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군함도 공격했나…홍해 긴장감 키우는 예멘 후티반군
후티 반군 “이스라엘 선박 공격”…‘사우디 겨냥’ 분석도
반미·반이스라엘을 기치로 삼는 예멘의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무력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스라엘에 드론·로켓 등을 발사하고 민간 선박을 나포한 데 이어, 미국 군함과 상선도 공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후티 반군이 홍해 도발을 이어가며 당분간 일대 불안정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3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이날 “미 구축함 카니호와 상선 여러 척이 홍해상에서 공격받았다는 보고를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공격은 3일 오전 10시쯤 시작돼 약 5시간 지속됐다. 카니호가 공격을 받으며 최소 드론 1대를 격추했다”고 전했다.
후티 반군도 이날 자신들이 홍해와 아덴만을 연결하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이스라엘 선박 2척을 미사일과 드론으로 공격했다고 밝혔다. 후티 측은 공격 대상이 미 군함과 관련됐는지는 언급하지 않았으며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공격하는 한 이스라엘 선박에 대한 공격도 계속될 것”이라고만 밝혔다.
만약 후티 반군이 미 군함을 공격한 것이라면, 이는 2016년 이후 처음으로 미 군함을 공격한 셈이 된다. 당시 후티 반군은 미군 USS 메이슨호 등에 미사일을 발사했으며, 이에 미국은 토마호크 순항미사일로 후티 반군의 해안 거점 3곳을 파괴하며 보복한 바 있다. 이번 공격을 계기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긴장이 홍해 일대로 번지리란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이스라엘에 선전포고를 하고 연일 도발적인 공격을 이어오고 있는 후티 반군은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 ‘유대인을 저주하라’란 구호를 내걸 정도로 이란과 반미·반이스라엘 성향을 같이한다.
그러나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기는 쉽지 않다. 예멘과 이스라엘은 2000㎞ 이상 떨어져 있어, 장거리 미사일로도 이스라엘 본토를 압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오랜 내전으로 인프라와 경제가 무너진 후티 반군이 외부와의 전쟁을 감당할 수 있을지도 회의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후티 반군의 도발은 전쟁에 개입하려는 목적이라기보다는 존재감을 과시하고,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크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예멘 전문가 파레아 알무슬리미 연구원은 AP통신에 “반서구 감정 그 자체가 후티 반군의 원동력이다. 후티 반군은 ‘우리도 너희를 칠 수 있다’고 경고하는 정도로만 이스라엘을 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람 세계를 규합하려는 목적도 있다. 중동 및 예멘 전문가 매슈 헤지스는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과 친교를 강화하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바레인 같은 국가와 자신을 차별화하고, 모든 무슬림은 이스라엘을 공격해야 한다는 범이슬람 내러티브를 주도하려는 것”이라고 도이치벨레에 말했다.
후티 반군의 진짜 목표는 이스라엘이 아닌 사우디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사우디는 예멘과 맞닿은 국경 지대의 안정을 위해 2022년 말부터 후티 반군과 평화 회담을 진행해왔다. 지난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발발하기 전까지만 해도 회담은 성사 목전에 갔지만 현재로선 사실상 판이 깨진 상태다.
후티 반군이 군사 행동을 지속하겠다고 밝힌 만큼, 당분간 홍해 일대 불안정 역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후티 반군은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형제들에 대한 침략과 추악한 범죄가 멈출 때까지 (이스라엘을 향한) 군사 작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후티 반군을 외국테러조직(FTO)으로 재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FTO로 지정되면 국제 구호 등을 받기가 어려워진다. 홍해 전략 전문가 마이클 호턴 연구원은 “FTO 재지정은 후티 반군 지도부에는 승리로 받아들여질 것”이라며 “공격이 비록 제한적이라 하더라도 그들은 홍해에서의 항해를 방해할 수 있고 사우디와 UAE의 에너지 인프라를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전 세계 석유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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