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은빈 "우영우 부담감, 짓눌리고 싶지 않았죠"

최지윤 기자 2023. 12. 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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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빈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배우 박은빈(31)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2022) 부담감을 이겨냈다. 이 드라마가 신드롬을 일으킨 후 세상의 시선이 달라졌지만, "부담감에 짓눌리고 싶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최근 막을 내린 tvN '무인도의 디바'의 '서목하'처럼 긍정적으로 받아 들였다. 물론 무인도의 디바는 호불호가 갈렸지만, 대중들의 기대 덕분인지 시청률도 나쁘지 않았다. 노래·기타 연습부터 사투리 연기까지 소화, 그 노력을 알아준 게 아닐까. "2023년 목하가 나의 이정표가 돼줬으면 했다"며 "이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작년에 받은 관심은 살아 생전 처음이었다. 모두가 나를 주목하는 게 느껴졌다. 오히려 해왔던 대로, '가벼운 마음으로 임하자'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왠지 목하라면 인간 박은빈의 힘든 점을 단순하게 타파하지 않을까 싶었다. 처음에 오충환 PD님께 '목하가 나여야만 하는 이유'를 물었다. '긍정의 기운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나밖에 떠오르지 않았다'고 하더라. 노래 실력을 갖추지 않아서 '적역일까?' 싶었지만, 목하의 기운이 가장 중요했다. 시청자들이 목하가 전하는 일상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받아 들여줘서 다행이다."

이 드라마는 오디션을 보기 위해 상경하다 무인도에 좌초된 '서목하'(박은빈)가 15년 만에 구조돼 디바에 도전하는 이야기다. 1회 3.2%(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출발, 12회 9.0%로 종방했다. 박은빈의 가수 도전기는 쉽지 않았다. 한 곡만 부르는 게 아니라, 가수들도 몇 년 간 준비하는 정규 앨범 수준의 곡을 소화했다. 처음에 노래 연습만 하다 보니 '연기를 후순위에 두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끝나고 보니 노래는 목하를 가장 잘 표현하는 연기였다. 노래 실력이 아쉬워서 100% 만족스럽지 않다"면서도 "다시 돌아가도 할 수 없을 만큼 최선을 다했다. 미련을 가지지 않으려고 한다"고 했다.

1월 중순부터 하루 3시간씩 6개월간 레슨을 받았다. 가수 알리아에게 기타, 노래 발성 등을 배웠고, 이후 작곡가 타이비언 프로듀싱을 받으며 녹음했다. "4월부터는 촬영을 시작해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많으면 일주일에 한 번씩 연습했고, 7월 말~8월 초부터 녹음을 시작했다"면서 "녹음실에서 작곡가님 디렉팅을 받으면서 실력이 늘었다. 애초 실력이 타고 나지 않아서 참 많은 공을 들였다. 음악감독님이 '실제 녹음실에서 있었던 상황이 진정한 디바 도전기였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우영우보다 서목하 캐릭터가 더 소화하기 어려웠을까. 우영우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지닌 변호사라서 "고시공부 하듯 대사를 외웠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가장 최근의 일이 생생하지 않느냐. 우영우 때 가장 힘들었고, '나의 한계인가 보다'라고 느꼈다. 무인도의 디바 때는 '우영우보다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그 생각이 저절로 들 정도로 쉽지 않았다. 다행히 습득력이 빨랐고, 어차피 내가 결정한 거라서 최선을 다했다."

전라도 사투리 연기는 다소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사투리 연기는 처음이었지만, "다른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렵게 느껴지진 않았다"고 짚었다. "주변 전라도 동향 분들에게 많이 물어봤다. 사람마다 말투가 다르듯 사투리도 지역, 성향, 나이 등에 따라 다르다고 하더라. 서울 분들이 해석이 안 될 정도의 단어는 빼고 적절하게 표현했다"고 돌아봤다.

무인도의 디바 OST 중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는 '썸데이'(Someday)를 꼽았다. 평소에는 서영은의 '웃는거야'를 좋아한다고 귀띔했다. "썸데이가 가장 부르기 편했다. 그 곡으로 시작했고, 목하가 무인도에서 지낸 시간부터 현재까지 모습을 표현해 좋아한다"며 "생각보다 다양한 장르를 불렀는데, '그날 밤'이 제일 힘들었다. 어쿠스틱·콘테스트 두 가지 버전이 있지 않았느냐. 경연 버전이 부담됐다. '오픈 유어 아이즈'(Open Your Eyes)도 그렇고, 노래를 들었을 때 뽑고 싶어야 해 부담이 갈 수밖에 없었다. 감정을 넣어야 했고, 생각보다 빠른 템포라서 박자를 맞추기도 어려워 녹음할 때 가장 오래 걸렸다"고 부연했다.


그동안 박은빈은 쉬지 않고 달려왔다. 주위에서 '도전을 좋아해 힘든 캐릭터를 맡는 게 아니냐'고 하지만, "나름 내가 할 수 있을 법한 것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소화하지 못할 것 같으면 과감히 포기한다"며 "도전의 아이콘이 되고 싶지는 않다. 대중들에게 피로감을 주고 싶거나, '또 어려운 걸 해냈다'는 느낌을 주고 싶지도 않다. 이번에도 내가 노력한 걸 감사하게 알아봐 줬지만, 언제나 알아주지 않아도 된다. 그냥 내가 한 걸 재미있게 봐주고, 마음 편히 즐겨 주면 보상이 된다. 아직까지 그 이상으로 그 속에 담긴 노력을 봐주는 것 같다"고 했다.

'스토브리그'(2019~2020)를 시작으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2020) '연모'(2021),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무인도의 디바까지 '중박'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모든 작품이 잘 되진 않았다"며 "흥행이 될지 안될지 생각하기 보다 의미를 찾는 편이다. 이 작품을 하고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하면 흥행이 안 돼도 납득할 수 있다"는 자세다. 아역 출신으로 어렸을 때부터 활동해 "항상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면서도 "데뷔한 지 오래 돼 꽤 많은 일이 있었고, 다룰 수 있는 경험이 생겼다. 많이 채워진 것 같으면, 스스로 비워낸다"고 했다.

"우영우처럼 모두의 예측을 벗어나 '초대박' 난 작품이 또 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 거기에 기준을 맞춰서 작품을 선택하면 본질을 잃어서 앞으로도 연연하지 않을 것 같다. 우영우 시즌2는 기사를 보고 상황을 알았는데, 지금도 딱히 연락 받은 건 없다. 한 인물로서 최선을 다해 마무리를 지어서 이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보물상자에 넣어 밀봉된 상태다. 다시 열어볼지 말지는 시기상조 아닐까. 스스로 한계를 보지 못했고, '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믿음이 있어서 계속 나아가게 해주는 것 같다. 자기 효능감이라고 할까. '하면 잘 할 수 있다'는 최소한의 믿음이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pla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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