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복 감독 "'스위트홈2' 나오기까지 3년이나 걸린 이유는…" [인터뷰+]
이응복 감독이 3년 만에 돌아온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 시즌2(이하 '스위트홈2') 공개 후 직접 입을 열었다.
5일 서울시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스위트홈2' 인터뷰에서 마주한 이응복 감독은 "시즌1이 이렇게 잘될 지 저도, 넷플릭스도 몰랐다"며 "사전 작업도, 사후 작업도 많이 걸리는 장르다 보니 새 시즌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전했다.
'스위트홈' 시리즈는 욕망이 괴물이 되는 세상, 그린홈을 떠나 새로운 터전에서 살아남기 위해 각자의 사투를 벌이는 현수(송강 분)와 그린홈의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시즌1은 지난 2020년 12월 공개 4일 만에 해외 13개국 1위, 70개국 이상 TOP 10 진입, 한국 시리즈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 TOP 10에 오르면서 전 세계에서 높은 관심을 받았다.
지난 1일 공개 된 '스위트홈2'는 이전 시즌의 송강, 이진욱, 이시영, 고민시와 새롭게 합류한 진영, 유오성, 김무열 등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산만한 캐릭터와 스토리에 대해 아쉬움도 나왔다.
이에 이응복 감독은 "시즌2에 많은 비밀이 있고, 꼬아놓은 부분도 있다"며 "시즌3에서 많은 부분이 풀릴 것"이라고 전했다.
다음은 이응복 감독의 일문일답.
▲ 워낙 1편이 잘돼 '아쉽다'는 반응도 있었다.
이렇게 인기가 많을지 몰랐다. 우리나라에 이런 장르 하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서 만들었는데 관심이 많을지 몰랐다. 그런데 정말 많이 보셨고, 관심을 가져주시더라. 열심히 만들어서 좋은 부분도 많다. 배우, 스태프들이 엄청 열심히 정성껏 해줬다. 빛나는 장면도 많다. 안 본 분들의 좋은 평가도 기대한다.
▲ 시즌2에서 이전 캐릭터가 많이 활약하지 못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시즌1의 연장선에서 현수가 끌려가서 실험하고, 거기서부터 시즌2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현수는 능력의 발현이 어디서 오는지 모른다. 선한 의지로 더 큰 능력을 발견하게 된다는 게 시즌2였다. 하지만 영적인 존재보다는 좀 더 외롭게 만들고 싶었고, 시즌3에서는 완벽한 활약으로 그 선한 의지가 어떻게 인간애를 발휘할 수 있을지 보여드리는 구성을 했다. 그래서 시즌2에서는 살짝 숨기는 게 있다. 시즌3에서는 많은 사람이 다시 만나고, 많은 감정이 풀어진다. 흥미진진한 얘기가 펼쳐질 거라 생각한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힘든 상황에서 자기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받았다. 세상이 망해도 그렇게 자리를 지키는 사람이 있었으면 했다. 그런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효율적으로 묘사하는 게 군인이었다. 군인은 아포칼립스 장르에서 변절자로 쉽게 묘사되는데, 마지막까지 타인을 위해 자리를 지키는 사람을 그리고 싶었다. 그런 차원에서 잠실 야구장 수호대가 끝까지 자기 일하는 모습을 묘사하고 싶었다. 그 라인의 이야기는 시즌3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 등장인물이 과다하게 많다는 평가는 어떤가.
사이즈에 대한 문제인데, 이 정도 사이즈를 구현하려면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캐릭터가 아주 필요했다. 휴대전화도 없고, 쉽게 만날 수 없는 상황 아닌가. 그래서 하나하나 인물들이 다 소중하다고 생각했다. 다만 각인시키지 못한 부분에 대해선 방법을 강구해야 할 거 같다. 넷플릭스의 장점이자 단점인 거 같은데 몰아보기를 하면 저도 힘들더라.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보면 끊어진 부분들이 연결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모든 의문은 시즌3에 나타날 예정이다. 그리고 고백하자면 시즌2가 9부였는데, 이게 후반작업이 덜됐다. 캐릭터가 많다 보니 아예 없는 곳에서 배우를 낳아 연습시키고 말을 시키고, 연습시키는 과정을 해야 했다. 그래서 다음 기일로 넘겨야 했다.
▲ 새로운 플랫폼을 염두하고 기획한 콘텐츠였나.
넷플릭스가 한국에 들어오면서 국내 콘텐츠가 많은 사랑을 받게 됐고, 그전에 못 한 드라마를 하게 된 건 사실 같다. 축구를 비유할 수 있을 거 같다. 운동장에 우리나라는 흙바닥에서 인조 잔디가 깔리고 이제 잔디가 깔리지 않나. 크리처 장르나 아포칼립스 이런 장르는 미국에선 편하게 오랫동안 하는 드라마, 영화가 이제 시작되는 단계고 우리나라도 흙바닥에서 인조 잔디가 깔리기 시작한 단계 같다.
▲ 시즌2에서 시즌1가 나오기까지 3년이나 걸린 이유가 있었을까.
