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인류 공멸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김세연 前 국회의원 입력 2023. 12. 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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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연의 다른 관점] 불타는 지구, 모두가 알지만 회피하는 위기

● 지중해 일대가 사막처럼 변할 경우
● 이제 산불을 산불이라 할 수 없어
● 17℃ 넘어선 지구 평균온도
● 지구 육지 약 10% 덮은 빙상
● AMOC마저 붕괴해 버린다면…
● “전쟁 치르듯 긴박하게 행동해야”

[Gettyimage]
지중해 일대는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풍부한 문화유산은 물론 오렌지, 토마토, 올리브 그리고 각종 해산물이 넘치는 따뜻하고 풍요로운 지역의 대명사다. 이곳이 수십 년 내로 사막과 같이 변하는 반면, 쓸모없는 땅으로 버려진 것과 별 차이 없던 알래스카와 캐나다 북부, 시베리아와 스칸디나비아 북부 지역은 경작지로 바뀔지도 모른다.

우리나라만 봐도 지난 수십 년간 사과, 배, 포도의 산지가 계속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지금 남부 지방에서는 열대작물인 망고, 바나나를 재배하고 있다. 주로 쌀이 대상이긴 했지만 불과 30여 년 전 우루과이 라운드 반대 운동 당시 외쳤던 '신토불이'를 떠올려보면 길지 않은 기간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이 정도는 앞으로 다가올 변화의 폭에 비하면 전초전에 불과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한국의 모습, 나아가 지구의 모습은 앞으로 얼마나 더 유지될까.

산불과 폭염이 증가한 이유

크게 공기와 물로 나눠 살펴보겠다. 먼저 대기 온도의 변화를 보자. 올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데스밸리 국립공원의 최고기온은 섭씨 54.4℃,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저지대에서는 52.2℃까지 올라 각각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유럽산불정보시스템(EFFIS)에 의하면 올여름 지중해를 둘러싼 13개 국가에서 산불이 발생했다고 한다. 지중해 국가 대부분은 섭씨 30℃ 후반에서 40℃ 초반의 폭염에 시달렸는데, 특히 산불 피해가 지속된 그리스·이탈리아·알제리·튀니지 등에서는 섭씨 50℃에 육박하는 고온이 관측됐다. 높은 기온으로 건조한 지대가 늘어 산불이 발생하고, 뜨거운 바람까지 불며 발생한 산불이 커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기후연구단체 세계기상원인분석(WWA)은 보고서에서 '미국, 멕시코, 남유럽의 산불과 폭염은 기후변화가 아니었으면 사실상 발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지중해 지역은 북극을 제외하면 지구상에서 기후가 가장 빠르게 변하는 지역이다. 기존 대표 작물인 올리브, 밀, 보리 등의 생산량은 크게 줄어든 반면 이탈리아 남부에서도 망고, 바나나 등과 같은 열대작물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 삼림의 9%를 보유한 캐나다에서는 올해 크고 작은 산불 380건이 발생해 그리스 면적과 비슷한 1400만㏊(헥타르) 이상이 불탔다. 이는 과거의 연간 최대 기록인 730만㏊의 두 배 이상이다. 특히 전체 면적의 4분의 1이 삼림지대인 노스웨스트 준주는 230여 건의 화재가 발생해 210만㏊가 불에 탔다. 이는 지난 50년간 이 지역 연간 평균 산불 피해 면적의 4배에 달한다고 한다. 우드웰 기후연구센터의 연구원 제니퍼 프랜시스는 "이런 산불의 발생에는 인간의 영향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제는 자연 발생적 의미를 가진 '산불(wildfire)'이라 할 수 없다"라고 했다.

