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래 칼럼] 신공항 건설·혁신도시 시즌2, 끝없는 포퓰리즘

조형래 기자 입력 2023. 12. 5. 03:11 수정 2024. 1. 22.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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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공항 10곳이 폐쇄 직전인데도 21조 들여 신공항 8곳 추진
공공기관 나눠 먹기 시즌 2도 내년 총선 무렵 불붙을 듯
공공기관 부채 670조원… 경영 부실은 눈에 안 보이나
한산한 양양국제공항 대합실./연합뉴스

우리나라에는 15개의 공항이 있다. 놀랍게도 인천·김포·김해·제주·대구 공항을 제외한 10곳이 회생 불능의 만성 적자에 시달린다. 지난 5년 8개월간(2017~2022.8) 10개 공항의 누적 적자가 무려 4800억원을 넘는다. 적자 공항들의 평균 활주로 활용률은 4.5%에 불과하고 2% 미만인 공항도 5곳이나 된다. 전남 무안국제공항은 하루 평균 이용객이 570명으로, 작년엔 활주로 활용률이 0.1%까지 추락했다. DJ 정부 시절 실세 정치인인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가 공항 추진에 앞장서 ‘한화갑 공항’으로 불리지만, 그 명성이 무색하게도 택시 기사들조차 출·입국장 진입 도로를 몰라 헤맨다고 한다. 또 다른 골칫거리인 강원도 양양공항은 공항 폐쇄와 재개항, 그리고 폐쇄를 반복하고 있다. 이 공항을 거점 공항으로 사용한 항공사 플라이강원이 지난 5월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운항을 전면 중단했다가 9월 저가 항공사 2곳이 운항을 재개했지만 한 달도 못 버티고 다시 운항을 중단했다. 건설비 3500억원이 투입된 양양공항은 영국 BBC 방송 등 해외 언론에 ‘유령 공항’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이런데도 전국 지자체들은 8개의 공항을 더 짓겠다고 한다. 가덕도 신공항 13조7000억원, 대구신공항 2조6000억원 등 건설 비용만 21조원에 이른다. 그 돈이면 역대 정부에서 희망 고문을 해왔던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A·B·C·D 라인을 다 건설할 수 있다. 새로 짓겠다는 공항 예정지 인근에 문 닫기 직전인 공항이 있든 말든 혈세(血稅) 낭비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가덕도신공항 조감도./국토부 제공

또 다른 정치 공학의 결과물이 혁신도시다. 혁신도시는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국가 균형 발전을 내걸고 추진했다. 국비 10조5000억원을 들여 전국 10개 도시에 혁신도시를 조성하고 2019년까지 한 도시당 10~15개씩 공공기관 153개를 강제 이전시켰다. 인프라가 전혀 없는 허허벌판에 혁신도시를 만든 것도, 시도별로 균등하게 기관을 나눠 배치한 것도 정치적 거래의 전형을 보여준다. 예컨대 에너지 관련 기관의 경우 한국전력공사·한국전력거래소는 전남 나주로, 전기안전공사는 전북으로, 가스공사는 대구로, 가스안전공사는 충북으로 옮겼으며, 가스공사와 합병을 논의했던 석유공사는 울산으로 이전했다. 농업·교육·정보통신·산업·법률 등 다른 분야의 공공기관도 마찬가지다. 또 도로교통공단처럼 본사는 강원도로 옮기면서 직원 수십 명 규모의 내부 조직인 면허본부는 울산으로 옮기거나, 본사는 지방으로 옮기되 대규모 서울 지사를 두는 꼼수 이전도 수없이 많다. 3~4개 메가 거점 도시를 만들어 시너지를 극대화해도 성공할까 말까인데, 오로지 표만 의식해 효율성을 오히려 저해하는 방향으로 혁신도시를 만든 것이다.

게다가 2018년 이후에는 수도권에서 혁신도시로 인구 유입보다 오히려 수도권으로 유출이 더 많아졌고, 혁신도시가 주변 도시의 인구를 대거 흡수해 원도심 공동화(空洞化)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나주 혁신도시는 당초 인구 5만명 유입을 기대했지만 3만9000명 수준을 맴돌고 있는 데다 유입 인구 대부분이 나주·광주 등 인근 도시에서 왔다. 수도권 인구의 유입 비율은 고작 14%에 불과하다. 한 공기업 임원은 “10년 넘게 혼자 사는 것도 힘들고 잦은 출장 때문에 길거리에 버리는 시간이 너무 많다”면서 “직원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공공기관 이전이 지방 소멸 해소에 무슨 도움이 됐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내년 총선이 다가오면 혁신도시 시즌2가 불붙을 것이다. 이번엔 지자체들이 국책은행 등 나머지 300여 기관들을 놓고 이미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체 공공 기관의 부채 규모가 670조원으로 재무 상태가 지난 5년 사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데도 경영 효율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다. 최근엔 비(非)혁신도시 지자체 30여 곳까지 가세해 “우리에게도 공공 기관을 보내 달라”고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포퓰리즘의 고삐가 풀리면 파국에 이르지 않는 한 중단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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