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조선산업과 인공지능

우종식 거제대 특임교수·조선AI융합사업단장 2023. 12. 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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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종식 거제대 특임교수·조선AI융합사업단장

선박은 ‘만든다(manufacturing)’는 표현보다 ‘건조한다(building)’는 표현을 사용한다. 한국의 조선 산업은 1970년대부터 세계 선박 생산의 리더가 된 20년 동안 상선의 품질은 자타가 인정하는 세계 1등이 되었고, 상선을 건조하는 데 필요한 (기)자재 국산화율도 90%가 넘는다.

그러나 앞으로도 품질수준과 생산량에서 1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 목전에 도래했다. 최근 수년간 언론을 통해 지구 환경에 경고등이 켜진 사례들을 목도하고 있고 국제기구와 학자들은 앞다투어 지구 환경 보존을 역설하고 있다.

조선 산업도 디지털 전환이 가능할까? 조선 산업은 선박의 크기를 고려할 때 기계로 대체할 수 있는 공정 또는 단위작업에 한계가 뚜렷하여 생산 수단의 70%가 인력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므로 조선 산업은 기계가 아닌 사람이 초연결, 초지능화를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둔다. 즉, 작업자의 연결인 IoH 또는 조직의 연결인 IoO에 대한 관심이 큰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IoT, 모바일, 클라우드, AI, AR/VR 등 4차 산업혁명(이하 4IR)의 핵심기술을 업무 전반에 적용하여 디지털 기반으로 모든 것이 연결된 ‘Connected Ship Yard’를 구축하고, 궁극적으로는 프로세스, 인력, 인프라가 획기적으로 변화한 ‘첨단 디지털 조선소’를 구축할 수 있다. 이는 4IR이 지향하는 ‘사람 사물 공간을 초연결, 초지능화’하는 혁신을 통해 극복될 수 있으므로 조선 산업도 4IR에 의해 직접적인 수혜를 받는 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첫 단계는 반세기 동안의 숙련 작업자의 고기능 암묵지를 영속적이고 체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데이터’로 전환하는 작업이다.

업무 방식의 변화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면 ICT 기반의 4IR 핵심기술을 접목하여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작업자가 줄어들거나 없어도 적정 품질을 유지하며 생산 현장이 가동될 수 있도록 데이터 및 프로세스 기반의 첨단 디지털 조선소를 조속히 구축하는 길밖에 없다.

지난 10년간 빅3 조선소가 주도해 온 현장 혁신 사례들은 스마트 강재 적치장, 협소구역 포터블 용접로봇, 3D 가열 곡가공, 도장불량 식별 시스템, 스마트 물류/설비 모니터링 등이나, 앞으로는 인공지능 기술을 전 공정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VR 및 물리엔진 기반 시뮬레이션으로 작업 대상 블록 위에 3D 도면을 겹쳐 필요한 (기)자재의 종류 및 설치 방법을 미리 파악하고, 해상에 위치한 선박들에 대한 원격검사로 빠르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켜야 한다. 그리고 생산 현장에 모바일 기기와 스마트워크스테이션(Kiosk)을 설치하여 현장에서 도면의 개정에 따른 자재 또는 공정 등의 변경 정보를 쉽게 확인함으로써 오작업 재작업 대기 등의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모바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밀폐된 작업 공간 내부의 에너지 효율 제어와 밀폐된 공간에서 유해가스로 인한 질식 또는 휘발성 가스에 의한 폭발 등의 안전사고 위험 등도 실시간으로 각종 센서로 모니터링함으로써 작업자에 대한 안전 및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

이러한 비전을 조기에 가시화하기 위해 정부는 전 산업에 대한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거제대학교 조선AI융합사업단은 2021년부터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국내 조선산업 전체 종사자를 대상으로 AI융합형 현장인재 양성사업을 주관하고 있다.


조선 산업이 ‘제품’과 ‘일하는 방법’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조기에 이룰 수 있다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수출산업이자 성장산업의 지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작업자에게 맨 먼저 디지털 마인드가 형성되어야 하고, 디지털 리더십이 갖추어져야 하며 기업은 디지털 정책으로 경영됨이 바람직하다. 생산 현장에서의 오랜 기간의 암묵지는 이러한 마인드를 바탕으로 디지털 데이터로 가시화되고 대한민국의 조선산업은 또다시 100년의 희망을 바라볼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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