현재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이미 1.2℃ 올라가 있는 상태다. WWA 연구진에 따르면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2℃ 오를 경우 올해와 같은 극한의 폭염은 2년에서 5년마다 한 번씩 발생할 수 있다. 유럽에서는 지난해 폭염으로 6만 명 넘는 사람들이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으나, 폭염과 사망 간의 인과관계가 제대로 기록되지 않은 경우가 많으므로 실제보다 과소평가된 수치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지구 평균기온이 17℃를 넘어선 적이 없었다. 2016년 8월 13~14일 이틀간 관측된 16.92℃가 최고였다. 그런데 올해 7월 3일 처음으로 17℃를 넘은 17.01℃를 기록했고, 7월 6일에는 17.23℃로 역대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2015년 세계 197개국은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 이상 오르지 않게 하자는 취지에서 파리기후변화협정에 합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각국의 기후 정책을 반영해 추산해 보면 2100년의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전과 비교해 2.7℃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적도 근처의 열대지방은 지금도 그렇지만 사람이 살기에는 더욱 더 어려워지고, 석유 대신 물을 둘러싼 주도권을 놓고 국가 간 갈등, 어쩌면 전쟁이 발발하며, 이럴 경우 대규모 난민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지게 된다. 폭염으로 인한 온열 질환과 공기 질 악화로 인한 호흡기질환으로 사망자 수가 급증할 때 우리는 이에 대처할 적절한 냉방 및 공기정화 대책을 갖추고 있을까.

재앙급 상황의 도래

환경단체 그린피스 활동가가 영국 런던 랜드마크인 시계탑 빅벤에 올라 ‘기후를 살리려면 정치를 바꾸자’라고 쓰인 대형 깃발을 휘두르며 기후변화 대응 촉구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린피스 영국]
다음으로 물을 살펴보자. 지구에 존재하는 물의 총량은 약 13억8500만 ㎦로 추정된다. 이 중 대부분인 약 97.5%는 해양에 있는 염분이 함유된 물이다. 실제로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물, 즉 강·호수·지하수 등에 있는 담수는 전체의 약 2.5%에 불과하다. 담수 중에서도 대부분은 빙하와 영구 동토층에 고정돼 있어 접근하기 어렵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이 같은 물의 분포는 수백만 년에 걸친 기후변화, 지질 활동, 생물학적 순환 과정의 결과로 상당히 오랜 기간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였다. 특히 해양은 지구상 물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그 비율이 40억 년 전 지구의 대기와 해양에 생성되기 시작한 이후로 크게 변하지 않았다. 지하수도 수천 년에서 수십만 년의 시간 척도로 재충전되고 그 저장량은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됐다. 지구 역사상 빙하기는 여러 차례 발생했는데 그중 일부는 수십만 년에 걸친 긴 주기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약 2만6000년 전에 시작해 약 1만1000년 전에 끝난 최근 빙하기인 '마지막 최대 빙하기(LGM·Last Glacial Maximum)' 동안 북아메리카의 로런타이드 빙상, 유럽의 스칸디나비아 빙상 등이 형성돼 대략 수백만㎦의 물이 빙상 형태로 변했으며 해수면은 현재보다 대략 120~130m 정도 낮았다고 추정된다.

이 같은 지구상 물 분포의 종합적인 현황 및 변화 이력을 염두에 두고, 지구에서 가장 큰 빙상들의 현황을 살펴보자. 현재 빙상은 지구 육지의 약 10%를 덮고 있으며, 지구에서 두 번째로 큰 빙상인 그린란드 빙상은 면적이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인 덴마크령 그린란드의 약 80%인 약 170만㎢ 위에 앉아있고, 총 체적 약 285만㎦, 평균 두께 약 1.5㎞, 가장 두꺼운 부분의 두께 약 3㎞로 알려져 있다. 남극대륙 빙상은 그린란드 빙상의 약 10배 규모다. 면적은 남극대륙의 약 98%인 약 1300만㎢, 총 체적 약 2650만㎦, 평균 두께 약 2.1㎞, 가장 두꺼운 부분의 두께는 약 4.9㎞에 달한다.

