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 글로벌]'비동맹→다중동맹' 기조··· 印, 미중 패권경쟁에 몸값 올려 실리

박준호 기자 입력 2023. 12. 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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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릭스·SCO, 쿼드 등 협의체 동시참여
미·중·러 세력균형 지정학 이점 부각
미국은 균형추 핵심 인도와 협력 강화
중국, 경제적 의존 고려해 관리 나서
'글로벌 사우스' 리더 대두 야심 부각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3일(현지 시간) 수도 뉴델리의 인도국민당(BJP)의 지방선거 승리 기념 파티장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서울경제]

인도가 냉전 시대에 미국 중심의 자유 진영과 소련 중심의 공산 진영 어디에도 속하지 않으며 위상을 세웠던 ‘비동맹’ 노선에서 한 발 더 나아간 ‘다중 동맹’ 기조로 국제사회에서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특히 미중 양국이 서로를 견제하기 위해 인도의 존재가 상당히 중요해진 현 상황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줄타기’ 외교로 쌓은 역량을 통해 인도는 ‘글로벌 사우스(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개발도상국·신흥국)’의 리더로서 북반구 중심의 기존 강대국들에 대항하는 질서 구축까지 노리고 있다. 10년째 집권 중인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내년 총선에서도 3선이 유력한 상황이라, 이 흐름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익 중심 자유로운 ‘다중 동맹’=중립 노선을 걸었던 인도의 외교는 특정 국가나 진영과 강한 동맹을 맺기보다 철저히 국익 중심의 기준에서 자유롭게 움직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다중 동맹 외교로 진화하며 빛을 발하고 있다. 인도는 주요국 가운데 유일하게 미국과 중국·러시아가 각각 주도하는 협의체에 동시에 참여하고 있다.

인도는 중국·브라질·러시아와 더불어 브릭스(BRICS) 창립 멤버이며 중국·러시아 중심의 정치·경제·안보협의체인 상하이협력기구(SCO)에도 2017년 가입했다. 반면 중국이 ‘전랑외교’로 대표되는 공격적 외교 노선을 걸으면서 인도와도 마찰을 빚자 2020년 미국 중심으로 만들어진 중국 견제 목적의 협의체 ‘쿼드(QUAD)’에도 호주·일본과 함께 참여했다. 올 7월에는 모디 총리가 프랑스와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 25주년을 맞아 프랑스를 방문해 관계를 강화하는 등 유럽연합(EU) 국가들과도 관계를 다지고 있다. 협의체에 들어갔어도 자유롭게 움직이기는 마찬가지다. CNBC는 “인도는 무기의 70%를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동시에 미국과는 최대 교역 관계로서 지난해 무역액 1900억 달러를 넘겼다”고 전했다. 특히 쿼드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대러시아 제재를 단행했음에도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멈추지 않았고 올 1~9월 인도 원유 수입량의 39%가 러시아산이다.

◇미중 양국과 나란히 결속·협력=인도의 자유로운 움직임은 지정학적으로 미국, 중국과 러시아 간 세력 균형을 추구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라는 점에 기인한다. 특히 미국에는 인도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OIP)’ 전략에 필수적이다. 중국 ‘일대일로’에 대항한 미국의 ‘인도·중동·유럽경제회랑(IMEC)’에도 인도가 핵심 파트너다. 모디 총리가 6월 현직 인도 총리로서는 2009년 만모한 싱 총리 이후 처음으로 미국을 국빈 방문했을 때 적어도 세 번 이상의 정상회담을 진행하며 극진히 환대한 점은 이를 잘 보여준다. 당시 양국은 인도 현지 항공기용 제트엔진 생산, 무인기 도입 등에 합의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은 인도가 군사동맹이자 중국의 대안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분석했다.

카슈미르 국경 분쟁을 겪는 중국과는 최근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의 수혜자로 인도가 주목받는 것과 맞물리며 불편한 관계지만 상호 경제적 의존성을 고려해 관계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9월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불참하며 인도와 불편한 관계를 드러낸 바 있다. 반대로 인도는 SCO 정상회의를 개최하면서 막판에 화상회의 형태로 열기로 하며 중국의 김을 뺐다. 하지만 2022·2023회계연도의 양국 교역액(1043억 달러) 가운데 87%가 중국의 수출이었으며 인도는 중국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서 98억 달러, 브릭스 신개발은행(NDB)로부터도 75억 달러의 차입을 받을 만큼 인도와 중국은 경제적으로 연결돼 있다. 수샨트 싱 인도 정책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인도는 전자제품·전기차·배터리 등에서 중국의 투자를 필요로 한다”며 “인도의 중국 의존을 줄일 방법이 없다. 위기 상황에서 심각한 경제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에 양측은 올 8월 접경지에서 대치한 병력을 조기에 철수하고 긴장 완화를 위해 노력하는 데 합의했다.

◇‘글로벌 사우스’ 리더 야심=인도는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사우스의 리더로서 미국·중국·러시아 등으로 다극화된 세계에 새롭게 대두한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는다. 9월 G20 정상회의에서 모디 총리 주도로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모습은 인도의 외교적 위치를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그간 실리 위주의 균형 외교를 추구하며 축적해온 인도의 역량이 부각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일요판인 옵서버는 “모디 총리는 인도를 글로벌 사우스 지도자로 내세우는 데 이 행사를 이용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인도 집권 인도국민당(BJP)은 내년 4~5월 열리는 총선을 앞둔 마지막 대규모 선거인 지방선거에서 압승, 모디 총리의 3연임 도전에 힘이 실리게 됐다. 인도 중북부 라자스탄·마디아프라데시·차티스가르주, 남부 텔랑가나주에서 진행된 지방선거 결과 BJP가 텔랑가나주를 제외한 3개 주에서 압승했으며, 특히 라자스탄·차티스가르주는 제1야당인 국민회의당(INC)이 집권하던 야당 강세 지역이었으나 이번 선거에서 BJP가 이겼다. 다만 이 경우 ‘힌두 민족주의’가 확장하면서 인도 내 민주주의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서방에서 제기된다.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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