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가이아나 실효지배 ‘자원의 보고’ 합병 놓고 국민투표…95%가 찬성
베네수엘라가 석유와 광물 등 자원이 풍부한 이웃 국가 가이아나가 실효지배 중인 에세키보 지역의 합병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한 결과 찬성 의견이 95% 이상 나타났다고 중남미 매체 인포바에와 AP통신 등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이날 국민투표를 실시하기에 앞서 “우리는 150년 동안 지속된 제국주의 탄압을 헌법적, 평화적, 민주적 수단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면서 “주권자 국민들의 절대적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세키보 지역은 가이아나 전체 국토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금, 다이아몬드 등 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돼 있는데, 2015년 인근 해상에서 미국 기업이 대규모 유전을 발견하면서 이 지역을 둘러싼 긴장감은 더 고조됐다.
양국 간 영토 분쟁의 시작은 100년 이상을 거슬러 올라간다. 에세키보 지역은 18세기 스페인 식민지 시절 베네수엘라의 땅이었지만 영국이 가이아나를 침공해 점령한 후 영토 분쟁이 발생하자 양측은 이 문제를 국제 중재재판소에 회부했다. 1899년 당시 프랑스 중재재판소는 영국령이라고 판정했고, 가이아나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에도 가이아나 영토로 편입돼 오늘날까지 이어져 왔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정부는 에세키보 지역은 19세기 초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뒤부터 역사적으로 줄곧 자국 영토였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면서 ‘가이아나와의 원만한 해결’을 명시한 1966년 제네바 합의를 근거로 기존의 중재는 무효화됐다면서, 당사국 간 협상으로 이 사안을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투표에서는 1899년 중재 판정을 거부하고, 에세키보 지역에 새로운 행정구역을 신설한 후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베네수엘라 시민권을 부여하는 방안 등 모두 5개 항목에 대해 국민 의사를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 국민투표는 국제적으로 법적 효력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베네수엘라 정부가 투표 결과를 실제 어떻게 집행할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가이아나 정부는 베네수엘라의 이 같은 움직임을 자국 영토의 3분의 2를 강제로 빼앗아가려 하는 ‘실존적 위협’으로 간주하고, 앞서 지난달 14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베네수엘라의 행동을 멈춰줄 것을 긴급히 요청했다. 이에 ICJ는 가이아나 주권을 위협하는 행위를 자제하라고 명령했지만, 국민투표를 중단할 것을 명시하진 않았다. 이르판 알리 가이아나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우리는 국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24시간 내내 국경 지대 안전을 감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세키보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브라질 정부도 성명을 통해 방위 조치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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