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눈] 강릉 녹지축에 거는 기대

홍성배 2023. 12. 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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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성배 강릉본부 취재국장

걱정하지 마. 동해안 물 빠져 조상 땅 찾으면 그 땅 팔아 아파트 한 채 장만해 줄게.

누가 궁핍한 삶을 타박하며 살면 가끔 실없는 농담 삼아 동해안 물 빠지면 30만평 조상땅 찾아 도와줄 거라고 용기 아닌 용기를 준다. 희망 고문일 수 있고 때론 허황 된 꿈이지만 이런 숨구멍 하나쯤 있어도 되지 않겠나 싶어서다.

동해안에 물이 빠질 리 없고 빠진 들 내 땅이 있을 리 만무하지만, 땅땅거리는 세상에 가진 것 없는 사람들에겐 이런 농담도 잠시 시름을 잊게 해줄 것이다. 동해안 바다는 그렇게 희망적이면서 어업인들에게는 생명의 터전이다. 또 관광객들에게는 쉼의 공간이면서 미래세대에는 개척의 대상이다. 소나무가 우거진 해송 숲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시간은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사색의 공간이기도 하다.

그런 동해안에 물이 빠지기는커녕 바다가 내 땅 돌려달라고 해안 침식을 감행한다. 거센 파도와 함께 야금야금 파먹는 땅 따먹기는 인간과 자연의 영원한 싸움 같다.

모래는 점점 파여나가고 파여나간 곳을 되메우기 위해 모래를 퍼다 덮는 소위 양빈 작업을 위해 지자체와 광역자치단체는 해마다 수백억원씩 쏟아붓는다. 그래 봤자 소용없는 일인 줄 알지만 당장의 삶의 영위를 위해 양빈을 해야 한다. 그럴수록 모래는 바다로 흘러들어 조류에 의해 떠돌다 어느 한 곳에 또 자리를 차지하고 쌓여간다. 이렇게 모래는 바다 안을 오가면서 욕심에 찬 인간들을 농락하고 있다.

인간도 자연의 섭리를 뛰어넘으려 모래가 쓸려 달아나지 못하도록 바다에 잠재를 설치하는 등 갖은 묘책을 동원한다. 모래침식을 막기 위해 사활을 건 것이다. 무엇 때문인가.

바다의 원형은 바다 끝에 모래가 있고 그곳에 파도가 철썩여야 아름다운 바다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 원형을 잃지 않기 위해 바다는 쉼 없이 파도를 육지로 보낸다. 인간이 코앞에서 바다 보기를 포기하고 한 걸음만 뒤로 양보하고, 한번만 더 바다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육지의 땅을 내어 줌직 한데 말이다. 그동안 너무 바다 가까이 붙어 살았음을 인식하지 못하고, 바다와 육지의 공간에 밀착해 살아야 한다고만 여기고 있는 것이다.

그런 공간적 인식에서 벗어나 이제는 바다와 육지의 경계를 조금 더 폭넓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 바다를 조금만 밀쳐두고 보면 아름다운 공간이 나오고 그 공간에 조금만 육지 쪽에서 기거해 살면 파인 모래를 되메우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그런 미련한 싸움을 지속해서 벌이다 최근 강릉시가 처음으로 안현동~산대월리 일대에 바다와 육지의 공간을 더 넓게 마련하고 있다.

40~50년 전부터 바닷가 근처에 무허가 등으로 집을 지은 53가구를 철거하고 여기에 해송과 데크를 깔아 휴식 공간을 만드는 ‘경포3지구 녹색축 공원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사업비 800억원을 들여 길이 1.7㎞, 폭 30~100m에 해송 500여그루를 심어 국내 최고의 힐링코스로 자리 잡게 할 계획이다. 언뜻 보기에는 쉬워 보이는 사업이지만 이렇게 하기까지 수십 년의 세월이 흘렀고 주민들과의 수많은 갈등을 빚었다. 주민들은 생존의 터였던 바다를 하루 아침에 떠나야 하기에 섭섭함이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적절한 보상도 뒤따라야 한다.

오는 2026년쯤이면 해송 그늘에 앉아 커피 한잔을 들고 멋진 동해안의 풍경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한가지 안타까운 것은 이미 지어진 일부 해안가 호텔 등 숙박업체들이 솔 숲을 파고들어 녹지축의 형태를 들쭉날쭉한 모양으로 만들어 놓았고 바다가 마치 자기들의 것인 양 도맡아 차지해 가고 있는 모양새다. 시는 지난 4월 경포산불로 호된 아픔을 겪었고 해안가 해송만큼은 지켜낼 것이라며 녹지축 일대에 소화전까지 설치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누구는 바다에서 밀려나고 자본금을 앞세운 누구는 바다를 코앞에 두고 보게 하는 것은 불공정하다.

시가 관광지 개발이라는 명분에 휩쓸려 불공정에 눈을 감으면 안될 것이다. 봄철 모내기에 못줄 놓듯이 녹지축이 반듯해지길 기대한다.

그나저나 삶은 산너머 산이라더니. 바닷가를 원형 복원하고 있는 마당에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다로 흘려보내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오염수가 안전하다고 하나 심리적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이러다 바닷물을 양수기로 퍼내는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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