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덕후 마음대로 정한 2023 어워즈

윤혜진 프리랜서 기자 2023. 12. 5.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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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시상식에서 상을 받는 아이돌은 한정적이다. 특히 요즘은 대형 기획사 소속이 아니면 출연 자체도 쉽지 않다. 철저하게 사심을 담아 올 한 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인상 깊었던 아이돌에게 주고 싶은 상을 골랐다. 

‘기술상’ 플레이브
1998년 등장한 사이버 가수 1호 아담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는 K-팝 고인물로서 올 3월 데뷔한 5인조 버추얼 보이 그룹 '플레이브’를 처음 봤을 때 인간의 위대함을 느꼈다. 플레이브는 모션 트래킹과 실시간 랜더링 기술을 통해 실제 사람의 목소리와 동작을 실시간으로 구현하는 방식이다. 2D 캐릭터 뒤에 AI가 아닌 사람이 있다 보니 유튜브 라이브 방송과 팬들과의 영상통화 이벤트, 유료 실시간 소통도 가능하다. 심지어 지난 8월에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이돌 라디오 라이브 인 서울’ 무대에도 올랐다. 스크린에 등장한 플레이브의 노래에 맞춰 수많은 '플리’(플레이브 팬덤명)들이 떼창을 하고 응원 구호를 외치는 장관이 펼쳐졌다. 초동 앨범 20만 장이 나갈 만큼 인기를 얻자 플레이브 본체를 궁금해하는 이들도 생기고 있지만 알면 다친다. 플레이브 소속사 블래스트는 본체 공개 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자상’ 임영웅
물론 임영웅이 K-팝 아이돌은 아니지만 트로트계 아이돌로서 이 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지난 10월 27일 서울 송파구 KSPO 돔에서 시작된 임영웅의 전국 투어 콘서트는 아이돌 팬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대부분의 아이돌 팬들은 콘서트에서 이렇게 자상하고 세심한 배려를 받아본 적이 없다. 임영웅은 콘서트장 밖에는 난로 및 소파를 갖춘 대기 시설과 10여 개의 간이 화장실, 콘서트 표가 없는 일반 팬도 참여 가능한 이벤트 존을, 안에는 12개의 초대형 초고화질 스크린과 방석을 준비했다.

무엇보다 공연장 안팎에서 거의 일대일 밀착마크로 느껴질 만큼 살뜰히 팬들을 보살핀 안내 요원의 친절함은 아이돌 팬들에게 놀라움을 넘어 분노까지 유발했다. 포토 존에 사진 찍어주는 아르바이트생이 따로 있고 분실 티켓 재발행 부스가 존재하는 콘서트, 실화입니까?

‘10첩반상’ 샤이니 태민
2008년 "누난 너무 예뻐"라며 바가지머리를 나풀거리던 중학교 3학년 태민은 어느덧 후배들의 단골 롤 모델이 됐다. 특히 지난 10월 30일 솔로곡 'Guilty’로 컴백한 샤이니 태민의 무대를 보면 훌륭하게 성장해준 게 대견해 10첩반상이라도 차려주고 싶다. 신곡 'Guilty’는 태민 하면 생각나는 정체성과 클리셰인 젠더리스를 담되, 남자가 했을 때 부담스럽지 않고 설득력이 있는 선에서 아찔한 줄타기를 한 점이 아주 영리하다. "태민이 태민했다"는 찬사를 받은, 옷 속으로 손을 넣어 목을 만지는 안무는 그렇게 탄생했다.

그런데 태민이 최근 진짜 멋있었던 때가 또 있었다. 바로 11월 17일 위버스 라이브를 통해 "(SM은) 우리나라에서 역사가 깊은 엔터테인먼트니까 그에 걸맞은 연봉을 주라"고 함께 일하는 스태프를 위해 목소리를 낸 것. 빛나는 샤이니의 막내가 언제 이렇게 커서 '강강약약’ 할 줄 아는 어른이 됐을까. 요즘 푹 빠졌다는 육회를 가상 10첩반상에 꼭 올려줘야겠다.

