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또 쟁여놔야 되나”…부랴부랴 공공비축 늘리겠다는 정부
韓 차량용 요소 90% 중국산
정부, 석달치 재고 확보 불구
요소 비축사업 공모 4번 유찰
조달청 간신히 3천t 추가 확보
2년 전인 2021년 10월 ‘요소수 사태’를 겪었던 정부는 이번엔 재빠르게 움직였다. 중국 세관이 요소 수출을 막고 있다는 기업의 제보를 들은 정부는 지난 1일 요소 공급망 점검회의를 열어 현황을 파악했다. 또 중국 정부 측에 협조를 요청했다.
정재호 주중대사는 이날 베이징 주중대사관에서 한국 특파원단과 만나 “통관 애로가 파악된 직후인 지난 12월 1일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해관총서(관세청), 상무부, 외교부 등에 요소 수입과 관련된 애로를 제기하고 차질 없는 통관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며 “중국 측 유관 부처에 해당 물량에 대한 차질 없는 통관 협조를 적극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 참석차 중국 상무부를 찾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도 중국 측에 안정적인 요소 공급을 요청했다.
요소는 크게 농업용과 산업·차량용으로 나뉜다. 농업용은 비료로, 산업·차량용은 경유차 배출가스 저감 장치나 석탄발전소 탄소 저감 장치에 쓰인다. 이번에 중국이 한국으로 통관 물량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은 건 ‘차량용 요소’다. 국내 산업·차량용 요소의 대중국 의존도는 90%를 훌쩍 넘어 수입에 문제가 생기면 국내 업체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통상 요소수 비수기인 11월에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인도향 수출 물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중국 내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해관총서에 따르면 올해 1~9월 중국 요소수 누적 수출량은 283만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 늘었다. 일부 지역에서 요소 생산 기업들의 공장 가동이 중단된 것도 수급 불안 현상을 부추겼다.
정부도 현황을 추가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최남호 산업부 대변인은 “중국 통관에서 (요소 수입이) 지연된 건 사실”이라면서도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한 결과 정치적인 이유는 없고 중국 내부적으로 수요가 타이트한 경제적 요인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우선 이날 관련 업계와 요소 공급망 대응회의를 열고 조달청을 통해 요소 공공 비축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동남아시아나 중동 등으로 수입처를 넓혀 요소를 확보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다만 정부의 공공 비축 계획의 실효성을 두고 의문이 제기된다. 국회예산정책처가 펴낸 ‘2024년 예산안에 대한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조달청은 올해 총 381억원의 요소·요소수 긴급 정부 수요 물량 공급 예산을 편성했다. 3000t을 추가로 확보해 공공 비축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조달청은 정부 비축분을 보관할 민간 사업자 공모를 4회 실시했지만 응찰한 곳이 하나도 없어 예산 집행을 못하다가 11월에야 계약을 맺고 30억원의 예산을 추가로 집행했다. 요소는 보관 기한이 짧아 정부 직접비축이 어렵기 때문에 수요 기업이 보관하면서 재고순환 방식으로 비축을 하는데 정부가 기업에 지급하는 비용이 기업 입장에서는 부족해 계속 유찰됐다.
정부는 이날 국내 차량용 요소수 시장을 점검해 필요할 때 시장 안정화 조치를 하기로 했다. 2021년 요수수 사태 당시 ‘사재기’로 가격이 폭등하고 품귀현상이 일어났던 점을 고려한 것이다. 실제 이날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미리 요소수를 사야 한다”는 등의 글이 잇따랐다. 요소 관련 A사 관계자는 “아직 국내에 요소 재고가 충분한데 사재기가 벌어지면 결국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제2의 요소수 사태’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별다른 준비가 없었던 2년 전과는 다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국내에서 확보한 요소 재고분만 3개월 치다. 다만 장기적으로 공급망 다변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요소 관련 B사 관계자는 “매번 요소 수급 차질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정부와 간담회를 했지만 크게 달라진 건 없다”며 “정부는 재고분을 비축해두라는 말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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