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이 다른 조용병…이번엔 '은행 가려운 곳 긁어줄까'

이경남 2023. 12. 5. 07: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남다른 무게감'…은행 현장 '목소리' 전할까
상생금융 균형 맞추고 미래 먹거리 발굴 나서야
"은행권 맏 형 이신분이니 누구보다 우리의 상황을 잘 이해하고 목소리를 내어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은행들이 새로운 '스피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에 거는 기대가 높다. 은행연합회장 중 유일하게 4대 금융지주 회장(신한금융지주)을 지냈던 만큼 남다른 무게감을 지녔다는 이유에서다. 이같은 무게감을 바탕으로 그의 목소리에는 강력한 '힘'이 실려 은행들의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지난 1일 취임식을 갖고 본격적인 임기를 시작했다. 조용병 회장은 앞으로 3년간 국내 은행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그래픽=비즈워치

조용병 회장에 기대 큰 이유

은행연합회장은 23개 은행연합회 정회원 대표 등으로 구성된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선출한다. 은행들이 직접 은행을 대표할 사람을 뽑는다는 얘기다. 

그간 은행연합회장은 관 출신 인사들이 자리를 맡아왔다. 15명의 은행연합회장 중 11명이 공무원 출신이었다. 은행업이 규제산업인만큼 금융당국과의 소통이 중요한데 관 출신 인사들이 이러한 역할에 유리하다는 등의 이유에서였다. 

당국과의 소통이 원활할지는 몰라도 업계 현장의 목소리를 내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현장 경험이 없다보니 업계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기 어려웠다는 얘기다. 

이같은 상황에서 은행들은 15대 회장으로 조용병 회장을 선출했다. 조용병 회장은 1984년 신한은행에 입행한 이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 신한은행장, 신한금융지주 회장 등을 지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현재 금융권 현역 중 그보다 은행업에 정통한 인사를 찾기 어렵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아울러 오랜기간 CEO를 역임하면서 금융당국과의 네트워크도 탄탄하게 쌓아왔다는 평가다. 업계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관과의 원활한 소통을 기대할 수 있는 인사라는 얘기다. 

은행 한 관계자는 "사실 최근 몇 년 간 협회가 은행의 목소리를 대변해주는 역할에는 미진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40년 뱅커 생활을 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은행권 현장의 상황에 대한 이해가 높고 이를 적극 대변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역대 은행연합회장 중 유일한 4대 금융지주 회장 출신으로 과거 회장들에 비해 무게감이 남다르다"라며 "당국이 정책을 펼치기에 앞서 업계의 현황을 잘 전달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조용병 회장의 '과제'

현재 은행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이자장사'라는 비판 여론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생기는 부담감이다. 

은행들이 수조원의 이자수익을 거두자 정치권을 중심으로 수익성을 일부 포기하더라도 가계와 기업 등 경제 주체들의 이자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상생금융'과 야당을 중심으로 논의가 되고 있는 '횡재세' 등이 대표적이다.

은행은 대표적인 규제산업인만큼 정부와 정치권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엄연한 민간 기업이다. 은행이 속한 지주회사는 주주들이 존재하는 상장회사이기도 하다. 무작정 정치권의 주문에 응답했다가는 은행들의 경쟁력이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 아무리 많은 수익을 냈더라도 이를 쉽게 열 수 없는 입장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은행들은 조용병 회장이 부정적인 여론을 잠재우면서도 은행들의 부담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있어 균형감각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상생금융을 바탕으로 정부의 정책에 발맞추는 것은 피할 수 없다"면서도 "상생금융이 무작정 퍼주기 정책의 연장선에 머무르지 않게 은행들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명확히 하는 균형을 맞춰주는 게 은행연합회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의 새로운 먹거리 확보를 위한 규제 개선에도 조 회장이 나서줘야 한다. 

그간 금융당국은 국내 은행산업의 경쟁력 향상, 수익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을 위해 금산분리 규제 완화 등 다양한 규제 완화에 대한 청사진을 그려왔다. 

다만 금융당국의 추진안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반대에 부딪혀 좀처럼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투자일임업 허용, 방카슈랑스 확대 등이 대표적이다. 그간에는 은행연합회가 타 업권을 대표하는 기관들에 비해 은행의 목소리를 적극 대변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 관계자는 "투자일임업, 방카슈랑스 등 제도 개선을 놓고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금융투자업계, 보험업계에서는 협회를 중심으로 목소리를 내왔다"라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조 회장이 잘 알고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은행들의 입장을 대변해주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