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준의 마음PT] 자승스님이 인생 하직할 때 마지막 마음은?
#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자승 스님은 내가 공직 생활을 할 때 가깝게 지내던 분이었다. 스님은 좀 복잡하고 시끄러웠던 조계종 종단을 평화롭게 잘 이끌어 왔으며, 시위・선동・포퓰리즘과 거리를 두고 정부가 하는 일에도 공감적으로 이해하려고 애썼던 분이다.
그가 불교계를 대표해 세속적인 일들을 처리할 때 발휘한 활기와 배짱, 추진력을 보면서 나는 ‘이분은 정치나 사업을 해도 아주 잘 하실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단순한 정치력이나 수완을 넘어 복잡한 이해관계에 얽힌 대중이나 집단을 아우르는 마음의 ‘무엇’이 그에겐 있었다.
그러나 참 알 수 없는 것이 인간의 마음이다. 그런 분이, 생명을 죽여서는 안된다는 불살생(不殺生)을 핵심 교리로 하는 불교계의 큰 어른이, 분신자살을 통해 생을 마감했다는 것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조계종에서는 이미 이생에서 할 수 있는 것을 다 한 큰 스님으로서 생사를 초월해 ‘자기 몸을 태워 부처 앞에 바친다’는 소신공양(燒身供養)을 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과연 그런 극단적인 선택이 고승(高僧)의 마지막 모습이냐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할 것이다.
# 사람이 힘들 때는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시야가 터널 속처럼 좁아지고 모든 문제가 자기(또는 대상)로 압축된다.
부정적인 생각이 끊임없이 반복되면서 사람의 진을 빼놓는다. 이를 정신과에선 ‘우울증적 반추(depressive rumination)’ 현상이라고 부른다.
습관적으로 반복되는 생각을 의지나 지성으로 해결하긴 어렵다. 이리저리 날뛰는 마음의 힘을 감당하기도 어렵다. 오히려 역작용을 불러일으키기 쉽다.
마치 진흙탕에 발을 디뎌놓은 것 같이 빠져나오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발은 더 깊이 들어가게 되는 격이다.
배탈이 나거나 독감에 걸리면 약을 먹어야 하듯, 이럴 때 정신과를 찾아가야 된다. 마음이 힘들다고 평생 병원에 의존해선 안되지만 급한 불은 끄고 난 뒤 자생력을 회복해야 한다.
마음의 부정적 반추 습관을 바로잡는 데는 명상이 매우 효과적이다. 그러나 정신력이 다운된 상태에선 가만히 마음을 집중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운동이나 휴식 등을 통해 신체적 활력을 어느 정도 되찾은 뒤에 하는 것이 좋다.
명상을 하면 우선 산란하던 마음이 집중되면서 심신의 에너지가 ‘절전형’으로 바뀐다. 사실 생각과 감정들은 엄청난 에너지 소모를 요한다. 그런 것들이 적어지니 에너지 소모도 따라서 적어진다.
명상을 통해 마음이 점점 평온을 찾으면 복잡한 생각이나 감정도 단순・명료해진다. 마치 병속에 흙탕물을 가만히 놔두면 맑아지듯 마음도 맑아진다. 이런 상태에선 지금 내게 처해진 상황에 대해 비교적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게 된다. 어떻게 헤쳐 나갈 지에 대한 생각도 정리된다.
명상의 내공이 깊을수록 통찰력, 지혜 등이 생겨 장기적인 구상이나 사업에도 도움이 된다. 명상 마니아였던 스티브 잡스는 이렇게 표현했다.
“마음을 관찰하다보면
마음이 고요해지고
마음에 더 미묘한 것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그때 바로 직관이 피어나기 시작하고,
더 명료하게 사물을 보게 되며,
더 현재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 21세기는 바이러스 시대가 아니라 신경증 시대다. 문명이 발달될수록, 정보화가 가속화 될수록 육체보다 정신이 지쳐 신경증이 찾아온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마음을 다스리는 기술이 필요하다. 명상은 마음을 쓰는 기술이다.
스스로 세상을 하직한 자승스님의 마지막 마음 상태는 어땠을까. 이생에 미련을 훌훌 털고 대자유의 마음으로 영원의 길로 가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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