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초점] 오디션 ‘출연자 우려먹기’ 이대로 좋을까? 실력파 ‘현역가왕’, 화제성 잡기 성공…출연자 재탕은 한계②

정하은 2023. 12. 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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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N ‘현역가왕’. 사진 | MBN


[스포츠서울 | 정하은기자]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오디션 프로그램이 론칭되는 시대다. 그럼에도 한국인의 오디션 사랑은 여전하다. 최근 방송 중인 JTBC ‘싱어게인3’와 MBN ‘현역가왕’은 각각 7.2%, 6.8% (닐슨코리아 유료가구 전국 기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제를 견인하고 있다. 그러나 여타 오디션을 통해 접했던 ‘경력자’들이 연이어 출연하며 화제성을 독식하는 부분은 ‘옥에 티’로 꼽힌다. 스포츠서울은 오디션들이 출연자를 우려먹는 이유와 그럼에도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높은 인기를 차지하는 비결을 분석했다.(편집자주)

방송되자마자 시청률과 화제성을 동시에 잡은 MBN ‘현역가왕’은 TV조선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MBN ‘불타는 트롯맨’ 등을 제작하며 트로트 오디션의 성공 공식을 여러 차례 경험한 서혜진 사단이 해외로 판을 키워 차별성을 꾀한 프로그램이다.

‘현역가왕’을 통해 선발된 최종 톱7은 일본에서 ‘불타는 트롯맨’의 판권을 구입해 제작 중인 ‘트롯걸 인 재팬’ 톱7과 맞서 내년에 열리는 ‘한일 트로트 가왕전’에 한국을 대표하는 가수로 출전, 본격 ‘한일 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현역가왕’의 또 다른 차별점은 현역가수들을 전면에 내세운다는 점이다.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에서도 얼굴이 익숙한 참가자들을 비롯, 출연진 33명 대부분이 이미 잘 알려진 트로트 가수들이다.

MBN ‘현역가왕’ 김다현. 사진 | MBN


MBN ‘보이스트롯’ 준우승과 ‘미스트롯2’ 3위를 기록한 김다현을 비롯해 강혜연, 김소유, 류원정, 마리아 리스, 별사랑, 윤태화, 전유진, 주미, 하이량 등 절반 가까운 참가자가 ‘미스트롯2’에 이미 출연한 이들이다. 또한 김나희, 김소유, 김양, 두리, 박성연, 요요미, 유민지 등은 ‘미스트롯1’ 참가자 출신이다.

이 외에도 KBS ‘트롯 전국체전’, SBS ‘트롯신이 떴다’, MBC 에브리원 ‘나는 트로트 가수다’, MBC ‘트로트의 민족’ 등 2개 이상의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들도 여럿이다. R&B 겸 발라드 가수 린과 아직 정체가 베일에 싸인 마스크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대중에게 얼굴이 알려진 출연자들이다. 마스크걸 역시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일 가능성이 열려 있다.

현재 대한민국 트로트 판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현역 트로트 가수들을 한 무대로 모아 경쟁에 불을 붙이자 시청자들도 반응했다. 지난 달 28일 첫 방송된 ‘현역가왕’은 전국 시청률 6.8%(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 지상파·종편·케이블 채널에서 방송된 모든 프로그램을 통합, 동시간대 시청률 1위에 올랐다.

지원자는 한정적인데 유사한 트로트 오디션이 줄줄이 나오며 이미 눈에 익은 참가자들로 ‘우려먹기’ 혹은 ‘돌려막기’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은 줄곧 제기돼 왔다. 그럼에도 매번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유지하는 건 그만큼 고정 시청층과 팬층이 탄탄하다는 방증이다. 방송사와 제작진으로서는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제작을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트로트 장르를 좋아하는 팬층이 중장년층인데 이들 대부분이 TV 주요 시청층이다. 매번 출연진 사생활 논란, 불공정 논란 등이 나와도 시청률 5~10%는 기본이고 잘되면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니 제작진에겐 효도 포맷일 수밖에 없다”며 “지상파 드라마도 5%를 넘기기가 어려운 현실인데 트로트 오디션은 드라마 제작비보다도 가성비가 좋다. 또 프로그램 종영 후에도 각종 콘서트와 스핀오프 예능으로 추가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트로트 업계 관계자는 “서혜진 사단의 성공공식 덕분에 섭외력 역시 막강하다. 해당 프로그램에 출연만 해도 이후 행사비, 공연비 등이 2~3배 이상 올라가기 때문에 출연자와 기획사 입장에서는 출연을 마다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MBN ‘현역가왕’. 사진 | MBN


‘현역가왕’ 제작진에 따르면 첫 방송 전 이미 TV 광고가 완판됐다. 아울러 미공개 출연진에 대한 광고계 문의가 쇄도, 프로그램 종영 후 가동될 전국 투어 공연에 대한 공연계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프로그램의 인기는 하늘을 치솟지만 신선도 면에서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참가자 대부분이 다른 트로트 오디션 출신인 터라 이들의 경연은 진부하다는 느낌을 안긴다. MC와 심사위원들마저 눈물짓게 만드는 참가자들의 개인사를 앞세워 시청자들의 이목을 붙드는 서혜진 사단의 강점이자 주특기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시청층도 많아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지도 높은 트로트 스타를 내세우면 초반 시청률을 챙길 수 있지만, 뒷심이 딸리고 화제성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일각에선 현역가수들의 경쟁이란 점에서 ‘나는 가수다’(나가수) 트로트판이라고 보기도 하는데, ‘나가수’가 임재범 등 한동안 보기 어려웠던 레전드 가수나 박정현 등 당시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았던 실력파 가수들을 한데 모았다. 반면 ‘현역가왕’은 불과 2~3년 전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이들이 재출연했다는 점에서 신선함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경쟁작’인 TV조선 ‘미스트롯3’가 12월 21일 첫 방송을 확정 지으면서 두 프로그램이 동시기에 또 한 번 맞붙게 됐다. 업계에선 올해 초 ‘포스트 임영웅’을 찾겠다며 사활을 걸었지만 임영웅의 존재감만 키운 ‘미스터트롯2’와 ‘불타는 트롯맨’ 전철을 밟는 게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과연 ‘현역가왕’이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고 현역 가수들의 패자부활전이 아닌 국가 대표 선발전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jayee21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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