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제네시스 GP와 포니 GP
조태용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3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우리 GP가 제네시스라면 북한 GP는 포니”라고 말했다. 북한이 9·19 남북군사합의 전면 파기를 선언하고 전방 감시초소(GP)를 복원하자 남측도 GP 복원으로 맞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내놓은 비유다. 발화자 의도를 선해하자면, 대중에게 친숙한 특정 기업 신구 차량에 빗대 10배 정도 차이 나는 남북한 국방력 격차를 암시함으로써 국민들을 안심시키려는 의미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이 ‘안보 컨트롤타워’에 해당하는 당국자의 말이라기엔 다소 가벼워 보인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국가안보실장의 일거수일투족은 무게를 갖는다. 전문가들이 쓰는 용어로 적과 자국민을 모두 염두에 두는 ‘전략적 소통’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조 실장의 자동차 상품명 비유는 어떤 유의미한 전략적 목적을 달성하는지 의문이다. 북한보다 좀 더 비싼 신형 승용차에 해당하는 GP를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국민들이 안심할 것인가, 북한의 공격 의지를 꺾어놓을 것인가.
‘북한보다 우리가 낫다’는 자기위안 외에 어떤 의미를 읽어낼 것인가. 그 비슷한 것을 며칠 전 미국 민간 우주개발 업체의 도움으로 하늘에 올린 군사정찰위성의 카메라 해상도가 북한이 올린 위성보다 높다고 되풀이해서 강조하는 군의 발표에서도 본다. 지금이 비무장지대 대성동마을과 기정동마을에서 남북한이 누가 더 높이 깃발을 올리나 경쟁하는 시대인가. 그런 유치한 따라하기 경쟁 말고 지금 안보 상황의 심각성을 숙고하고 진정으로 국민들의 우려를 누그러뜨릴 방안을 내놓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덧붙이자면, 대통령실이 나서서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프랑스 순방 기간 중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가 예상된다고 해놓고, 국가안보실장과 안보실 1차장이 모두 그 여행에 동행한 것도 납득하기 어려웠다. 돌이켜보면 그것이 국가안보실장, 안보실 1차장, 행정안전부 장관 등 수많은 참모를 대동하고 가야 하는 출장이었는지 의문이다. 입만 열면 ‘안보위기’를 말하면서 안보 컨트롤타워에 해당한다는 사람들이 모두 나라를 비우면, 그들이 말하는 그 ‘안보위기’란 것에 대해 그들 스스로도 과연 진지한 것인지 묻게 된다.
손제민 논설위원 jeje1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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