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5가지 감사일기” 방신실이 다시 평정심 찾은 비결

최수현 기자 2023. 12. 5. 03:0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KLPGA 투어 2023시즌을 모두 마친 지난달 경기도 한 연습장에서 방신실이 드라이버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김지호 기자

19세 방신실은 올해 한국 여자 골프에 불쑥 솟아오른 스타다. 그는 주니어 시절 국가대표를 지내며 유망주로 손꼽혔지만, 작년 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시드 순위전 40위에 머물러 올해 초엔 1·2부 투어를 병행했다. 그러다 지난 5월 E1 채리티 오픈에서 첫 우승을 차지해 1부 투어 출전권을 확보했다.

첫 우승 당시 그는 이미 구름 갤러리를 몰고 다녔다. 300야드를 넘나드는 압도적인 장타 실력 덕분이었다. 올 시즌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는 262.47야드로 투어 1위. 드라이버 한 번 휘두르면 관중 사이에서 탄성이 터져 나온다. “아, 시원~하네!”

2023시즌을 모두 마치고 최근 경기도 한 연습장에서 만난 그는 “내가 이렇게 큰 주목을 받을 만한 선수인가 생각도 들고, 처음엔 당연히 부담이 되어 경기에 집중하기 어려웠다”며 “하지만 곧 적응했고 이제는 좋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장타를 칠 때 감탄이 쏟아지면 무척 좋았다”고 했다.

첫 우승과 함께 큰 기대를 모은 그는 지난 6월부터 석 달간 컷 탈락을 5번 하는 등 한동안 부진했다. 2021년 진단받은 갑상샘 항진증이 거의 완치 단계이지만, 그로 인해 오랜 기간 체력 훈련을 못 해 여름철에 특히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매주 대회에 출전하면서 하반기에 체중이 5㎏ 빠졌다. 그래도 비거리에는 영향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최대한 잘 먹고 잘 잤는데도 옷이 헐렁해졌어요. 진짜 쉬는 시간이 없더라고요.” 9월 이후 날씨가 선선해지자 톱10에 5번 들며 반등했고, 지난 10월에는 동부건설·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에서 두 번째 우승도 이뤘다.

방신실은 “한 번 우승하고 나니 빨리 또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면서 조급해져 시즌 초와 같은 나만의 경기가 한동안 나오지 않았다”며 “정말 다시 우승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체력이 떨어지자 티샷 정확도가 흔들렸고, 결국 시즌 중반 이후부터는 힘을 다 쓰지 않고 80% 힘만으로 티샷을 해 정확도를 높였다. 팬들이 장타를 기대하니 클럽 선택이 어려울 때도 있었다고 한다. “그래도 경험이 쌓이면서 코스 매니지먼트에 완전히 집중해 상황에 맞는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됐어요. 초심으로 돌아가 연습하고 보완하니 경기력이 다시 점점 올라왔어요.”

차분한 말투에 세리머니도 수줍게 하지만 실은 늘어지는 걸 참지 못하는, 무척 급한 성격이라고 한다. 투어 동료 선수들이 “치는 것 같지 않았는데 벌써 쳤다”고 말할 정도로 경기 리듬도 빠르다. 그래서 드라이버를 비롯해 모든 샷을 할 때 “백스윙 톱에서 반 템포 살짝 쉬었다가 내려온다”는 한 가지에만 신경을 쓴다. 그래야 일정하게 잘 맞는다고 한다. 샷 하기 전 공 뒤로 물러나 방향을 볼 때도 급해지지 않으려고 매번 일부러 심호흡을 한 번씩 하는 것이 그의 루틴이다.

KLPGA 투어 2023시즌을 모두 마친 지난달 경기도 한 연습장에서 장타자 방신실이 드라이버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김지호 기자

방신실을 비롯해 올 시즌 KLPGA 투어에선 김민별(19)과 황유민(20)까지 쟁쟁한 신인 3명의 경쟁이 뜨거웠다. 우승은 없었지만 시즌 내내 탄탄하고 꾸준한 성적을 낸 김민별이 1승의 황유민, 2승의 방신실을 제치고 신인상을 차지했다. 방신실은 “셋이 초등학교 때부터 알던 사이고 국가대표도 같이 하고 합숙 때 룸메이트도 많이 해봐서 친하다”며 “서로 잘할 때마다 축하해주고 ‘우리 다 같이 잘하자’고 격려하면서 동기를 부여했다”고 말했다. 김민별에 대해서는 “비거리, 쇼트 게임, 아이언샷 등 골고루 다 잘하는 것이 강점”이라고 했고, 황유민에 대해선 “대단하다고 느껴질 만큼 도전 정신이 강하다”고 했다.

방신실은 “올 시즌 아이언샷은 좋았는데 3m 이내 버디 퍼트를 놓쳐 아쉬운 경기가 굉장히 많았다”며 태국 동계 훈련 때 짧은 퍼트 연습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그는 작년 동계 훈련 당시 두 달 반 동안 매일 90분씩 스윙 연습 기구를 휘두르며 훈련해 비거리를 늘리는 효과를 봤다. 이번 겨울엔 비거리를 더 늘리지는 않아도 유지하는 훈련을 하면서 정확도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갑상샘 항진증 때문에 한동안 못 했던 체력 훈련도 올겨울부터는 시도해볼 생각이다. “줄어든 체중 5㎏을 근육으로 채워 내년 여름을 잘 버틸 수 있는 체력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내년 시즌 목표는 톱10에 가장 많이 드는 선수가 되는 것. 올해처럼 기복을 보이지 않고 꾸준한 경기력을 유지하겠다는 각오다. 골프에만 집중하려고 소셜미디어도 없앴다고 한다. 그가 힘든 시기를 잘 버텨낸 비결 중 하나는 작년부터 거의 매일 써왔다는 감사 일기다. “하루 5가지씩 감사한 점을 쓰는데, 힘들었던 날도 감사한 마음을 최대한 끄집어 올리면 매사에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고 확실히 효과가 있어요.” 그는 “올해는 적을 게 너무 많았다”며 웃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