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규제에 묶여···예산도 다 못 쓴 신사업사관학교

박진용 기자 2023. 12. 4.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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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중기 지원사업 성과평가 보고서 입수
167개 중 15%가 '개선 필요' 평가
원산지 인증·FTA특혜 관세 활용 등
중기 애로사항 풀 실질적 지원 필요
"단순 박람회 지원, 수출 도움 안돼"
[서울경제]

정부의 중소기업 수출 활성화 지원사업이 자체 평가 결과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4일 서울경제신문이 입수한 ‘2023년 중소기업 지원사업 성과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해 수행한 중소기업 지원 사업 167개(50억 원 이상) 중 수출 지원 분야의 평가가 특히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2022년 예산이 투입된 12개 부처의 중소기업 지원 사업을 중기부와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평가한 결과로 최근 최종 완성됐다. 평가 결과 상위 15%는 ‘우수’, 중위 70% ‘보통’, 하위 15%는 ‘개선 필요’로 분류한다. 중기부는 매년 각 부처들의 지원 성과를 평가해 중소기업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를 분석하고 개선점을 모색한다.

지난해 사업 평가에서는 수출 지원 분야에서 개선 필요 지적을 받은 사업이 많았다. 중기부를 비롯해 농림축산식품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부처를 막론하고 다수 발견됐다. 중기부의 ‘온라인수출플랫폼’, 농림부의 ‘농식품해외시장진출’, 산업부의 ‘통상협정국내대책추진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중기부 온라인수출플랫폼 사업은 해외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온라인 인프라 구축과 각종 마케팅 활동에 37억 원을 지원한다. 이 사업에 참여한 기업인들은 사내 인력 부족과 낮은 디지털 이해도 때문에 사업 참여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종합 만족도는 74점으로 수출 분야 평균 점수인 85점에 11점이나 낮았다.

농림부의 농식품해외시장진출 사업은 327억 원을 투입해 농식품 수출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해외공동물류센터 이용·국제박람회 참가 등을 지원했다. 생산부터 상품화, 물류, 통관, 마케팅까지 수출 전과정을 지원하겠다는 게 사업 취지다. 하지만 정책 수요자들의 만족도 점수는 76점에 머물러 수출 지원 정책들의 평균 점수 보다 9점 낮았다. 지원한 전체 기업들 중 중소기업 비중도 2020년 50%에서 지난해 17.3%로 크게 줄었다. 그만큼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부족했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정보 제공, 박람회 참가 등 단순 지원 보다 영세 농가의 원산지 인증, FTA 특혜 관세 활용 등 수출 애로사항을 파악해 실질적인 수출효과 제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업부의 통상협정국내대책추진 사업은 매출증가율(11.3%), 고용증가율(4.4%), 종사자당 부가가치증가율(4.8%) 등이 모두 평균에 크게 못 미쳤다. 자유무역 퇴조, 보호무역 부상 등 통상환경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보고서는 이 사업에 대해 “수혜 기업 확대를 위한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현재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 중심으로 수혜 기업의 성과가 도출되고 있지만, 앞으로 다른 FTA 또는 개별국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연구개발(R&D) 지원 사업 분야에서는 산업부의 ‘에너지수요관리핵심기술개발 사업’이 중소기업 지원을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 22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이 사업은 △산업계 주요 에너지 다소비 기기와 공정의 효율 향상 △건물 핵심설비 기술개발과 제로에너지빌딩 전환 및 커뮤니티 최적화 모델 구축 △유해 배출가스 없는 청정 수송사회 실현을 위한 전기자동차 충전 인프라 효율 향상 등을 지원한다. 하지만 예산 내 중소기업 지원 비중은 2020년 42.7%, 2021년 37%, 2022년 33.6%로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보고서는 “이 사업은 정부출연금 1억 원당 목표 매출액도 목표치에 미달했다”며 "지난 5년간 연구비 부정 사용 사례가 다수 적발된 만큼 재발방지 노력도 강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소상공인 지원 분야에서는 약 2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기업가형 소상공인 육성을 위해 신사업창업사관학교 운영’에 대한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지난해 기준 예산 집행률이 79.3%에 불과해 주어진 예산조차 다 못 쓴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정책 수혜자들이 자금 활용 시 제한이 있어 자율성이 떨어진다"며 "소상공인 특성에 맞게 비목 제한 완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진용 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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