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고 예방 효과 입증 못 한 중대재해처벌법, 정말 필요한가

조선일보 2023. 12. 5.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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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모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이 지난 8월 31일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유예기간 연장 촉구 기자회견에서 중소기업계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뉴스1

여야가 직원 50인 미만 기업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 유예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중소·영세 업체들의 충격을 감안해 2년간 시간을 벌자는 뜻이지만, 이 법은 이렇게 뒤로 미루는 방식으로 처리해선 안 된다. 5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한 법 시행 이후 많은 부작용이 드러난 만큼 전면 재검토하는 것이 옳다.

산업 현장의 안전사고로 사망 혹은 2명 이상 중상자가 나오면 기업 CEO와 임원, 대주주까지 최소 1년 이상 징역형에 처하는 이 법은 입법 당시부터 ‘과잉 처벌’ 논란이 많았다. 사업주의 재해 예방 의무가 지나치게 추상적·포괄적으로 규정돼 자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고 처벌 대상자에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책임 있는 사람’도 포함시켜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 대주주도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돼 있다. 하도급 업체에서 사고가 나도 원청 업체 경영진과 대주주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돼 있다. 기업계에선 “경영자를 교도소 담장 위에 올려놓는 법”이라는 하소연이 쏟아졌지만, 노동계 환심을 사려는 민주당이 끝내 밀어붙였다.

하지만 사고 예방 효과 자체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50인 이상 사업장에 법이 적용된 지난 1년간 산재 사고 사망자가 248명에서 256명으로 오히려 늘었다. 지난해 10대 건설사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25명으로, 전년보다 5명 늘어났다. 이 법 아래에선 기업이 안전 강화 노력보다 법률 자문 등을 통한 처벌 회피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처음으로 지난 4월 나온 이 법 관련 사건의 1심 선고에서 원청 회사 대표에게 유죄를 선고했지만 “사고 책임을 피고인(원청 대표)에게만 돌리는 것은 가혹하다”고 밝혔다. 법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사장이 경영 전반을 관장하는 소규모 영세 사업장의 경우 사업주 구속은 기업에 사망 선고를 내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선진국들은 기업인 개인에 대한 처벌보다 기업 벌금형으로 대응한다. 영국의 ‘기업 과실치사법’이 대표적이다. 예방 효과도 불분명하고 기업인을 과도하게 위축시키는 이 법은 전면 재개정하거나 폐지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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