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데이터로 만드는 디지털 탄소중립

입력 2023. 12. 4.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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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에너지효율연구본부장

탄소중립은 쉽게 요약하자면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인간의 활동으로는 더 이상 올라가지 않도록 만들겠다"라는 것이다. 정부가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 극복을 위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로 선언하면서 2~3년 전부터 많은 사람에게 친숙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런데, '디지털 탄소중립'이라는 용어는 대부분 생소하게 느낄 것이다. 사람들이 탄소중립을 전등 끄기, 난방 온도 낮추기,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와 같은 일상적인 실천 정도로 상상하게 되니, "디지털 탄소중립은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적게 쓰라는 것인가?"로 막연히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디지털 탄소중립은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분야의 에너지 효율 향상, 또는 디지털 기술(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 활용으로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지난 11월 23일 국무총리 주재로 개최된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서 주요 안건으로 다루어진 '디지털 전환을 통한 탄소중립 촉진방안'은 디지털 탄소중립을 다루고 있다. 이 방안이 여러 탄소중립 방법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ICT 분야 디지털 탄소중립의 대표적인 사례는 이동통신과 데이터센터(이동통신사 온실가스 배출량은 370만톤)이다. 많은 에너지를 사용해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으로 지목받는 데이터센터와 이동통신 설비를 위해 서버를 탑재하는 지능형 제어 소프트웨어, 데이터 처리 지연을 줄이는 저장장치, 빠른 네트워크 입출력을 돕는 반도체 부품, 효과적인 냉각 기법 등 다양한 디지털 탄소중립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쉬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탄소중립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건물 운용 부문(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1억2600만톤)의 건물 에너지 관리 플랫폼을 꼽을 수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는 건물 내·외부의 활동에서 발생하는 각종 데이터 활용에 초점을 두고 디지털 전환기법에 기반한 디지털 탄소중립 플랫폼을 실증 운영 중이다.

해당 기술의 기본개념은 사람들이 건물에서 생활하고 출입하면서 자연스럽게 생성된 정보가 데이터로 누적되며, 다수의 사람이 유사한 행동양식을 보인 정보를 결합해 활용하면 미래 상황 예측의 정확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집에서 이용하는 전기, 난방, 온수 사용량, 조명이나 냉난방 설정 변경과 같은 에너지 관련 데이터는 건물마다 고유의 시간별, 요일별 패턴이 존재한다. 이를 인공지능 기법으로 분석하면 미래 수요예측이나 조기 이상 진단이 가능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최적의 운영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수집된 정보의 선·후행 관계성을 이용한다면 더욱 정확한 현상의 예측과 설명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에너지 데이터 이외에도 시간별 교통량, 건물 출입 기록, 뉴스 키워드, X(트위터)나 인스타그램의 인기 검색어 등에서 수집할 수 있는 에너지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비에너지 정보도 에너지 데이터들과 결합하면 기존 에너지 데이터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불특정 상황(대체휴일·수능일·COVID 활동 제한 등)에 대응하여 건물의 에너지 소비를 효율적으로 잘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정보들은 별도의 센서를 설치하지 않고 수집 가능한 정보를 활용하므로 비용 부담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에는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 분석 기법의 발달로 수집된 비에너지 데이터들과 에너지 데이터의 선·후행 관계를 활용한 예측 정확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정부가 선언한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여러 기술 분야에서 개발 중인 다양한 탄소중립을 위한 기법들이 모여 각 부문의 역할을 필수적으로 담당해야 한다. 여기에 다른 부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도 큰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디지털 전환 기술을 이용한 디지털 탄소중립 기술에 관한 관심과 지원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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