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모기지 명암]특례보금자리론, 주거 사다리냐 집값 불쏘시개냐

노명현 2023. 12. 5.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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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기준 완화해 목표 초과 흥행
내집마련 사다리·고정형 비중 확대
가계부채·집값 상승 단초 비판도 

특례보금자리론 존재감은 컸다. 지난해 안심전환대출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탄생하면서 출시 초반부터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서민들의 내 집 마련 사다리 역할을 했고, 금융당국이 시도하고 있는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비중을 늘리는데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가계대출 증가 주범으로도 꼽힌다. 당초 공급 계획을 초과한 것은 물론 부동산 시장을 자극해 가계대출 증가에 불쏘시개가 됐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흥행 성공…고정형 주담대 비중 확대

올 1월 출시된 특례보금자리론 10월 말 기준 유효신청금액은 41조7000억원이다. 당초 공급 목표치였던 39조7000억원은 이미 넘어선지 오래다. 지난 9월부터 일반형(집값 6억원 초과 혹은 소득 1억원 초과) 판매를 중단했지만 우대형을 이용하려는 금융 소비자는 꾸준히 문을 두드리고 있다.

특례보금자리론이 소비자 관심을 끄는데 성공한 이유로는 완화된 자격기준이 꼽힌다. 지난해 출시된 안심전환대출은 집값 6억원, 소득기준 1억원 이하 요건을 갖춰야 해 부동산 시장을 반영하지 못한 탁상행정이란 비판이 컸다. 

이에 특례보금자리론은 일반형과 우대형으로 나눠 운영했다. 더 낮은 금리를 적용하는 우대형은 집값 6억원, 소득 1억원 이하로 기존 정책금융상품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반면 일반형은 집값 9억원, 소득은 기준을 두지 않으면서 진입 문턱을 크게 낮췄다.

특례보금자리론을 활용한 소비자들은 대부분 내 집 마련에 성공했다. 자금용도의 64.8%가 신규주택 매입이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시장에서 고정형 비중을 늘리는데도 제몫을 다했다. 정책금융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은 순수 고정형 상품이다. 

지난해부터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대출금리도 빠르게 상승, 이로 인해 변동형 주담대를 이용하고 있는 차주들의 금융부담이 급증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국내 주담대 특성 상 변동형 상품 비중이 지나치게 커 금융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고 판단, 은행권에 순수 고정형 주담대 비중을 늘려 금융안정을 도모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시중은행 혼합형(고정+변동) 상품 금리가 변동형 금리보다 낮은 현상과 특례보금자리론 공급이 늘면서 주담대 잔액 중 고정형 비중이 크게 늘었다.

한국은행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 10월 기준 고정형 비중은 41.6%로 1년 전(2022년 10월, 33.6%)보다 8%포인트 상승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특례보금자리론은 주거 안정에 도움을 줬다는데 의미가 있다"며 "국내 주담대는 변동형이 너무 많아 조정이 필요했다는 점에서도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고정 및 변동금리대출 비중 변화

'가계부채 불쏘시개' 역효과도

특례보금자리론을 바라보는 비판적 시선도 존재한다. 특히 가계대출 증가 불쏘시개가 됐다는 목소리가 큰 게 사실이다.

자격기준을 완화하면서 다수의 소비자가 특례보금자리론을 이용할 수 있게 됐지만 이들이 정책금융상품을 활용해 주택시장에 진입하면서 집값을 자극했다는 의미다. 여기에 시중은행 50년 주담대 역시 특례보금자리론을 모델 삼아 탄생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가계대출 증가세의 중심에 특례보금자리론이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부동산 연착륙을 이유로 각종 대출 규제를 풀어 가계부채를 늘린 것은 금융당국"이라며 "특례보금자리론 40조원을 공급했고 50년 장기 모기지 등이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특례보금자리론이 집값을 올린 직접적 원인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가구가 집을 살 수 있게 되면서 가격이 꿈틀대기 시작했다"며 "이를 시작으로 집값이 회복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고, 시중은행 주담대 수요도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면서 정책자금이 공급되는 게 최선"이라며 "특례보금자리론은 그러지 못했다는 점에서 정책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컸다"고 평가했다.

노명현 (kidman0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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