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바' 박은빈 "도전을 좋아하진 않아요, 그때 마음에 충실한 결과죠" [MD인터뷰](종합)
진정성 위해 극 중 노래 직접 녹음·가창
"2022년이 '우영우'라면 2023년은 '서목하'"
[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제 한몫 건사하자는 마음가짐으로 살고 있어요. 남한테 민폐 끼치지 않고 내 앞가림하면서 살자는 소박한 생각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삶이니까 자기 혼자 몫을 잘 해내고 살면 서로 불편한 일도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하는 편이랄까요."
박은빈은 4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나무엑터스 사옥에서 마이데일리와 만나 케이블채널 tvN 토일드라마 '무인도의 디바'(극본 박혜련 은열 연출 오충환)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무인도의 디바'는 15년 만에 무인도에서 구조된 가수 지망생 서목하(박은빈)의 디바 도전기를 중심으로 왕년의 톱스타 윤란주(김효진)의 차트 역주행 프로젝트, 강보걸(정기호/채종협)과의 로맨스 등 다양한 이야기를 그렸다.
박은빈은 극 중 자신의 디바 윤란주처럼 가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꿨지만 뜻밖의 사고로 인해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 서목하 역을 맡았다. 15년이라는 세월을 홀로 무인도에서 버틴 서목하는 세상 물정엔 어둡지만 그보다 더 값진 이치를 얻어 세상 밖으로 나온 인물이다.
이날 박은빈은 "7, 8개월 동안 길게 촬영을 해도 6주 만에 방송이 끝나버리니까 되게 짧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는데 최고 시청률로 끝났다는 타이틀을 쓸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무인도의 디바'는 첫 회 시청률 3.2%(이하 닐슨코리아 전국평균)로 시작해 마지막 회 9.0%를 기록했다. 한 회 한 회 지날수록 시청률은 꾸준히 상승했고 자체 최고 시청률로 종영했다는 타이틀도 획득했다. 그럼에도 배우로서 '무인도의 디바'가 첫회부터 바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지 못한 것이 아쉬울 수도 있을 터.
그러나 박은빈은 "생각보다 내가 예측한 대로였어서 놀라지는 않았다. 그냥 잘 준비한 대로 쌓아나가면 봐주시는 분들이 늘어나지 않을까 그런 기대는 갖고 있었다. 결코 절망적이거나 낙담하진 않았다"고 담담히 말했다.
"기억나는 반응이요? 제가 '야외녹음실'이라는 라이브 콘텐츠를 하나 찍었는데 '태릉선수촌 선수 역이면 올림픽 금메달도 따겠네' 이런 댓글이 있었어요. 노력을 알아주시는 것 같아서 감사했어요. 사실 노력을 알아주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거든요. 배우로서 준비한 것들을 재밌게 봐주시면 보람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숨은 노력까지 알아봐 주시고 칭찬해 주셔서 훨씬 더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디바' 서목하 역을 맡은 박은빈은 대역을 쓰지 않고 직접 노래를 불렀다. 드라마에서 박은빈이 마이크를 잡았다면 100% 모두 박은빈의 목소리다. 발매한 OST만 하더라도 '섬데이(Someday)', '그날 밤'의 어쿠스틱과 콘테스트 버전, '히얼 아이 엠(Here I am)', '민트(Mint)', '오픈 유어 아이즈(Open Your Eyes)', '언틸 디 엔드(Until The End)' 등이 있다. 박은빈은 아찔한 고음 역시 완벽하게 소화해 내 극찬을 받았다.
이에 대해 묻자 박은빈은 "어려운 곡들이었다. 이번에 노래 레슨 받으면서 나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조금 알아보고 싶었다. 발성 연습을 시켜주셨던 선생님이 어디까지 가능한지 가보자고 하셨을 때, 내 음역대가 높은 편이었는지 '4옥타브 도'까지 가능했다"며 "가장 높은 곡이 '그날 밤'이라고 3단 고음이라고 살짝 화제가 됐는데 '3옥타브 솔 샵(#)' 정도였다. 생각보다 고음은 어렵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박은빈은 "노래는 내가 좋아했던 장르지만 이제 듣기 좋은 것과 부르기 좋은 건 다르지 않나. 그래서 그 노래를 잘하고 싶지만 그렇게 실력을 쌓을 밑바탕은 좀 없었다. 이렇게 목하라는 캐릭터를 만나서 덕분에 실력을 쌓을 수 있어서 고되지만 즐거웠던 작업이었다"며 겸손히 말했다.
