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의사람연구] 설치는 암컷, 그 한 마디
‘여성성’ 대한 자기검열 더 문제
시간 흘러도 깨지 못한 차별지각
지도층의 말 한 마디에 되살아나
‘암컷’이란 발언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만일 ‘수컷’이란 어휘도 자주 사용을 하였더라면 ‘암컷’이란 발언이 이렇게 주목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설치는’이란 형용사가 ‘암컷’ 앞에 가서 붙게 되면 영락없는 차별 용어가 되는 바 ‘설치는 수컷’이란 표현은 사실 들어본 적 없다.

물론 혹자는 이미 이런 식의 성차별이 존재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고도 주장한다. 하지만 온몸으로 차별을 경험하여 왔던 필자 자신의 경험을 돌이켜보면 그로 인한 고통이 여전하다는 느낌이다. 객관적인 지표로 보자면 딱히 임금 격차나 기회에서의 불평등을 경험하고 있지는 않다. 그럼에도 젊은 시절 겪었던 부당한 초기경험은 머릿속에 여전한 상처로 남아 있다. 어쩌면 이런 직접경험이 그다음 세대로 전이되어 한 문화권 내에서의 간접적 차별지각으로 내면화되는 것 같다.
분명한 점은 인종이나 성별 연고지 등으로 인한 차별이 없는, 평등한 자유 대한민국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러기 위하여서는 피해든 가해든 차별로 찌든 모든 기성세대의 솔선수범이 필요하다. 소위 여혐, 남혐이란 최근의 성별갈등도 윗세대의 사실상의 차별 극복 노력의 반작용으로서 발생한 것이라고 한다면 현재의 젠더평등은 허구일 가능성이 높다. 온라인으로 번진 성별 싸움은 아주 소소한 애니메이션의 표현에서부터 이상동기 범죄에까지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만일 이런 사회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하는 사람들이라면 성차별적인, 그리고 나아가 성비하적인 어휘는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영어권 국가에서 인종차별적 네이밍을 불법화한 이유와 동일하다. 사회의 지도층부터 이런 문제에 대한 주의를 기울인다면 그나마 급속도로 남용되고 있는 차별언어를 줄일 수 있을지는 않을까?
우연히도 새로운 일을 앞두게 되었다. 적어도 현장에서 25년 동안 어떤 어려움들이 자기방어가 어려운 사람들에게서 발생하는지 목도하였다. 어떤 때는 함께 격분하기도 했고 다른 때는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찾기 위해 노력도 하였으나, 결국에는 법과 제도 변화 없는 시정의 기회만으로는 무엇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성범죄 친고죄가 폐지되고 스토킹 가해자의 위치 정보가 피해자에게 전달되도록 하기까지 이십년 이상 걸렸다. 마찬가지로 현재의 복지제도가 최선인 것은 아니지만 나름의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선별복지가 자리 잡는 데까지 거의 사십년 이상 걸렸다. 물론 기대만큼 충분한 것은 아니지만 분석적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심사숙고하여 세세한 제도를 만들어내었던 방향은 틀리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부디 좀더 다양하고도 참신한 제도 도입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묵은 문제들이 해결될 것을 기대해본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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