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면에 나선 총수들] `최창원·윤세영·김범수`… 경영위기 구원투수로 나선 오너들

박한나 2023. 12. 4.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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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수펙스협의회의장에 최창원
윤세영, 5년만에 경영일선 복귀
김범수, 실적·경영진 직접 관리

대내·외 불확실성과 경기침체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주요 재계 총수들이 '위기 극복'을 위해 직접 나서고 있다. 총수들이 이처럼 경영 전면에 나서는 이유는 현재의 위기가 '미증유(일찍이 없었던)' 수준인 만큼 오너십 경영으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전략적 판단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임기가 제한적인 전문 경영인은 단기 실적에 급급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는 반면, 최대 주주인 오너가(家)는 과감한 쇄신과 뚝심 경영을 할 수 있는 책임경영의 권한이 있다.

과거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이 2010년 붕괴된 그룹 컨트롤타워의 복구를 위해 경영 복귀를 했던 적이 있으며, 2005년 이사회에서 은퇴했으나 정부의 요청으로 2010년 경영에 복귀해 일본항공(JAL)의 흑자전환을 이끈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창업주 겸 명예회장 등도 오너십 경영으로 위기를 극복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4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오는 7일 단행할 연말 인사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 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맡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그룹 컨트롤타워'로 불리는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SK그룹의 최고 협의기구 격이다.

1964년생인 최창원 부회장은 고 최종건 SK그룹 창업회장의 막내아들로, 재계 안팎에서는 '워커홀릭'으로 유명하다. 최 회장의 신임도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SK그룹 계열의 중간 지주사 격인 SK디스커버리의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 부회장이다. 다만 최 부회장의 수락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여기에는 현재의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주요 경영진의 세대 교체가 필요하다는 최 회장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그룹 2인자인 조대식(63)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비롯해 장동현(60) SK㈜ 부회장, 김준(62)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박정호(60) SK하이닉스 부회장 등 주요 경영진의 연령대가 모두 60세를 넘었다.

앞서 최태원 회장은 지난 10월 'SK 최고경영자(CEO) 세미나' 폐막 연설에서 2016년 그룹 확대경영회의 이후 처음 "서든데스(돌연사)"를 언급한 바 있다. 이후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대대적인 세대교체 인사를 할 것이라는 소문이 떠돌았다.

익명을 요청한 한 재계 관계자는 "부회장단이 동반 퇴진할 경우 현 사장단 중에서 조 의장의 뒤를 이을 만큼의 무게감이 있는 인물의 선택지가 별로 없다"며 "최창원 부회장이 맡게 되면 오너가의 무게감도 있는 만큼 분위기 쇄신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오너들의 복귀도 잇따르고 있다. 윤세영(90) 태영그룹 창업회장은 2019년 3월 아들 윤석민 회장에게 회장직을 물려준 지 5년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한다고 이날 밝혔다.

윤 회장은 내년 3월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지주회사인 TY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과 관련해 태영건설의 경영상 어려움이 가중되자 '창업 초심'으로 돌아가 그룹 전체를 지휘하기 위한 취지다.

태영그룹은 태영건설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올해 8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어 지주회사인 TY홀딩스가 알짜 자회사인 태영인더스트리를 추가 매각하는 등 자구책과 사업구조조정을 강도 높게 추진하고 있다.

카카오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김범수 창업자 겸 경영쇄신위원장(미래이니셔티브위원장)이 경영 이슈를 챙기고 있다. 지난해 10월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 서비스 장애 사태 당시에도 전면에 나서지 않았지만, 실적부진과 경영진에 대한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자 지난 10월 직접 등판했다.

김 창업자는 지난달 27일 카카오 판교 아지트에서 열린 비상경영회의에 참석하면서 10여년 동안 기르고 다녔던 수염을 깎고 말끔한 모습으로 등장해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쇄신 의지를 보여줬다.

물가 상승과 소비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식품·유통업계에서도 올 초부터 속속 총수들의 경영 복귀가 이어지고 있다. 동서그룹 창업자인 김재명 명예회장의 차남인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이 2018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지 5년 만인 올 3월 다시 회장직을 맡았고, 교촌에프앤비(F&B) 창업주 권원강 회장도 지난해 말 회장직에 복귀했다.

이런 가운데 위기 극복을 위한 오너가의 메시지도 더 강해지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달 조직개편 이후 신설한 경영전략실 전략회의를 2주간 연속으로 주재하며 "지금과는 다른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변화하고 혁신해야 한다"고 강도 높은 쇄신을 주문했다. 아울러 인재 영입을 위한 인사 시스템 개편도 지시했다.

한편 지난 5월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박찬구(75)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은 6개월 만인 지난달 금호미쓰이화학 대표이사를 맡으며 전격 복귀했다. 다만 박 회장의 복귀는 광복절 특별사면에 포함돼 사면복권을 받아 취업제한 규제에서 자유로워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한나·윤선영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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