바다에 떠 있는 얼음인 '빙하'가 녹으면, 마치 물이 담긴 컵 속에 떠 있는 얼음이 녹아도 물의 높이가 같은 것처럼 해수면 높이에 변화가 없다. 이와 달리 그린란드나 남극대륙 같은 육지 위에 형성된 '빙상'이 녹으면 그대로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진다. 바다 위의 빙하와 달리 육지 위의 빙상은 대기 중의 수분이 눈으로 강수해 쌓여 시간이 지나면서 압축돼 만들어진 얼음덩어리이기 때문에 염분을 포함하지 않은 순수한 담수로 이뤄져 있다. 따라서 그린란드와 남극대륙의 육상 빙상이 녹는다면 그만큼 바닷물의 농도가 묽어지게 된다.

극단적 시나리오이긴 하지만, 그린란드의 빙상이 모두 녹으면 해수면이 대략 7.2~7.4m, 남극대륙의 빙상이 모두 녹으면 대략 58~60m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한편 해수면 상승에는 해수 온도가 오르면서 물의 양이 팽창하는 또 다른 원인도 존재한다.) 참고로 현재 남극대륙 빙상은 매년 1500억t, 그린란드 빙상은 매년 2700억t의 얼음을 잃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기후보고서에 따르면 신뢰할 수 있는 기상관측이 시작된 1880년 이후로 해수면은 약 20㎝ 상승했고, 2100년까지 추가로 최소 약 30㎝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탄소배출량 감축이 제대로 안 될 경우 2m가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현재의 예측치만 가지고도 이미 더 빈번한 재앙급 상황의 도래가 예정돼 있는 셈이다. 세계 도처에서 기후온난화와 관련한 '최고 기록'이 예상치 못한 속도로 깨지고 있기에 더욱 심각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한 자세일 것이다.

섭씨 38.4℃에 이른 수온

해수와 관련해 주목할 현상이 또 하나 있다. 지구의 기후 시스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심층 해수 순환 시스템 중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류(AMOC·
Atlantic Meridional Overturning Circulation)'가 붕괴 위험에 처해 있다고 한다. 심층 해수 순환은 극지방의 차가운 바닷물이 깊이 가라앉은 채로 적도 부근의 따뜻한 지역으로 흘러가는 현상이다. 이를 통해 바다에 열, 탄소, 산소, 영양분 등을 공급하고 해수면의 높이와 온도, 성분 등의 균형을 맞춰 기후 시스템에 다각도로 영향을 미친다.

AMOC는 북반구의 대표적 심층 해수 순환이다. 적도 인근 대서양과 카리브해의 따뜻한 물이 온도와 염도 차에 따라 북미 동해안을 따라 북극 방면으로 이동해 차가워진 뒤 심해로 가라앉아 다시 적도 쪽으로 돌아오는 해류 순환 현상을 말한다. 지구 온도를 조절하는 일종의 '컨베이어벨트' 같은 역할을 하는 자연현상이다. 일부 연구자들은 "AMOC 덕분에 지구온난화가 다소 늦춰지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AMOC는 급속한 환경파괴가 일어나는 현 시기 지구에서 기후 시스템을 유지하는 핵심 자연현상이면서, 가장 붕괴하기 쉽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로 인해 21세기에 접어든 이후 줄곧 학계가 주목해 온 대상인데, 마침내 AMOC가 붕괴할 구체적 시기까지 특정한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덴마크 코펜하겐대의 페트르 디틀레우센, 수잔네 디틀레우센 교수 연구팀이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게재한 논문에서 1780~2020년 북대서양 해수면 온도와 해류 흐름을 관측한 결과, 현재 AMOC는 1600년 만에 가장 약한 수준이다. 지구 온도가 상승하면서 극지방의 얼음이 녹아 담수로 유입되며 염도가 낮아져 해수가 고위도에서 천천히 가라앉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AMOC의 마지막 붕괴가 일어난 것은 마지막 빙하기인 1만2800년 전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10년 만에 지구의 기온이 10~15℃나 변했다고 한다. 참고로 최근 한 세기 남짓에 걸쳐 1.5℃의 온도 상승이 있었다. 연구팀은 현재 온실가스 배출 전망대로라면 AMOC가 2095년 안에, 아주 이르면 2025년 안에 붕괴할 수도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붕괴 가능성이 가장 큰 시기는 2039~2070년 사이로, 중간값은 2050년으로 제시했다.

