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21개월’ 젤렌스키 내우외환… EU지원 불투명, 우크라 정치갈등

파리=조은아 특파원 2023. 12. 5.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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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내주 정상회의 개최 앞두고
우크라 71조원 지원안 합의 못해
키이우 시장, 숙적 젤렌스키 비난
“고립되고 독재화… 실각할 것”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가운데)이 지난달 30일 동북부 최전선 하르키우주 쿠피안스크를 방문해 지휘소에서 전황 보고를 받고 있다. 쿠피안스크=AP 뉴시스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에 500억 유로(약 70조9000억 원)를 지원하려던 계획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 의회에서 야당 공화당의 반대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제안한 600억 달러(약 78조 원) 지원 예산 통과가 진통을 겪고 있는 데 이어 든든한 버팀목이던 EU까지 공동 지원 예산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길어지는 전쟁의 피로감과 겨울철 혹한 속 전투로 고전하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미국과 서방의 비관론과도 싸워야 하는 처지가 됐다. 우크라이나 내부 불만 여론도 높아지면서 수도 키이우 시장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실각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러시아를 상대로 21개월째 전쟁을 지휘하는 젤렌스키가 내우외환(內憂外患)에 빠졌다.

● “우크라 지원, 매우 매우 어려워”

3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14, 15일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담을 앞두고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를 위한 500억 유로가 포함된 EU 공동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했다고 EU 고위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한 고위 관계자는 “예산 합의가 매우,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이 예산안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보조금 170억 유로와 대출 330억 유로로 구성된다. 지원 내용별로는 이주 지원 자금 140억 유로, 전략 기술 투자금 100억 유로, EU 대출에 대한 상환액 190억 유로가 포함된다. 이는 EU의 2024∼2027년 예산안이라 통과되면 2027년까지 우크라이나 지원이 안정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예산안 통과를 위해선 EU 27개 회원국 모두가 찬성해야 한다. 지난해 2월 전쟁 발발 이후 EU는 우크라이나를 적극 지원해 왔다. 하지만 전쟁이 2년 가까이 이어지자 분열 양상이 짙어지고 있다. 알렉산더르 더크로 벨기에 총리는 FT 인터뷰에서 “유럽인들이 해야 할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강조했다. 반면 친러 성향인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자금 지원에 반대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달 22일 네덜란드 조기 총선에서 ‘네덜란드의 트럼프’로 불리는 극우 성향 헤이르트 빌더르스 대표가 이끄는 자유당(PVV)이 승리해 EU의 합의가 방해를 받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PVV는 ‘반(反)EU’ 노선을 표방하고 있어 네덜란드의 EU 탈퇴를 뜻하는 ‘넥시트(NEXIT)’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크라이나의 우군을 자처해 온 독일마저 지원이 쉽지 않은 상태다. 올해와 내년 예산안에 대한 위헌 판결로 전례 없는 ‘예산 공백’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 정치 숙적 “젤렌스키 실각할 것”

우크라이나에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전쟁 중 집안싸움은 피하자’는 분위기가 강했다. 그러나 최근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한 정치적 경쟁자들의 공개 비판도 나오고 있다.

3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비탈리 클리치코 우크라이나 키이우 시장은 스위스 매체 ‘20분’, 독일 주간지 슈피겔과의 각각 인터뷰를 통해 젤렌스키 대통령이 실정으로 결국 실각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지를 잃고 있다”며 그가 점점 더 고립되고 독재화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클리치코 시장은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가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정부 관리들 덕분에 버텨냈다고도 주장했다.

2014년 취임한 클리치코 시장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오랜 정치적 숙적으로 알려져 있다. 클리치코 시장의 공개적인 비판은 전쟁이 21개월로 접어들면서 우크라이나에서 불만 여론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텔레그래프는 풀이했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에 따르면 올해 7, 8월 전쟁을 지지하는 우크라이나인은 60%가량으로 협상을 바라는 응답자(31%)보다 2배가량 많았다. 하지만 2022년 9월 70%보다는 줄었다. 게다가 최근 젤렌스키 대통령이 내년 3월로 예정된 대선을 미루겠다고 발표하자 반대파들이 그를 더 비판하고 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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