‘현상’ 뉴진스
뉴진스가 '2023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 오프닝과 미국 3대 음악 시상식 중 하나인 '빌보드 뮤직 어워즈(BBMAs)’ 무대에 섰다. 특히 아무리 올해 K-팝 부문이 신설됐다고 하지만 데뷔한 지 1년 4개월이 되지 않은 걸 그룹이 빌보드 뮤직 어워즈 '톱 글로벌 k-팝 아티스트’ 부문의 수상자로 선정된 것은 '현상’이라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뉴진스는 올 초 'OMG’와 'Ditto’를 시작으로 미니 2집 앨범 'Get Up’이 K-팝 그룹 중 데뷔 후 최단기간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 정상에 올랐다. 'Super Shy’ 'ETA’ 'Cool With You’ 등 3곡은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 동시 진입했다. 음반 성적도 놀랍지만 '뉴진스 감성’ '디토 필터’ 등 뉴트로 트렌드를 선도한 점은 11월 기준 평균 연령 17.6세인 뉴진스가 앞으로 보여줄 성장을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마상’ 피프티피프티
지난해 11월 데뷔한 피프티피프티는 올해 발표한 'Cupid’가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서 17위에 오르는 등 찐 중소의 기적을 이루는 듯했다. 그러나 템퍼링(계약 기간 만료 전 사전 접촉하는 행위) 이슈로 올 한 해 응원했던 팬과 사랑으로 키운 제작자 등 여러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만들었다. 심지어 소속사 어트랙트와 외주 용역사 더기버스 간의 법적 분쟁은 현재진행형이라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을 아프게 할지 모른다. 멤버 중 유일하게 어트랙트로 복귀한 키나만이 첫 정산을 받게 됐으나, 키나 또한 현재 팀은 사실상 해체되고 새 멤버 영입으로 어떻게 팀을 재정비할지 알 수 없어 불안한 상황이다.
‘울상’ YG엔터테인먼트 주주
최종 멤버에서 빠진 아현.
YG엔터테인먼트가 블랙핑크 이후 7년 만에 선보이는 걸 그룹 베이비몬스터가 출발선에서 발도 떼기 전에 삐끗했다. '블랙핑크 제니 닮은꼴’ '확신의 센터’로 알려지며 기대를 한 몸에 받은 한국인 멤버 아현을 제외하고 6인조(한국인 멤버 하람·로라, 태국인 멤버 파리타·치키타, 일본인 멤버 루카·아사)로 데뷔를 확정했기 때문. 함께 준비해온 아현은 건강상의 이유로 당분간 휴식에 전념하기로 했다. 11월 27일 데뷔 이후 본격적인 활동을 해봐야 아현의 빈자리 크기가 가늠이 되겠지만 기대했던 팬들의 김이 새는 건 어쩔 수 없다.
어쩌면 지금 가장 울고 싶은 건 베이비몬스터도, 팬도, YG도 아닌 YG 주주일 수 있겠다. 블랙핑크 재계약 여부가 불확실한 가운데 날아든 비보에 주가가 요동치고 있으나, 만반의 준비를 마친 베이비몬스터를 향한 긍정적인 시그널도 존재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중이다.
‘우리 마음속 항상’ 아스트로 문빈
별이 졌다. 아니, 정말 별이 됐다. 스페인어로 별을 뜻하는 아스트로(Astro)로 활동해온 문빈은 지난 4월 19일 팬들의 마음속에서 영원히 빛나는 별이 됐다. 부디 그곳에서는 아프지 말고, 건강하고, 밥 잘 챙겨 먹고, 행복하길. 그리고 좋아하는 웹툰도 보고 운동도 하며 꼭 쉬엄쉬엄 지냈으면 좋겠다.

윤혜진은 
아이돌 조상 H.O.T.부터 블락비, 에이티즈까지 청양고추 매운맛에 중독된 K-팝 소나무다. 문화교양종합지와 패션 엔터테인먼트 매거진 기자를 거치며 덕업일치를 이루고, 지금은 '내돈내산’ 덕질 하는 엄마로 살고 있다.

#임영웅 #베이비몬스터 #아이돌레이더 #여성동아

사진출처 각 아티스트 SNS, 아이돌라디오, 라이엇게임즈뮤직 빌보드 뮤직 어워즈, X 캡처

윤혜진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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