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현진의 돈과 세상] [152] 런던 스모그

산업혁명은 영국에서 시작했다. 그것은 곧 도시화로 이어졌다. 19세기 초 100만명이었던 런던의 인구가 20세기 들어서는 650만명으로 폭발했다. 중국 베이징과 터키 콘스탄티노플을 제쳤다.
좁은 공간에 사람들이 밀집하다 보니 공기오염이 심했다. 런던의 공기가 얼마나 탁하고 끈적거렸으면 완두콩 수프처럼 ‘짙은 갈색의 안개’라는 뜻으로 ‘Pea souper’라고 부를 정도였다. 그래도 사람들은 개의치 않았다. 생활수준이 향상된 중산층 가정들은 석탄 보일러를 태우면서 자기 집이 따뜻해진 데 만족했다. 오늘날 서울 시내의 택배 기사만큼이나 당시 런던 시내에는 굴뚝청소부가 흔했다. 영화 ‘메리 포핀스’에서는 은행 간부인 뱅크스 집을 굴뚝청소부가 청소한다. 굴뚝의 시커먼 그을음을 긁어낸 뒤 훨씬 더 많은 매연이 꾸역꾸역 하늘로 퍼지지만, 메리 포핀스는 신경 쓰지 않고 즐겁게 노래한다.
석탄을 태운 그을음은 런던의 축축한 공기와 만나 살인적 스모그를 만들었다. 막 운행을 시작한 디젤 시내버스는 아황산가스와 이산화황까지 뿜어댔다. 결국 사달이 났다. 어느 겨울 아침 런던 시내는 운전이 불가능할 정도로 짙은 안개가 깔렸다. 영화관에서는 스크린이 보이지 않았다. 닷새 동안 경제활동이 완전히 중단되었다.
영국 정부는 폐렴 사망자가 4000명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1만2000명이 넘었다. 깨끗한 공기의 가치를 몰랐던 영국 정부는 1956년 청정대기법을 만들어 난방과 운송시설을 근대화했다. 1968년부터는 가정집에서 석탄으로 난방하는 것을 금지했다. 사후약방문 격이었다.
1952년 12월 5일 아침 런던 스모그가 시작되었다. 굴뚝에서 끊임없이 쏟아지는 시커먼 매연을 경제의 역동성이라고 자부해 온 영국인들이 문득 지난 100년을 반성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환경 문제에 발 벗고 나섰다. 브렉시트의 먹구름 앞에서도 2015년 12월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국제기구(TCFD)를 출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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