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큰 공부가 된 시즌" 이정용 계획은 2023년 선발투수였다, 상무 아닌 LG 1군일 줄은 몰랐지만

신원철 기자 2023. 12. 5.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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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용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LG 이정용은 내심 2023년을 선발 도전의 시작점으로 두고 2022년을 보냈다. 그런데 그 선발 도전이 1군에서의 일이 될 줄은 1년 전만 해도 전혀 몰랐다.

2022년 12월 상무에 입대한 뒤 팀 사정이 허락한다면 선발 기회를 얻어볼 수 있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감독이 바뀌면서 LG에 1년 더 남기로 했다. 그렇게 2024년으로 미뤄지는 듯했던 선발 기회가 아주 뜻밖에 찾아왔고, 보란듯이 성공하면서 입대 후의 계획도 더 확실하게 세울 수 있게 됐다.

이정용은 지난해까지 프로에서 3시즌 165경기를 전부 구원투수로 던졌다. 그런데 2019년 입단 후 팔꿈치 수술 뒤 재활 기간에는 구단에서도 이정용을 선발투수로 기대하는 시선이 있었다. 당시 차명석 단장은 정우영 고우석이라는 확실한 필승조가 있는 만큼 이정용이 재활을 마치고 나면 선발투수로 1군에 데뷔할 수 있다는 어렴풋한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이정용은 상무 입대 후 선발투수에 도전해보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LG에서도 이정용의 선발 전환 가능성을 궁금해 했다. 당시 이정용은 "내 욕심도 있었고 주변에서 권유도 받았다. 선발투수 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하다는 얘기를 많아서 그런 쪽으로 생각을 해봤다. 또 프로에서 안 해봤으니까 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상무에 가게 되면 그때가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닌가 싶었다"고 말했다.

이정용이 구단에 요청한 것이 아니라, 구단에서 지켜보고 내린 잠정적인 결론이었다. 지난해 10월의 이정용은 "내가 구단에 얘기한 적은 없는데 구단에서도 뭔가 보신 것 아닐까. 내가 모르는 뭔가 있는 것 같다"며 "넓게 봤을 때 선발 경력이 있으면 좋겠다는 거지 거기에 꼭 의미를 두고 싶지는 않다. 욕심이 생기기는 하는데, 너무 지나쳐도 좋지 않으니까"라고 밝혔다.

▲ 이정용 ⓒ곽혜미 기자
▲ 염경엽 감독 이정용 ⓒ곽혜미 기자

그런데 한 달 뒤, 이정용은 한 가지 큰 결단을 내린다. 신임 염경엽 감독의 제안에 상무 지원을 취소하기로 한 것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입대를 더욱 미룰 수 없는 나이라는 이유, 또 상무 지원을 취소하면 향후 재지원시 불이익이 올 수 있다는 이유로 이 결정에 우려를 드러내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정용은 상무에 다시 지원해 최종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시즌 중에는 선발 전환에 완벽하게 성공했다. 6월 20일까지 24경기에 구원 등판한 선수가 갑자기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가게 됐다. 천천히 이닝을 늘려가는 조건이 붙었지만 기대보다는 걱정이 큰 도전이었다. 보직 변경 후 첫 4경기에서 12이닝 13실점(12자책점)에 그치면서 염경엽 감독의 도박은 실패로 돌아가는 듯했다.

그러나 염경엽 감독은 선발투수 이정용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정용은 8월 첫 등판에서 6이닝 무실점(8월 2일 키움전)을 기록하면서 반전을 시작했다. 그동안 5이닝을 채운 적도 없던 투수가 첫 퀄리티스타트를 무실점으로 장식했다. 여세를 몰아 다음 등판(8월 9일 KIA전)에서는 5이닝 무실점으로 데뷔 첫 선발승을 따냈다. 8월 2일 이후 선발투수로 나온 9경기에서 4승 1패 평균자책점 3.14를 기록했는데, 이 평균자책점은 이 기간 국내 선발투수 가운데 고영표(2.95) 다음으로 낮은 기록이었다(45이닝 이상 투구 26명 중).

한국시리즈에서는 다시 불펜으로 돌아가 만능 열쇠로 활약했다. 셋업맨처럼 등판했다가(1차전 7회 1사 후 ⅔이닝) 선발투수 조기강판 직후 멀티 이닝을 던졌다(2차전 1회 1사 후 등판 1⅔이닝 무실점). 무너진 마무리 뒤에서 최후의 보루가 된 적도 있다(3차전 9회 1사 1, 2루 등판 세이브). 이제는 우승 경력을 새기고 홀가분하게 머리를 깎을 수 있다.

▲ 선물해주신 팬들께 감사하다며 포즈를 취한 이정용. ⓒ 신원철 기자

불펜에서 선발, 다시 선발에서 불펜. 이정용은 지난 1년의 경험이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느낀다. 지난 2일 LG 러브기빙페스티벌 행사가 끝난 뒤 인터뷰를 통해 "상무에 다녀와서 선발투수를 하면 되겠다 싶었는데 (미리) 선발 경험을 하고 가게 된 점을 너무 좋게 생각한다. 야구하면서 큰 공부를 한 시즌이었다. 앞으로 커리어를 봤을 때도 이번에 경험을 하고 군대에 가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2025년 전반기에 복귀하자마자 1군에 안착할 수 있게 몸의 준비를 착실히 할 계획이다. 이정용은 "퓨처스리그에서는 기술적인 훈련보다 트레이닝 위주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있을 것 같다. 그 시간을 건강하게 잘 보내려고 한다"고 했다. 복귀 후에는 한국시리즈 선발 등판을 꿈꿔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그렇기는 한데 상관은 없다. 팀이 필요한 곳에 맞춰서 뛰는 선수다. 보직 욕심을 내기 보다는 내가 해야 할 일을 하겠다"고 답했다. 지난 4년 동안 그랬듯이.

▲ 이정용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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