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3법이 편향 키운다?…“전국 언론학자가 다 친민주당인가”

박강수 2023. 12. 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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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 마지막 정기회에서 본회의 문턱을 넘은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하면서 사실상 법안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윤 대통령과 정부는 방송3법에 대한 재의가 필요한 이유로 공영방송 이사회의 편향적 구성 가능성 등을 제시하고 있는데, 언론단체와 시민사회에서는 그간 입법 논의에 참여하지 않은 여권이 무책임한 반대로 일관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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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언론장악]윤 대통령·정부 ‘방송3법’ 거부 근거 뜯어보니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난 1일 임시 국무회의가 열리고 있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에 대한 재의요구안 의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1대 국회 마지막 정기회에서 본회의 문턱을 넘은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하면서 사실상 법안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윤 대통령과 정부는 방송3법에 대한 재의가 필요한 이유로 공영방송 이사회의 편향적 구성 가능성 등을 제시하고 있는데, 언론단체와 시민사회에서는 그간 입법 논의에 참여하지 않은 여권이 무책임한 반대로 일관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방송3법은 그간 법적 근거 없이 여야가 독점해온 공영방송 이사 추천권을 확대하고 관련 단체와 학계 등에 분배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현재는 여야가 한국방송(KBS) 이사 11명을 7대 4, 문화방송(MBC) 대주주인 방문진과 한국교육방송(EBS) 이사 9명을 각각 6대 3, 7대 2 구도로 추천한다. 이런 정치권의 ‘나눠먹기’ 관행 탓에 공영방송 지배구조가 정파적 이해관계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 개정안은 이들 이사진 수를 21명까지 확대하고, 이 가운데 국회 교섭단체가 5명, 방송 및 미디어 관련 학회가 6명, 각 방송사 시청자위원회가 4명, 방송기자연합회·한국피디(PD)연합회·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등 현업단체가 6명을 추천하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국회 몫의 이사 비율은 24%까지 줄어든다. 아울러 공영방송 사장 역시 이사회가 모집해 구성한 100명의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에서 3명 이하의 복수 후보를 추천해 결정한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이 방송3법을 국회로 돌려보낸 지난 1일 방송통신위원회는 △그간 편향적 의견을 제시해온 단체에 상당수 이사 추천권 편중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의 임명 권한 제약 △입법 과정에서 충분한 협의와 사회적 공감대 부족 등을 거부 사유로 제시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역시 이날 국무회의에서 “특정 편향적인 단체 중심으로 이사회가 구성돼 공정성을 훼손할 위험이 크다”고 주장했다.

언론단체와 시민사회는 “법안을 막기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는 반응이다.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위원장은 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편향 단체라는 말은) 말도 안 되는 정치적 주장”이라며 “전국 수천명의 언론학자가 다 친민주당, 친언론노조인가. 직능단체에도 언론노조와 성향이 다른 단체장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적으로 여당이 수적 우위를 겸하게 되는 구조를 놔두는 것이 편향”이라고 덧붙였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국회 언론·미디어 제도개선 특별위원회 등을 통해 여러 주체가 함께 숙의해 왔다”며 “국민의힘은 야당일 때나 여당일 때나 대안 제시 없이 무조건적인 반대로 공론화를 방해했다”고 했다. 윤창현 위원장 역시 “이준석 전 대표 시절에는 대안 논의에 합의해놓고 윤석열 정부 들어 다 뒤엎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방송 이사를 지낸 바 있는 강형철 숙명여대 교수는 “공영방송은 국가가 제공하는 공공서비스이면서 동시에 국가를 견제해야 하는 독특한 조직”이라며 “따라서 독립성이 중요한 가치이고, 대통령의 개입 권한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법을 제정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고 역사”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의 권한을 제약하기 때문에 민주적 정당성에 흠결을 초래했다는 방통위의 설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강 교수는 “제도만으로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보장할 수 없다. 방송3법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지금 정부처럼 운영하려고 하면 정파화될 수 있다”며 “근본적으로 한국의 정치 문화가 바뀌어야 하고,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공영방송 이사들의 임기를 보장하는 식의 세밀한 장치가 보완돼야 한다”고 짚었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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