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코플라즈마 폐렴’ 급속 확산…“의료시스템 감당 안돼” 경고등

천선휴 기자 2023. 12. 5. 06: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47주 세균성 급성호흡기감염증 입원환자 중 96.4% 차지
"정부 차원에서 나서야"…질병청 "혹시 모를 상황 대비"
서울의 한 어린이병원에서 환자들이 대기하고 있는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39도 넘는 열이 계속되는데, 해열제를 먹어도 열이 잘 안 떨어지더라고요. 기침도 잦고요. 동네 소아과 갔더니 독감, 코로나도 아닌데 폐렴이 의심된다며 큰 병원 가보라고 하더라고요."

A씨는 최근 열 살 난 아들을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 입원시켰다. 감기 증상을 보여 그에 맞는 약을 먹였지만 차도는커녕 증상은 더욱 심해졌다. 집 앞 병원에서 최근 유행하는 인플루엔자(독감)와 코로나19 검사를 받아봤지만 결과는 음성이었다.

종합병원에 입원 후 검사한 결과 A씨의 아들은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진단을 받았다. 중국에 확산하고 있다는 그 폐렴이었다.

최근 중국에서 유치원, 초등학교 중심으로 호흡기 감염병이 빠른 속도로 번지면서 전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옆 나라인 대만은 고령자와 면역력이 취약한 어린이 등을 대상으로 중국 여행 자제를 권고하고 있고, 세계보건기구(WHO)는 중국에 조사를 요청했다.

중국에서 어린이를 중심으로 폐렴이 창궐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26일 베이징 아동병원에서 환자와 보호자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장사진을 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중국에서 번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호흡기 감염병은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이다. 이 폐렴은 마이코플라즈마균에 감염돼 발생하는데, 주로 5~9세에서 많이 나타난다.

감염이 되면 보통 38도가 넘는 고열과 심한 기침이 동반되고 가래가 섞인 기침이 3~4주 정도 지속된다. 또 일반 항생제와 해열제를 써도 잘 듣지 않는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 폐렴엔 '매크로라이드'라는 항생제를 많이 쓰는데, 최근 번지고 있는 세균은 이 항생제에 내성을 띠고 있어 치료에 애를 먹고 있다"며 "이 때문에 보통 성인에게 사용하는 퀴놀론계 항생제를 소아 중증 환자에게 어쩔 수 없이 쓰는 일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퀴놀론계 항생제를 아이들에게 썼을 경우 연골 침착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18세 미만에게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

이 교수는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은 우리나라에서도 2~3년에 한 번씩 심하게 유행하는 폐렴인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유행을 안 해 면역력을 갖추지 못한 소아가 늘면서 예전보다 훨씬 더 강하고 많이 유행하는 패턴을 보이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환자는 빠르게 늘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전국 200병상 이상의 218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으로부터 신고 받은 현황에 따르면 47주차(11월 19~25일) 세균성 급성호흡기감염증 입원환자 280명 중 270명(96.4%)이 마이코플라즈마 폐렴균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행 양상을 살펴보면, 8월 27일~9월2일(35주차) 60명부터 증가세를 지속해 44주차(10월 29일~11월 4일) 173명→45주차 226명→46주차 232명→47주차 270명으로 늘었다.

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장은 "요즘 마이코플라즈마 환자가 늘고 있는 걸 체감한다"며 "특히 입원한 어린이 환자들 중 요즘 유행하는 독감이나 코로나19에 중복 감염된 경우가 굉장히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자체가 위중증이 아닌 애들이 대부분이고, 아동병원에 가장 많이 입원하는데 질병청의 표본감시가 전국 200병 이상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우리 수치가 전혀 반영이 안 돼 있는 것"이라며 "최근 독감도 역대급 유행 양상을 보이고 있어 중복 감염 등으로 여기 입원해 있다가 위중증으로 발전하게 되면 현재 우리나라 소아 의료체계 시스템상 감당이 안 될까봐 굉장히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건당국은 미유행 타령을 멈추고 코로나19를 반면교사로 삼아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재갑 교수도 이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이 교수는 "지금으로선 대부분 종합병원에 소아청소년과 인력이 부족해 입원 환자를 안 받는 경우가 많은데, 응급·중증 환자 진료가 제때 일어나지 못하는 부분들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2018~2023년 세균성 급성호흡기감염증 입원환자 신고현황. 질병청 제공

질병청도 현재 확산 추세인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에 대해 혹시 모를 상황에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다만 환자 수가 코로나19 유행 이전에 비해 아직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어 최근 언론 등으로 인해 퍼지는 공포심은 경계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지난 47주차에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으로 입원한 환자는 270명인데, 코로나19 유행시기인 2020년과 2021년 같은 기간 환자 수는 각각 44명, 27명으로 크게 늘어난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9년은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환자 수가 544명으로 현재 환자 수의 약 2배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은 굉장히 흔한 폐렴이고 90~95%가 항생제로 치료되는데, 다만 독감이 워낙 유행하고 있어 중복 감염되거나 독감을 앓고 나서 바로 마이코플라즈마에 감염되는 경우 등을 고려해 계속해서 전문가들과 상황 점검회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항생제 수급 상황도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고, 본격적인 겨울철로 접어든 만큼 당분간 환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며 "손 씻기, 마스크 착용 등 개인의 위생 수칙도 준수해달라"고 당부했다.

sssunhue@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