시즌1이 이렇게 성공할지 몰랐다. 돈이 많이 드는 장르다. 이거 1편이면 3편 만들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수도 있다. 그래서 결정의 시간이 좀 걸린 거 같고. 배우들도 스태프도 그렇고 생업이 있어서 결정되지 않은 걸 기다리진 않는다. 그 텀을 나누다보니 시간이 걸리고, 2~3을 함께 찍어서 촬영 기간만 1년이 걸렸다. 한국에서는 아포칼립스 장르를 찍을만한 세트가 없다. 그래서 소화 공간이 많다고 들었는데, 저희는 다 만들었다. 도로 하나를 찍더라도 새롭게 깔아야 하고, 이런 상황에서 주어진 예산안에 합리적으로 연구할 시간이 필요했다. 문경 세트에서 촬영 많이 했는데 그 장소 섭외에도 수개월이 걸리고, 착공이 걸렸다. 여타 드라마도 다 어려운 장리지만, 이 장르는 사전 장르, 사후 작업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시즌3가 나오면 새로운 재미를 느낄 거 같다. 아쉬움이 다음을 하는 동력이 되는 거 같다. 완벽할 수 없지 않나.
▲ 세트 구현에 고민이 많았을 거 같다.
제가 운이 좋아서 '태양의 후예', '미스터션샤인' 등을 통해 큰 세트를 많이 지었다. 특히 '태양의 후예'는 해외 배경인데 국내에서 세트를 지어서 찍었다. 세트를 짓는 제 기준은 경제적이고, 후반작업에 용이하고, 배우들이 용이하게 연기할 수 있다는 원칙이 있다. 그래서 이번에도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녔고,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찍을 수 있는 공간을 찾게 돼 세트를 지었다.
▲ '지리산' 이후 차기작이다. 이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
부담감을 가지면 드라마를 못 할 거 같다. 제가 드라마를 하는 이유는 제가 부족해서 만드는 거다. 제가 '드림하이' 할 때 소녀시대를 몰랐다. 회사에서 시켜서 해서 열심히 공부하면서 했다. 그렇게 제가 모르는 장르에 관심이 생겼고, '스위트홈'도 겁 없이 달려들었고, 이런 상황을 알았다면 달려들지 않았을 거다. 그런데 이렇게 배우는 게 제가 드라마를 만드는 기쁨 같다. 덕분에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나고, 이 뒤로도 열심히 하면서 보답 드리고자 다음에도 최대한 피드백을 많이 받으면서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 송강, 이도현 등 배우들의 파격적인 노출도 화제였다.
이도현 배우의 노출은 대역이었다. 그리고 시즌3에서 맹활약한다. 은유를 그냥 두지 않는다.(웃음) 노출 장면은 인간 취급을 안 하고 실험을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무차별적인 실험을 자행한 과거의 역사도 있었고, 그런 부분에 있어서 어느 정도는 보여줬으면 했다. 그래서 노출 장면을 최소한이라도 넣으려 했다. 송강, 이진욱 배우 할 거 없이 '하겠다'고 했고, 상의를 따라줘서 감동적이었다. 꼭 필요한 부분에만 짧게 넣었는데 이렇게 화제가 될지 몰랐다. 워낙 다들 잘생기고 인기가 많아서 그런거 같다.
▲ 송강의 경우 '스위트홈'을 통해 주목받았다. 어떻게 발굴했을까.
'좋아하면 울리는' 이나정 감독이 후배다. 이나정 감독이 추천했다. 제가 발굴한 건 아니다. 저는 그저 예뻐해 줬다. 사실 이런 장르는 촬영할 때 민망하거나 부끄러워할 수 있는데 굉장히 성실하게 진지하게 임했다. 그래서 장르를 확장하는 데 엄청난 공헌을 한 배우로 남은 거 같다. 감정이 좋고, 순수하다. 좋은 부분을 잘 잡아내고, 많은 걸 표현하려는 예쁜 배우다. 많은 응원을 받았으면 좋겠다. 군대에 다녀오면 더 성숙해진 모습으로 올 거 같다.
▲ 송강 외에 고민시, 박규영 등도 '스위트홈'을 통해 발굴됐고, 시즌2에도 많은 신인이 나온다. 신인을 발굴하는 본인만의 기준이 있나.
오디션으로 발굴한다. 꼭 캐릭터의 일치성만 보는 건 아니다. 매력을 본다. 숨겨진 좋은 부분이 많아서 그걸 살리기 위해 캐릭터로 구현한 것도 있다. 실제로 군인을 섭외하기도 했다. 시켜보니 잘하더라. 현장에서 챙겨주시는 거 뿐 아니라 스스로 잘하니 출연 안시킬 이유도 없고,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하게 됐다.
▲ 차기작으로 '나도 반대하는 나의 연애' 기사가 나왔다. 여자주인공으로 고민시가 언급됐다.
아직 확정된 건 아니다. 저의 지금 관심사는 '스위트홈2'와 '스위트홈3' 뿐이다. 여전히 계속 작업 중이다. '스위트홈2'에 대해 연령대와 상관없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 시즌2에 좋은 부분들이 있는데 소통이 안됐다면, 시즌3에서는 보다 성숙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전 확신할 수 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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