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제도개선, 개인·기관 동일선상 놓는 것 적절?…'갑론을박'

최성준 2023. 12. 4.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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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거래소·예탁원 등 유관기관 모여 공매도 토론회
개인·기관 동일선상에 놓는 제도개선 우려도 나와
공매도 전산화 논의 없다는 이유로 '한투연' 불참

지난달 금융당국이 공매도 금지와 함께 '공매도 제도개선' 추진을 발표했지만 개인투자자들은 당국의 제도개선 방향이 적절하지 않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매도 제도개선에 대한 의견이 팽배한 가운데 개인투자자 및 학계와 증권업계 관계자들이 모여 공매도 제도개선 방향에 대해 치열한 논의를 벌였다. 개인투자자의 요구처럼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작정 개인과 기관투자자를 동일선상에 놓는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4일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불스홀에서 증권 유관기관 공동으로 개최한 공매도 제도개선 관련 토론회가 진행됐다./사진=최성준 기자 csj@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증권금융, 금융투자협회 등 증권 유관기관들은 4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공매도 기울어진 운동장 해소'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최근 금융당국이 발표한 공매도 제도 개선에 대해 유관기관이 다시 한 번 제도를 설명하고, 학계·업계·개인투자자대표 등이 의견을 개진하는 방식으로 논의가 이어졌다.

앞서 지난달 금융당국과 국민의힘 등 민·당·정 협의회는 기관투자자의 대차거래 상환기간을 개인과 같은 '90일+연장'으로 제한하고 대주거래 담보비율을 120%에서 105%로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

다만 개인투자자들은 금융당국의 공매도 제도개선에 대해 불만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관투자자의 대차거래 담보비율을 개인투자자의 대주거래 담보비율 120% 수준으로 높여서 상향 평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영규 금융투자협회 부장은 "(제도개선 관련)허들을 높여서 맞추느냐 낮춰서 맞추느냐 문제에서 자본시장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는 선을 고민해서 개선 방향을 잡았다"며 "대차거래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룰이 있는데 이를 크게 위배하지 않으면서 공매도 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개인의 접근성을 높이는 쪽으로 제도개선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자들이 요구하는 기관투자자들의 담보비율 120% 상향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선도 나왔다. 여상현 예탁결제원 부장은 "현재 예탁원이 중개하는 대차거래 중 국내 기관투자자의 비율은 97%, 외국인투자자는 3%로 대부분이 기관"이라며 "국제적인 관행으로 대차거래 담보비율이 105%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이를 120%로 올리면 모든 비용이 국내 기관에만 전가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상현 부장은 "담보비율을 상향 조정하더라도 실질적으로 공매도 거래가 줄어드는 효과도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 등 유관기관의 제도개선 방향성에 대해 개인투자자와 일부 학계에서는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든 것은 긍정적이지만 시장의 건전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 기울기가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개인투자자 대표로 참석한 김한기 소비자주권회의 정책실장은 "이번 제도 개선으로 대차·대주거래의 상환기간과 담보비율에 대한 형평성이 높아진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다만 제도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개인이 공매도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적정하게 제공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형구 한양대학교 교수는 "주식대여시장이 잘 발달하지 않았는데 조건만 평등해지면 오히려 기관과 개인의 격차가 더 벌어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주식대여거래의 독점 문제와 공정성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전반적인 기반을 잘 다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공매도 규제를 도입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빈기범 명지대학교 교수는 "기관과 개인은 규모, 신용도 측면에서 차이가 나는데 서로 같은 조건에서 거래가 가능하도록 강제하면 안 된다"며 "농산물 시장에서도 도매상과 개인의 차이가 있는 만큼 담보비율과 보증비율을 동일하게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업계에서도 기관과 개인의 차이가 있는데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에 대해 합리적이지 않다고 보고 있다.

김영규 금융투자협회 부장은 "증권업계에서 기관과 개인의 신용도 차이가 있는데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이 합리적이냐는 질의가 들어오고 있다"며 "다만 그간 개인과 기관, 외국인의 대차·대주 거래 형평성 문제가 오랫동안 제기된 만큼 이번 제도 변화로 논쟁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개인투자자 대표로 참석하기로 했던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토론회에 불참했다.

토론회에 참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정의정 대표는 "개인투자자들의 가장 큰 불만 중 하나가 공매도 전산화(무차입 공매도 적발시스템 포함)도입인데 토론회에서 다루지 않았다"며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대차·대주 개선 방향을 앞단에 배치해 시선을 분산시키고 이슈를 덮어 제도 개혁을 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여 토론회에 불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성준 (cs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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