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해낸 박은빈, 서목하와 함께한 2023년 [인터뷰]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배우 박은빈은 작품을 통해 다양한 명대사를 선보였지만, 스스로도 "어쩌겠습니까, 해내야죠"라는 명언을 가지고 있다. 전작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이어 최근 종영한 tvN '무인도의 디바'까지 도전의 연속인 작품에 나선 박은빈은 스스로의 말처럼 결국 해내고야 말았다. 작품 속 캐릭터 서목하에 온전히 자신을 맡기며 완벽한 캐릭터를 구현한 박은빈은 이를 통해 또 한 번의 위로를 받았다.
tvN 토일드라마 '무인도의 디바'는 15년 만에 무인도에서 구조된 가수 지망생 서목하(박은빈)의 디바 도전기를 그린 작품이다. 박은빈은 무인도에서 15년간 고립됐다 구조되어 자신의 꿈인 디바를 향해 나아가는 서목하 역할을 맡았다. 3일 방송된 최종화에서 서목하는 데뷔곡 'Fly Away'를 통해 데뷔의 꿈을 이뤘다. 이후 서목하는 온갖 상을 휩쓸고 단독 콘서트를 성료하는 등 최고의 디바로 성장했다. 작품 종영 이후 만난 박은빈은 "방송 기간이 짧은 건 아쉽지만 잘 마무리한 것 같다"며 종영 소감과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12부작이라고 해서 빠르게 촬영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고난이도 촬영이 많고 공들여야 하는 장면도 많아서 16부작처럼 7~8개월 정도 걸렸어요. 그런데 6주 만에 끝났더라고요. 방송 기간이 짧은 건 아쉽지만 잘 마무리한 것 같아요. 최근 'MAMA'에서 '송 오브 더 이어'부문을 시상했는데 목하가 같은 상을 받았더라고요. 제가 도쿄돔에서 봤던 광경이 작품에 그대로 그려지더라고요. 그런 모습이 실존할 수 있다는 걸 제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감회가 새로웠어요."
박은빈은 '무인도의 디바'에서 '무인도'와 '디바'를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도전에 나섰다. 섬에서 탈출하다 무인도에 갇힌 서목하를 연기하기 위해 수영 등 다양한 생존 스킬은 물론 사투리 연기까지 준비해야 했다. 또 디바가 되기 위해서는 노래와 춤도 연습해야 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작품을 선택했던 박은빈은 예상보다 힘든 도전을 마주해야 했다.
"사실 도전이라는 생각은 미처 못했어요. 모두가 주목하실 때 가벼운 마음으로 끌리는 작품을 선택하고 싶었어요. 작품을 하기로 한 이후 수영, 사투리, 기타, 노래 등 최소 네 가지를 해야한다는 걸 뒤늦게 깨닫고 따라잡기 위해 애썼어요. 수영은 제가 물을 무서워하고 수중 촬영에 안 좋은 기억들이 있어서 쉽지 않았지만, 확실한 콘티가 있어서 안전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어요. 사투리 또한 처음에는 어떻게 입을 떼야 할까 고민됐어요. 결국 사투리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소통하는 언어니까 그 안에 목하의 감정을 녹여보자는 마음가짐을 가지니 편해졌어요."
아무래도 가장 공들인 분야는 음악이었다. 서목하라는 캐릭터가 출중한 노래 실력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작품 안에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많이 등장하기 때문이었다. 박은빈은 올해 초부터 보컬 레슨을 받는 등 가수에 준하는 노력을 기울이며 서목하라는 캐릭터를 위해 힘썼다.
"어떻게 득음했는지 많이 궁금해하시던데 달력을 세보니까 1월 중순부터 한 번에 3시간씩 레슨을 받았어요. 6개월간 43번 받았더라고요. 1~3월에 집중적으로 받고 4월에 촬영이 시작되고 나서는 빈도가 떨어지긴 했어요. 7~8월 부터 본격적으로 녹음을 시작했는데 녹음을 하면서도 실력이 많이 늘었어요. 실제 디렉터 분들이 오랜 시간 쌓아 올린 노하우를 빠르게 흡수해야겠다는 일념으로 임했어요."
