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안, 최고위에 보고도 안 돼…‘조기 해산’ 위기의 인요한

조미덥·이두리 기자 2023. 12. 4.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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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위 “안건 상정 요청”…불출마 등 사실상 지도부가 거부
대변인 “혁신위 역할 벗어나”…김기현, 인 ‘최후통첩’ 묵살
7일 혁신위 대면 회의서 비대위 전환 촉구 등 논의 가능성도
김기현 대표 최고위 참석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굳은 표정으로 입장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의결한 ‘당 지도부·중진·대통령과 가까운 의원들의 내년 총선 불출마 혹은 험지 출마’(불출마·험지 출마) 안건이 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 보고되지 않았다. 혁신위는 다음 최고위에 보고하겠다고 했지만 당에선 지도부가 혁신안을 거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혁신위가 7일 조기 해산 등 결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이날 최고위에서는 불출마·험지 출마 안건이 다뤄지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한 당 지도부와 혁신위의 설명이 엇갈렸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비공개회의에서 왜 혁신위 안건이 보고되지 않았냐는 일부 최고위원들의 질문이 있었고, 이만희 사무총장은 ‘혁신위 안건이 보고 요청에 없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오신환 혁신위원은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향후 혁신위 안건 모두를 모아 상정하라고 했다는 얘기를 전달받았다”고 반박했다. 당에선 그렇게 전달한 적이 없다고 재반박하면서 진실게임 양상으로 흘렀다. 당내에선 당 지도부가 그 안건을 논의하기 꺼렸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란 분석이 나온다. 박 대변인은 “혁신위의 중진 용퇴 권고가 무슨 취지인지 이해하지만, 결정할 수 없는 내용을 결정해달라는 것은 (혁신위) 본연의 역할 범주를 벗어났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오 혁신위원은 이날 “오는 7일 최고위원회의에 혁신안을 다시 상정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가 해당 안건을 의결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한 지도부 인사는 통화에서 “(혁신안이 최고위에서) 의결할 안건이 아니라는 건 지도부 인사들이 다 공감한다”며 “그 사람들의 최종적인 (불출마·험지 출마) 결단이 남았는데 좀 시간을 두고 기다려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혁신위는 지난달 3일 같은 요구를 권고 형태로 발표했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해당 인사 중 누구도 불출마나 험지 출마를 선언하지 않았다. 혁신위는 지난달 30일 이 내용을 공식 안건으로 의결했다.

당일은 인요한 위원장이 자신을 당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추천해달라고 요구하면서 답을 달라고 제시한 날이기도 하다. 김기현 대표는 이 요구를 단칼에 거절한 뒤 거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인 위원장으로선 혁신위의 가장 중요한 혁신안이 호응받지 못하고,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공관위원장 요구도 묵살당하면서 위기에 몰렸다.

혁신위는 이날 열기로 했던 온라인 화상회의를 취소하고 오는 7일 대면 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이 자리에서 불출마·험지 출마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대한 대응책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기가 오는 24일까지인 혁신위가 조기에 해산하거나 당의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촉구하는 등 극약 처방을 할 것이란 관측도 당 일각에서 나온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인요한 혁신위는 당내 기득권 카르텔에 막혀 해체 위기에 있고, 이준석은 눈앞에서 아른거리면서 앞길을 막는구나”라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실 인사들은 모두 양지를 찾아 떠나고 미숙한 참모들만 데리고 가야 하는구나”라며 “당마저 욕심에 겨워 도와주지 않고 첩첩산중에서 나홀로 백척간두에 섰으니, 다가오는 엄동설한을 어찌할꼬”라고 적었다.

조미덥·이두리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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