노래를 잘 부르는 것만이 서목하의 완성은 아니었다. 서목하는 왕년의 톱스타 윤란주의 대역으로 립싱크를 한다. 동시에 최전성기 윤란주의 실력까지 뛰어넘어야 했다. 윤란주의 목소리를 대신하는 게 어울릴지 생각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김효진의 얼굴에 어울리는 목소리여야 하고, 윤란주의 전성기를 납득시킬 실력까지 있었다. 이 때문에 박은빈은 매 순간 좌절해야 했다.
박은빈은 "목하가 란주의 목소리를 대신해야 하는데 저의 목소리를 또 대신하는 가수 분이 생기면 대신하는 가수의 대신하는 목소리가 생기는 거다. 걸 시청자분들이 납득하실지, 몰입하기에 장애물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그런 장벽을 낮추기 위해 어떻게 해서든지 진정성을 보여드려야겠다고 결심했다. 충환 감독님이 굉장히 신경 쓰셨고 음악감독님을 필두로 모든 음악팀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주셨다"고 감사함을 표했다.
이를 위해 박은빈은 1월 중순부터 레슨을 시작했다. 실력 있는 싱어송라이터 알리아가 기타와 노래발성을 가르쳐줬다. 하루에 3시간씩, 총 6개월 동안 43번의 레슨이 이어졌다. 촬영이 시작된 4월에는 시간적 여유가 없어 일주일에 한 번 레슨을 받으면 다행이었다. 그러나 박은빈의 레슨은 계속됐다. 6개월 간 기본과 기초를 다지며 차곡차곡 실력이 쌓였다.
이에 대해 박은빈은 "실제로 실력이 는 건 녹음실에서부터였던 것 같다. 작곡가님의 디렉팅을 직접 받는 게, 이를테면 출제자의 의도를 아는 지름길이 펼쳐지더라. 타이비언 작고가님이 집중 프로듀싱을 해주셔서 실력이 쑥쑥 향상했다"며 "음악감독님도 그렇고 음악팀도 그렇고 '녹음실에서 있었던 일들이 진정한 디바 도전기'라고 하셨다. 이걸 다큐멘터리로 찍어야겠다고 할 정도로 치열한 시간을 보냈다"고 뿌듯하게 미소 지었다.
박은빈은 수십 곡의 데모곡을 받아 직접 노래까지 골랐다. 물론 박은빈이 고른 곡이 모두 픽이 된 것은 아니었다. '무인도의 디바' 작가 역시 극 내용에 맞춰 곡을 골라줬다. 그렇게 고른 곡들은 생각보다 장르가 다양했고, 듣기에는 좋아도 부르기에는 쉽지 않기도 했다. 그러나 박은빈의 노력을 빛을 발했다. 점점 녹음 경험이 쌓이며 전곡을 다시 레코딩하면 느낌이 달라질 것 같다는 칭찬도 들었다.
"여전히 제 노래 실력에 확신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저는 저의 처음을 아니까요. 참 많이 노력했고 나아졌구나 싶어요. 최선을 다했으니 미련을 갖지 말자 생각하고 있습니다. 노래마다 생각보다 어려운 노래처럼 들리는데 편한 노래가 있고, 반응은 좋았는데 저는 정말 어려워 죽을 뻔한 노래도 있었어요. 득음을 했다고 자신할만한 것 같습니다."
'죽을 뻔한 노래'로 박은빈은 '그날 밤'을 선택했다. 노래 자체가 리듬을 잘 타야 하는 동시에 감성이 가득해야 했다. 거기에 어쿠스틱과 콘테스트 버전도 따로 있었다. 특히 콘테스트 버전은 2008년 윤란주의 목소리를 뛰어넘는 2022년의 서목하의 목소리가 필요했다. 물론 이는 모두 박은빈의 몫이었다.
