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론 규제강화 조짐에 시행사·금융사 "돈줄 끊긴다" 공포 확산

김평화 기자 2023. 12. 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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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1일 남산을 찾은 시민이 서울 아파트단지를 바라보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수심리가 지난주보다 하락 폭을 키우면서 4주 연속 하락했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4주(11월2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5.3으로 전주(86.4) 대비 1.1p 내렸다. 지난주 0.6p 하락 보다 하락세가 가팔라진 것이다. 2023.12.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러다 다 죽어~." 부동산금융업계가 두려움에 떤다. 금융당국이 부동산 브릿지론과 토지담보대출(토담대)을 PF(프로젝트파이낸싱)로 분류키로 하면서다. 신용도가 낮은 시행사의 설곳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우량 시행사도 자금조달이 어려워져 기존에 돈을 댄 대주단 등 금융사까지 연쇄 침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브릿지론과 토지담보대출을 내년부터 PF로 분류키로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가이드라인을 지난달 저축은행 업계와 공유했다. 상당수가 일반대출로 인식되던 브릿지론을 대출조건이 까다로운 PF로 분류하면, 토담대와 합쳐 전체 대출의 20% 내로 대출 상한 제약을 받는다. 이에 저축은행이 부동산 금융 규모를 유지하려면 충당금 규모를 지금보다 1.5배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 저축은행이 리스크가 높은 부동산금융에 너무 많은 규모의 투자를 하고 있다고 보는 금융당국은 이번 조치로 저축은행 체질을 개선하고 부동산PF 부실화를 사전 차단한다는 의도다.

부동산금융 업계에선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브릿지론 대출규제 강화라는 '돌' 하나가 일으킬 연쇄효과, 파장을 우려한다. 브릿지론은 말 그대로 '다리' 역할이다. 자금조달 여력이 부족한 시행사 등이 부동산개발사업에 필요한 돈을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 빌려 쓰는 게 브릿지론이다. 브릿지론은 사업이 진행되면서 리스크가 줄어들어야 가능한 본 PF로 건너가기 위한 '다리'다. 저축은행 입장에선 본 PF보다 금리가 높은 브릿지론에 자금을 대며 수익을 얻어왔다. 브릿지론부터 규제를 강화하면, 새롭게 부동산개발 판을 짜는 것 자체가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만기 연장이 필요한 기존 사업장들도 타격을 입는다.

더구나 현재 부동산경기 침체와 고금리 상태가 길어지면서 사업성이 급격히 떨어졌다. 브릿지론이 포함되지 않은 부동산 PF 연체율도 치솟는 상황이다. SBI·OK·웰컴·페퍼·한국투자저축은행 등 국내 5대 저축은행 경영공시를 보면 5개사 9월말 기준 부동산 PF 연체율은 6.92%로 지난해 동기(2.4%)보다 4.52%포인트(p) 높아졌다. 같은 기간 5개사의 부동산 PF 연체액은 173억원에서 576억원으로 늘었다.

PF대주단 협약을 통해 이연해 놓은 딜(대출계약) 중 이행이 제대로 되지 않은 사업장은 당장 내년 초부터 잇달아 공매가 진행된다. 공매 물건이 늘고 낙찰가가 떨어질 경우 돈을 빌려준 저축은행이 쌓아야 할 충당금 규모도 크게 늘어난다. 협약으로 긴급처방을 받은 딜들도 이자 유예를 했을 뿐 실제로는 연체 상태이기 때문에 부동산PF 연체율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자금력이 부족한 시행사는 도태되고 NPL(부실채권)이 쌓이면 앞서 돈을 빌려준 대주단들도 손해를 보게 된다. 시행사들이 무너지면 책임준공을 약정한 시공사와 신탁사의 상황도 어려워지게 된다.

특히 '새 규칙'을 신규 딜뿐만 아니라 기존 딜까지 소급적용할 경우 파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연체없이 원만하게 사업진행중인 사업장에 내준 대출에 대해서까지 충당금을 늘리면 우량 시행사들까지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저축은행이 브릿지론에 대한 충당금을 더 쌓으면 수익성이 떨어진다. 그렇게 되면 저축은행은 대출금리를 더 높이고, 늘어나는 금융비용은 시행사에 전가된다. 기존 대출의 만기연장 금리도 치솟을 수밖에 없다.

부동산 금융업계 관계자는 "지금 연체 때문에 모두 다 힘든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충당금을 더 쌓으라고 하는 것인데, 실제로 문을 닫는 저축은행들이 여럿 나올 수 있다"며 "정상적으로 잘하고 있는 사업장도 기준을 바꿔서 갑자기 소급해서 다 쌓으라고 하는 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를 실행하더라도 계도기간을 부여해 내후년부터 적용하는 게 낫다"며 "내년은 기존 연체를 정리하는 시간으로 주고, 내후년부터 적용하면 앞으로의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결국 연쇄작용으로 금융시장이 망가지게 되면 건설산업 전반이 흔들릴 수 있고, 시장이 망가지면서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며 "극약 처방하듯 제도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현실적인 방안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정상적인 사업자들도 현재 고금리에 사업성 악화로 힘들어하는 상황에서, 사업을 잘 진행할 수 있도록 숨통을 트여줘야 시장이 버틸 수 있고 그래야 원활한 건설공급이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정책 취지는 저축은행이 충당금을 많이 쌓게 해 부동산시장이 안좋아졌을 때 충격에 대비하자는 의미"라며 "업계의 우려도 파악하고 있고,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다방면으로 고려해서 정책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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