7월 24일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 산하 국립 데이터 부표 센터(NDBC)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남쪽 약 64㎞ 지점 매너티베이의 수심 1.5m에 있는 한 부표에서 측정된 수온이 섭씨 38.4℃를 기록했다고 한다. 기상학자 제프 마스터스는 "이는 경악할 만한 해수면 온도이며 일반적으로 뜨거운 욕조 물 온도"라고 설명했다. 세계적으로 최고 해수 온도에 대한 공식 기록은 존재하지 않지만, 쿠웨이트만 한가운데에서 측정된 섭씨 37.6℃가 이전의 역대 최고 수온 기록일 수 있다고 한다. 한편 스페인 해양과학연구소에 따르면 7월 25일(현지 시간) 지중해에서의 해수면 온도가 2003년 8월 23일의 섭씨 28.27℃의 종전 기록을 넘어 28.71℃를 기록해 사상 최고 온도를 기록했다고 한다.

심층 해수 순환 시스템이 잘 작동할 경우, 이렇게 적도 주변에서 뜨거워진 바닷물은 극지방으로 옮겨가면서 낮은 온도로 차가워진다. 이후 바다 깊은 곳으로 내려가 다시 적도 지방에 와서 데워지는 과정이 반복된다. 이 시스템이 붕괴하면, 즉 쉽게 말해 목욕탕 온탕 온도의 바닷물이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가만히 고여 있으면 어업은 어떻게 바뀌겠는가. 그 엄청난 열에너지를 바탕으로 태풍은 얼마나 자주 강력하게 만들어지겠는가.

앨 고어의 선견지명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8월 20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클라이밋 리얼리티 프로젝트’에서 ‘기후 위기와 그에 대한 해결책’을 주제로 국내 기후 전문가들과 토론하고 있다. [뉴스1]
기후 재앙에 대해 과학자들과 환경운동가들은 끊임없이 경고해 왔다. 정책 결정자들이나 기업, 소비자도 함께 반응하고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기후 재앙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확신이 들 정도의 빠르고, 과감하고, 전면적인 대응은 없었다. 그런 면에서 저출산 문제로 인한 인구 위기, 그리고 인구 위기와 밀접히 연관된 지방소멸 문제를 대하는 자세와 기후 위기를 대하는 자세는 닮은꼴이다. 즉 오래전부터 예측됐지만 계속 안이하게 대응하다가 심각한 현상이 발생하고 나면 손쓰기에는 이미 너무 늦어버리는 것이다. 웬만한 노력을 해도 극복 가능성이 낮아 보이니 어느 정도 노력하는 시늉은 하되 '내가 살아 있거나 이 자리를 벗어날 때까지만 회피하자'는 무책임한 태도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을 맺고 나서도 그 실천에 앞장서야 할 미국, 중국, 인도 등은 각자의 명분을 대며 책임을 회피하려 한 면이 있다. 존경받는 일부 기업은 예외겠지만 대다수 기업의 경우 기존 패러다임의 운영 방식을 바꿀 때 추가되는 비용 부담 때문에 에너지 사용과 지구 환경에 대한 근본적 관점 변경에 그리 적극적이지는 않은 면도 있다. 소비자인 시민 사이에서도 소수는 이것이 실제 나의 운명과 직결돼 있다고 생각해 긴박하게 움직였지만 절대다수는 아닌 것 같다. 그렇게 우리 모두는 인류 공멸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그럼 어떻게 공멸을 막을 것인가.

대단히 답답하지만, 인간이 스스로 공멸을 막을 수 있을 정도로 지혜로운지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꼭 그렇게 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요즘 다시 보니 기후 위기 대응의 시조새'라고 하는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2008년 한 연설에서 "전 세계가 기후변화라는 도전에 맞서기 위해 전쟁을 치르듯이 긴박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인식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우리 모두가 함께 행동하기를 기대한다. 마치 푸틴이 러시아의 빵 공장에서 드론을 생산하는 것처럼.

김세연
●1972년 출생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졸업
●제18·19·20대 국회의원
●여의도연구원 원장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
●저서 : '리셋 대한민국'(공저)

김세연 前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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