박은빈은 "콘테스트 버전이라는 것 자체가 '아, 이 사람'이라고 귀를 사로잡는 뭔가 있어야 했다. 또 어제의 나를 이기는 것도 어려운데 2008년 윤란주의 최전성기라는 설정과 '지금 훨씬 낫네'라는 설정 속 어떻게 할 수 있을지를 참 고민했고 녹음실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가장 좋아하는 곡은 '섬데이(Someday)'다. '플라이 어웨이(Fly Away)'도 마지막을 완성하기엔 좋은 곡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앞에 곡들이 워낙 좋았다 보니까 상대적으로 '플라이 어웨이(Fly Away)'는 관심을 덜 가져 주시는 것 같아서 속상하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이러한 박은빈의 노력이 덕인지, 서목하는 스타디움에서 단독 콘서트를 개최하고 연말 시상식에서 대상 '올해의 노래' 트로피를 거머쥐는 가수로 성장했다. 대한민국 여자 솔로 가수로서 최정점을 찍은 서목하의 커리어 덕에 가수 아이유가 떠오른다는 반응도 나왔다.
이를 이야기하자 박은빈은 "오충환 감독님과 또 조감독님이 미술에 신경을 많이 쓰셨는데 유일하게 보여주셔서 받았던 레퍼런스는 사실 테일러 스위프트였다"며 "스타디움 콘서트도 테일러가 월드투어를 하면서 보여줬던 그 공연장의 모습을 보고 초록색 배경에서 스스로가 디바가 됐다는 생각을 하며 연기를 했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수많은 OST를 발매했던 만큼 음원수익 관련 질문도 나왔다. 박은빈은 "본업이 가수가 아니다 보니까 아마 해당이 안 되지 않을까 싶은데 잘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웃했지만 노래를 불렀기에 저작인접권이 있다는 말을 듣자 "그러면 기다려보면 뭐가 나오는 거냐. 아직은 전혀 아는 바가 없는데 가르쳐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목하에는 노래 말고도 박은빈의 피, 땀, 눈물이 담겼다. 박은빈이 항상 작품에 임할 때마다 작성하는 캐릭터 노트에도 그 흔적이 남았다. 자신도 디지털화가 됐다는 박은빈은 공책이 아닌 패드를 살펴보며 그 내용을 조금 전했다. 사투리를 해야 하는 역할이기에 모니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써놨다고. 노래에 대한 합리화도 있다며.
박은빈은 "노래는, 그러니까 내가 느끼기에 프로가수들의 실력을 따라잡기 위해 창법을 따라 하는 순간 스스로 거북하게 느껴지더라. 어울리지 않을뿐더러 내가 완전히 소화해내지 못하면 그냥 느끼하게 들릴 수 있겠다 싶었다"며 "스스로 목하다운 창법은 무엇인지, 나는 어떤 음색을 가진 사람인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또한 사투리 연기에 대해서는 "사투리는 (목하와) 동향인 분들께 여쭤봤다. 같은 지역이라도 지역 내의 지역마다 나이마다 성향마다 다르시더라. 대체로 뭘 해도 '우리 귀에는 이것도 사투리고 저것도 사투리여' 이러셨다"며 "마음을 편하게 먹고 목하가 가지고 있는 사투리 속 정서에 집중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도와주셨다. 중간쯤 또 이게 괜찮냐고 여쭤본 적 있었는데 동향인 분들은 되게 관대하게 생각해 주셔서 나는 개인적으로 다행이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무인도의 디바'에서 서목하의 이야기를 하자면 노래, 사투리와 함께 당연히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서목하가 15년간 표류한 무인도다. 그리고 박은빈에게 무인도에 대한 이야기를 부탁했을 때 예상했던 답변은 섬 촬영의 고단함이나 아름다운 자연환경, 무인도 표류 연기를 위한 노력 등이었다.
