈이지, 뭐.’
그렇게 생각하는 동안 택시는 호텔에 도착했다.
그런데 그가 요구하는 택시비는 1만2500텡게(3만6000원)였다. 계산기로 뭘 복잡하게 계산하더니 제시하는 금액이 그랬다.
나는 아찔했다. 안 좋은 사람한테 걸렸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갔다. ‘그렇다고 해서 터무니없이 요구하는 돈을 줄 수는 없어.’
“무슨 소리냐, 당신이 라마다 호텔까지 1000텡게라고 하지 않았느냐?”라고 항의하니 그가 하는 말, “1km에 1000텡게라는 말이었다.”
정말 기가 막히는 일이었다. 무슨 이런 못된 경우가 있단 말인가.
나는 약속한 대로 1000텡게 이상은 못 준다고 버티며, 2000텡게까지는 줄 생각이이었다. 하지만 결국 남편이 5000텡게를 주고 말았다. 싸우기 싫어서 줬다는 남편을 째려보았지만, 이미 기분 나쁜 바가지를 쓰고 난 뒤였으니 소용없었다.
알마티에서 택시 타는 거, 정말 추천하지 않는다. 하긴, 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타는 거겠지만.
|신양란. 여행작가, 시조시인. 하고 싶은 일, 즐겁고 행복한 일만 하면서 살고 있다. 저서로 <꽃샘바람 부는 지옥><가고 싶다, 바르셀로나><이야기 따라 로마 여행>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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