연예인이라는 큰 분류로 묶이지만 가수와 배우의 삶은 판이하게 다르다. 28년 차 배우 박은빈에게도 이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박은빈은 "모두의 도전이었다"며 자신을 도와준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음원사이트에서 '박은빈의 노래가 발매됐다'는 알림이 뜨더라고요. 데뷔 28년 차에 저도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됐어요. '가수의 삶'이라고 하기에는 거창하지만, 가수분들이 이런 루틴으로 산다는 걸 느낄 수 있어 신기했던 기간이었어요. 물론 촬영장에서는 연기를 최우선으로 하지만 ,목하의 연기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노래를 잘해야 했기 때문에 그 모두를 종합 예술로 해내야만 했던 것 같아요. 가볍게 시작했는데 혼자서 해야 할 게 많아서 힘들기도 하고 도전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비단 저 혼자만의 도전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수영도 그렇고 노래도 그렇고 많은 분들이 계셨고 감독님에게도 도전이었던 것 같아요. 모두의 힘을 빌려 모아서 할 수 있었어요. 누구의 공이랄 것도 없이 '알고보니 음악드라마'였던 '무인도의 디바'를 위해 모두가 공들이고 영혼을 불태웠어요. 참 많이 감사드려요."
'무인도의 디바'를 통해 무려 9곡을 공개한 박은빈은 내년 1월 팬콘서트를 개최한다. 평소애도 팬미팅을 통해 다채로운 무대를 선보였던 박은빈은 이번에는 확실한 세트리스트로 팬들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박은빈 역시 노래들에 깊은 애정과 팬 콘서트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올해 1년 동안 부끄럽지만 제 노래만 들었어요. 데모곡을 많이 받았거든요. 그중에 취향이 공통적으로 겹치면서 작가님이 극을 진행하는데 쓸 수 있는 노래들을 골랐어요. 좋은 곡이 많아서 정규 앨범에 준하는 곡 수를 갖게 됐어요. 음악에 대한 소감을 채울 수 있어서 좋았어요. 팬 콘서트를 하면 과연 가수들이 공연 끝에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느끼게 될 것 같아요."
그러나 단순히 박은빈의 도전만이 '무인도의 디바'를 매력적인 작품으로 만든 건 아니다. 서목하라는 인물이 보여준 긍정적인 에너지가 있었기에 박은빈의 도전이 더 빛날 수 있었고,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아름답게 만들었다. 박은빈 역시 서목하의 이런 모습에 끌려 작품을 선택했다.
"목하가 처음부터 '초긍정', '강철 멘탈'로 소개됐는데 제 생각엔 결코 밝지만은 않았어요. 어떻게 밝을 수가 있겠어요. 다만, 그림자가 있어서 밝음을 내비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신의 어두운 면을 알고 세상에 나왔기 때문에 그림자 안에 있는 사람을 끄집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목하가 구출이 된 이후 화장실에서 물을 틀어보거나 불을 쉽게 얻는 모습이 있어요. 목하는 그런 자그맣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일상의 가치와 삶의 소중함을 알고 있는 친구예요."
서목하의 긍정적이고 때로는 단순할 정도의 모습은 보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박은빈에게도 큰 위로가 됐다. 특히 롤모델인 윤란주를 향해 건네는 다양한 말들은 지금을 넘어 앞으로의 배우 활동에도 큰 도움이 됐다.
"목하를 연기하면서 스스로도 많은 위로를 받았어요. 제가 목하로서 란주에게 했던 이야기는 진심으로 언니가 재기하기를 바라는 응원이었고 사랑의 세레나데였어요. 그렇기 때문에 인간 박은빈, 배우 박은빈에게 필요한 때가 많았어요. 인간 혹은 배우로서 복잡다난함을 안고 살아가는데 살아있다는 것의 가치를 아는 목하라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래요'라며 단순화시켜줄 것 같더라고요. 란주뿐만 아니라 기호, 우학이에게 다 햇살 같은 목하가 서로를 구원하게 되는 따뜻함에 저도 힘을 얻고 싶었던 것 같아요. 목하의 이런 마인드가 앞으로도 생각날 것 같아요."
박은빈은 '무인도의 디바' 제작발표회에서 '2022년의 박은빈에게 2023년의 서목하가 이정표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2023년을 서목하에게 맡겼다'고 말했다. 1월부터 캐릭터 준비에 나선 박은빈은 촬영과 방송을 거치며 스스로의 말처럼 오롯이 서목하에게 2023년을 맡겼다. 12월의 도입부에서 2023년을 돌아본 박은빈은 "잘 마무리한 것 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올해는 만족스러운 해라고 말해도 될 것 같아요. 일단 배우로서 언젠가 대상을 받을 수 있을까 했는데 올해 백상예술대상에서 대상을 받아서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어요. 또 '무인도의 디바'를 선택하며 '잘 마무리하자'는 소소한 목표를 세웠는데 돌아보니 그 이상으로 많은 것을 저에게 준 작품이에요. 2023년의 이정표가 되기를 바랐던 목하에게 고맙고 잘 마무리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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