하지만 박은빈은 "제작발표회에서도 이야기했었는데 어렴풋이 기저에 깔린 내용이 결국 모두가 각자만의 무인도에 갇혀있는 세월이 있었다고 느껴지더라. 목하는 물리적으로 무인도라는 공간에 떨어져 있었지만, 나는 그 속에서 꿈이 유예됐지만 정체된 시기는 아니라고 생각을 했다. 어떻게 해서든지 목하는 본인의 꿈을 이루기 위해 살고 있었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며 "나도 작년에 이 작품을 선택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이 무인도라는 공간이 내 속에 있겠구나 느꼈다. 나 홀로 존재하면서 스스로 메아리쳐서 돌아오는 공허한 공간들이 마음속에 있지 않나"라고 깊은 이야기를 꺼냈다.
"그곳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마음을 품고 세상 밖으로 나올 것이냐에 따라, 거기에서 맺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또 결정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무인도를 겪고 나온 목하가 여러 사람들을 만나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구원을 하고. 이런 개념들을 이 드라마 내내 보여드릴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박은빈이 '무인도의 디바'를 이야기한 중요한 포인트가 또 있다. 당시 박은빈은 서목하를 가리키며 '2023년은 목하가 이정표가 되지 않을까 희망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묻자 박은빈은 "항상 한해 1년에 한 작품씩은 꼭 보여드렸다. 한해를 되돌아보면 내가 했던 작품의 캐릭터가 남더라. 이 캐릭터로 나는 이 해를 보냈구나 싶다"며 입을 열었다.
이어 "그런 의미에서 2022년이 우영우였다면 2023년은 어떤 캐릭터로 나를 기억하고 싶냐는 생각을 많이 했다. 목하는 2022년의 박은빈에게 되게 필요했던 성격을 가진 캐릭터였다"며 "개인적으로 2022년의 어떤 좋지만 소란스러웠던 그 마음을 목하가 잘 청소해 줄 것 같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목하가 태풍이 무인도를 휩쓸고 갔을 때 '태풍을 견뎌 불자'라고 머리를 질끈 묶고 정돈을 해나가는 모습이 많이 위로가 됐다"고 털어놨다.
우영우부터 서목하까지 그간 박은빈의 선택은 모두 심상치 않았다. 항상 큰 도전이라는 말이 뒤따랐다. 그러나 캐릭터와 대본 선택 시 철학이나 기준에 대해 박은빈은 "사실 도전을 좋아하지 않는다. 도전의 아이콘이 되고 싶은 생각도 전혀 없다. 어려운 선택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아니지만 그때그때 선택은 내 마음에 충실했던 결과"라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 "다음에는, 그전에는 이걸 했으니까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그 대본을 봤을 당시 이런 것을 해보겠다는 마음에 충실했던 게 나중에 지나고 보니 어려운 도전이 되더라"라며 "그런데 스스로 한 결정에 책임질 줄 아는 삶을 살아야 된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쌓아오다 보니까 덕분에 캐릭터와 같이 성장해 온 한 해 한해였던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서목하는 15년간 '무인도'에 표류했지만 훌륭한 '디바'가 되며 꿈을 이뤘다. 그러나 무인도에 표류한 서목하가 항상 씩씩했던 것만은 아니다. 무인도 생활 6년째를 맞이하자 서목하 역시 좌절했다. 그런 서목하에게 찾아온 것은 바다에 떠밀려온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라면 하나가 담긴 아이스박스였다. 그리고 아이스박스는 서목하에게 희망이자 살아갈 용기를 주는 매개체가 됐다. 그렇다면 부지런히 반짝이는 박은빈에게도 아이스박스가 있을까.
"목하는 아이스박스로 구원받았지만 아직까지 아이스박스를 못 찾은 게 저의 구원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꼭 뭐가 떠내려오기 바라면서 살아야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서요. 아직 목하만큼의 파란을 겪지는 못했는지 이대로 존재해도 큰 어려움이 없기 때문에 아이스박스가 없어도 잘 살 것 같긴 합니다. 저도 목하처럼 어려움이 닥쳤을 때 목하에게 아이스박스를 떠올리면서, 나에게 아이스박스가 무엇일까 생각하면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아직까지 목하에 상응하는 아이스박스는 찾지 못했고 찾을 생각은 없지만, 삶에 어려움이 생기면 꼭 기억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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