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개선 토론회…"개인 이해 부족" vs "외인 이익만 압도적"
"제도 개선하려다 거래비용 부담 증가"
"시장 설계 적정한지 근본적 해결해야"
[서울=뉴시스] 박은비 기자 = 증권 유관기관이 공매도 제도 개선 관련 의견을 취합하기 위해 마련한 토론회에서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의견과 "외국인과 기관만 이익을 보는 게 압도적"이라는 비판이 팽팽하게 맞섰다. 무차입 공매도 방지 전산시스템 구축과 관련해서는 한국거래소가 시스템 구축을 위해 논의하고 있지만 거래 구조 상 증권사가 실시간 파악해서 차단하는 시스템은 사실상 어렵다고 밝혔다.
송기명 한국거래소 부장은 4일 오후 거래소·예탁결제원·한국증권금융·금융투자협회 등 증권유관기관이 공동으로 주최한 공매도 '기울어진 운동장 해소' 관련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송 부장은 "공매도 주문은 최초 대차거래와 연결되는 데서 대상을 찾는 게 전산화되지 않은 것이고 나머지는 다 전산화가 돼 있다"며 "실시간 차단 시스템은 한 증권사가 관리하면 손쉽게 파악 가능하지만 기관과 외국인은 주문증권사가 경우에 따라 복수주문하기도 하고 잔고는 별도 보관은행이 관리해서 주문을 받는 시점에 보관은행 잔고를 증권사가 실시간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매매 후 이틀 뒤 결제되는 구조라 보관은행 잔고는 이틀 뒤 반영될 수 밖에 없고 그렇다면 실시간 잔고를 알 수 있는 사람은 투자자 당사자 밖에 없다"며 "이번에 제도개선 방향에서 발표한 것도 잔고를 정확히 알 수 있는 투자자가 자체적으로 내부 잔고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의무화하고 투자자가 그런 시스템을 갖췄는지 공매도 주문을 받는 증권사가 확인하라고 하는 게 강력한 방법"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이와 별도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서 실시간 차단 시스템 구촉이 가능한지 전문가와 유관기관이 내년 상반기까지 논의하기로 하고 방법은 공론화할 것"이라며 "시스템 구축 비용이 산정되려면 방안이 먼저 확정돼야 하는데 아직 그 단계까지 진행은 안 돼서 합리적인 방법을 찾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산 시스템 구축을 위한 TF는 지난달 23일 구성된 바 있다. 일주일 뒤인 같은달 30일 TF 지원을 위한 실무지원반을 구성하고 회의를 개최했다.
"공매도 상환기간 통일로 거래비용 증가할 것"
이에 대해 여상현 예탁원 부장은 "(기관이 주식을 빌리는) 대차거래는 장외거래인데 거래당사자간 협의해서 거래 조건을 정하게 하고 특별한 제한이 없는 게 국제 관행"이라며 "대차거래가 전부 공매도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고 담보로 쓰이는 거래도 많은데 90일마다 롤오버하거나 또 다른 대여자를 찾으면서 거래비용이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담보비율을 105%보다 더 올려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예탁원 중개거래만 놓고 보면 22조원 규모로 국내 기관이 97%, 외국 기관은 3% 정도 되는데 담보비율을 기존 105%보다 더 올리면 담보에 대한 거래비용이 오롯이 국내 기관투자자에게 전가된다. 결국 전체 시장 거래비용이 증가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라며 "담보비율을 올린다고 했을 때 거래 안정성 차원이거나 대여자에 대해 혹은 차입자의 신용을 확인하고 담보비율을 올려야 하는데 그럴 유인이 현재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국내 공매도, 비중 크지 않아도 외인 비중 압도적"
개인이 공매도에 소극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주가가 상승하면 이익을 실현하는 매수 전략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고 공매도에 관한 사실 여부와 상관 없이 공매도가 주가를 하락시킨다고 싫어한다"며 "그런데 개인투자자들도 하락 방향 투자를 하고, 2.5~6% 대주 비용이 소요되는 공매도보다 추가 비용 없이 하락 투자할 수 있는 간접 투자상품인 상장지수펀드(ETF) 인버스 상품, 소위 곱버스로 불리는 ETF 인버스레버리지에 투자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공매도 제도 개선안 관련 외국인 입장에 대해서는 박용대 미래에셋증권 선임연구원이 "롤오버를 자주해야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오퍼레이션 측면에서 부담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이번 제도개선안보다는 향후 발표될 전산시스템을 갖추고 이런 게 외국계 증권사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다.
김영규 금투협 부장은 "(이번 제도 개선 방향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하는 효과는 분명 있다고 본다. 허들을 높여서 맞출 것이냐 낮춰서 맞출 것이냐 관점"이라며 "결국 추진방향은 시장 형평성 관점에서 시장 경쟁력을 해치지 않는 게 주요 목적이었고, 대차 거래는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국제적인 룰이 존재하는데 이에 위배되지 않게 하되 일각에서 제기되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일종의 고육지책이었다"고 주장했다.
개인투자자 대표는 돌연 불참…"근본 개선 안 되면 기울기 더 키워"
강 교수는 또 "개인이 공매도에 왜 신뢰가 없는지는 간단하다. 공매도가 좋은 제도일 수 있지만 누군가는 이익을 보고 누군가는 손해를 보는데 기관과 외국인이 압도적으로 이익을 보기 때문"이라며 "하루에 외국인이 얼마나 공매도로 이익을 얻는지, 어떻게 분담하느냐 이 시스템이 맞느냐로 논의가 진행된다면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당초 토론자로 참석할 예정이었던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이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주최 측은 개인적인 사정이라고 밝혔지만 그는 공매도 토론회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참석자 7명 중 최근 발표한 공매도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 반대 입장인 인원은 2명에 불과했다"며 "제가 참석하게 되면 기존 자본시장 관계자들의 들러리를 서게 된다는 회원들의 우려가 많았다는 점도 불참을 고민한 이유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ilverlin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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